암빙벽등반

인수봉 '우정B-패시' - 2023년 10월 3일(화)

빌레이 2023. 10. 4. 19:51

수미쌍관(首尾雙關)은 주로 시에서 많이 사용되는 문학적 구성법이다. 첫 연과 끝 연이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갖으며 반복되는 구성법으로 주제를 강조하거나 리듬감을 살리기 위해서 흔히 사용한다. 6일 동안 길게 이어진 연휴 기간 동안 네 차례 다녀온 등반을 정리하면서 문득 이 용어가 떠올랐다. 추석 날 인수봉을 시작으로 10월 1일 매바위 암장, 10월 2일 자운 암장으로 이어진 연휴 등반의 대미를 개천절 날에 인수봉을 등반하는 것으로 장식했기 때문이다. 수도권 남부의 매바위와 서울 남부의 자운 암장 나들이는 잠시 기분전환 삼아 바람 쐬듯 다녀온 여행을 겸한 등반이었다. 삶의 터전 가까이에 자리한 인수봉이야말로 우리 악우들의 진정한 모암(母巖)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기범, 은경, 나, 이렇게 셋이 인수봉에서 줄을 묶을 때면 기범씨는 '캐리(CARI, Climbing of All Routes in Insu-peak)' 프로젝트가 떠오르는 모양이다. 인수봉 동벽의 '심우길'부터 차례로 이어온 우리들의 캐리 프로젝트는 2년 전에 '여명길'까지 진행한 후로 잠시 쉬고 있는 중이었다. '우정B' 루트의 대침니를 오르는 게 귀찮다며 망설이던 기범씨는 은경이가 마지막으로 오늘 등반에 참석하기로 결정하자 캐리를 이어가기로 마음을 정했다. 그렇게 되살아 난 캐리의 오늘 순서인 '우정B'를 만족스럽게 완등한 순간, 마음 통하는 악우들 사이에 1년에 한 루트씩만 이어가도 좋을 등반 프로젝트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음을 깨달았다. 앞으로 캐리 프로젝트를 할 때면 오늘처럼 반드시 가오리역 부근의 남해횟집에서 뒷풀이를 한다는 조건까지 더해져 더욱 즐거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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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봉 '여명-비원' - 2021년 7월 25일(일)

기범씨와 내가 둘이서 '비원'길 두 피치를 가볍게 등반하고 하강한 직후에 집안 일로 뒤늦게 출발한 은경이가 합류했다. 양평의 소리산 암장에서 피서등반을 즐겼던 어제의 악우들이 인수봉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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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나드B' 루트 출발점에서 단 피치로 순식간에 3명이 오아이스에 올랐다.
▲ 오늘 오아시스는 우리팀이 처음인 듯했다. 다소 쌀쌀한 기온에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 기범씨가 캐리(CARI, Climbing of All Routes in Insu-peak) 프로젝트의 오늘 순서인 '우정B' 코스를 오르고 있다.
▲ 우리의 캐리 프로젝트는 2년 넘게 중단 되었다가 오늘에서야 비로소 다시 살아났다. 기범씨가 '우정B' 1, 2 피치를 단 번에 올랐다.
▲ 내가 두 번째로 오르고 있다. 오랜만의 캐리에 마음이 살짝 설렌다.
▲ '우정B' 2피치에 올라선 후에 나타난 크랙 구간이 재미 있었다.
▲ 2피치 확보점에서 내려다 보니 그 사이에 많은 클라이머들이 벽에 붙어 있었다.
▲ '우정B' 코스의 시그니쳐 구간인 대침니를 기범씨가 오르고 있다.
▲ 침니 등반은 선등자에게 특히나 강한 정신력을 요한다.
▲ 애벌레가 꿈틀거리는 동작으로 침니를 통과하고 있는 중이다.
▲ 등을 뒷벽에 기대고 인내심을 가지고 조금씩 진행해야 한다.
▲ 마지막 4피치를 출발하는 순간이다.
▲ 4피치도 조금 까다로운 크랙 구간들이 있다.
▲ 내가 쎄컨으로 4피치를 오르고 있다.
▲ '우정B' 코스는 후등자인 나에겐 모든 피치가 전반적으로 재미 있었다.
▲ '우정B'를 완료한 후 오아시스로 하강하는 중이다.
▲ 오아시스에서 간식과 커피 타임을 가진 후 '패시길'에 붙었다.
▲ '패시길' 1, 2 피치를 단 번에 오른 기범씨의 뒤를 이어 내가 올랐다.
▲ 기범씨가 '패시길' 3피치를 출발하고 있는 중이다.
▲ 언더 크랙으로 오른 후 우측 턱을 넘어서는 것이 크럭스 구간이다.
▲ 오른손은 칸테, 왼손은 언더크랙을 잡은 후 오른발을 벽에 딛고 빨리 왼손이 칸테로 따라와야 한다.
▲ 기범씨처럼 단 번에 우측으로 넘어서야 하는데...
▲ 우측 턱을 넘어선 후에도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왼손은 칸테 홀드를 잘 잡고 오른 손은 세로 크랙에 째밍을 잘 해야 한다.
▲ 딱 한 번 등반한 경험이 있는 이 구간은 나에겐 여전히 숙제를 남겼다.
▲ 다음 번에 등반할 때는 쫄지 말고 잘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보면서...

아래는 기범씨가 위에서 촬영해 준 나의 등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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