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관악산 자운암장 - 2023년 10월 2일(월)

빌레이 2023. 10. 4. 19:31

어제 군포시 수리산의 매바위 암장에서 중요한 볼일을 보던 중 기범씨는 관악산의 자운암장이 별안간 뇌리에 꽂혔다고 했다. 그 순간 몸 속의 찌꺼기와 함께 다음 날 등반지에 대한 고민까지 말끔히 사라져 개운한 기분이었다고 했다. 애초의 계획은 강촌의 패밀리 암장이었는데, 나도 그다지 마음이 끌리지 않았던 터라 자운암장이란 이름을 들었을 때부터 새로운 암장에 간다는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그렇게 결정된 연휴 세 번째 등반지인 관악산의 자운암장은 서울대학교 교정에서 어프로치를 시작했다. 경전철 신림선 관악산역에서 버스로 갈아타고 캠퍼스를 통과하는 동안 오래 전 대전의 국책연구소에 취업하기 직전 서울대학교에서 1년 계약직의 박사후 연구원으로 근무했던 젊은 날의 추억이 떠올랐다.

 

유전공학연구소 정류장에서 내려 지진관측소 옆으로 나있는 산길을 따라 25분 정도를 오르니 암장이 나타났다. 자운암장의 첫 인상은 모든 것이 마음에 쏙 들었다. 빌레이 사이트는 평탄화 작업이 잘 되어 있어서 안전했고, 베이스 캠프 또한 정갈하게 잘 꾸며져 있었다. 암장 개척자들의 애정 어린 손길이 곳곳에서 스며들어 있었다. 등반을 하다가 루트 중간의 테라스에서 고개를 돌려 바라본 조망 또한 으뜸이었다. 서울 시내 뿐만 아니라 북한산과 도봉산의 봉우리까지 한눈에 마주 보이는 시원한 풍경이었다. 자운암장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햇볕이 오후에나 암장을 비춘다는 것이어서 여름날 다시 찾아 온다면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기범씨와 동갑인 인현씨가 처음으로 합류하여 4명이 함께 등반했다. 우리는 '까꿍(5.10a)', '하이캄(5.9)', '너랑나랑(5.10a)', '대암(5.10a)', '동행1(5.10c)', '동행2(5.10d)', '야생화(5.10b)', '광수생각(5.10b)' 루트를 올랐다. 전체적으로 다양하고 특색 있는 동작들을 요구해서 루트마다 오르는 재미가 남달랐다. 우리팀이 한창 등반하고 있을 때, 서울대학교의 외국인 교환학생들 예닐곱 명이 암장에 합류했다. 다양한 국적의 젊은 학생들이 클라이밍으로 하나 되어 자연 속에서 즐기는 명랑한 그 모습이 더없이 활기차 보였다. 젊음의 밝은 에너지로 자운암장 전체의 분위기를 한층 더 끌어 올려주는 듯했다. 뒷풀이 메뉴는 서울대입구역에서 먹은 보쌈이었다.   

      

▲ 서울대학교 유전공학연구소/반도체공동연구소 정류소에서 하차하여 곧바로 산에 오를 수 있다.
▲ 유전공학연구소 맞은편의 지진관측소 좌측에 산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인다.
▲ 계곡 우측으로 선명하게 나 있는 오솔길을 오르다가 사진 속의 돌탑과 시멘트 기둥을 만나면 우측의 능선으로 올라가야 한다.
▲ 능선 위의 오솔길을 잠시 오르면 눈앞에 바위가 막아서고 길 우측으로 자일이 묶여져 있는 곳이 자운암장 초입이다.
▲ 자운암장의 첫인상은 아주 좋았다.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 암벽에 붙은 개념도는 하나의 예술 작품이었다.
▲ 빌레이 사이트는 평탄화가 잘 되어 있고, 베이스 캠프 또한 잘 단장되어 있다.
▲ 맨 안쪽의 베이스 캠프엔 돌식탁과 의자까지 설치되어 있다. 폐자일로 의자의 방석을 만든 센스가 돋보였다.
▲ 처음 방문한 암장에서의 첫 등반은 항상 마음이 설렌다.
▲ 가장 쉬워 보이는 '하이캄(5.9)' 루트부터 올랐다.
▲ 자운암장 바위에 적응하기 위한 등반으로 무난하게 온사이트 완등할 수 있는 '하이캄'이었다.
▲ '까꿍(5.10a)' 루트는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 '까꿍' 루트는 세 번째 볼트를 넘어서는 구간이 크럭스였다.
▲ 기범씨가 갑장인 인현씨의 빌레이를 보는 중이다. 빌레이 사이트가 좋아서 안전하게 등반할 수 있었다.
▲ '대암(5.10a)' 루트는 마지막 구간에서 크랙에 손째밍하는 동작이 기억에 남는다.
▲ '대암' 루트는 상단부의 크랙에서 손과 발 째밍 동작을 확실히 취해서 어렵지 않게 온사이트로 완등할 수 있었다.
▲ 기범씨가 '동행1(5.10c)' 루트를 등반 중이다.
▲ '동행1' 루트는 초반부의 오버행 턱을 넘어선 이후가 매우 어려웠다. 5.10c라는 난이도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 자운암장 루트들은 중간의 테라스에서 돌아보는 풍광이 시원했다.
▲ 나는 '동행1' 루트에 톱로핑으로 올랐는데, 사진 속의 구간을 통과할 때는 볼트따기 외에는 돌파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 다시 쉬운 루트인 '너랑나랑'에 붙어서 쉽사리 온사이트로 완등했다. '너랑나랑' 루트는 상단부의 크랙을 이용할 경우 난이도가 5.10a, 크랙을 잡지 않으면 5.11b로 표기되어 있는 듯했다. 나는 크랙을 이용해서 어렵지 않게 온사이트로 완등할 수 있었다. '
▲ 기범씨가 '동행2(5.10d)' 루트를 오르고 있다. 사진 상의 사선 크랙을 넘어서는 동작이 재미 있었다.
▲ '동행2(5.10d)'는 사선 크랙 구간만 잘 넘어서면 오히려 '동행1(5.10c)'보다 쉽다는 느낌이었다.
▲ '동행2' 루트의 마지막 구간은 짧은 침니 구간으로 특색이 있었으나, 낙석의 위험이 있는 구간이었다.
▲ 내가 '동행2'를 톱로핑 방식으로 오르던 중 상단부의 침니 아래에서 돌이 빠졌다. 내가 꽤 큰 그 돌을 안고 하강한 후 다시 등반했다.
▲ 내가 안고 내려온 돌을 바닥에 내려 놓고 보니 쪼개진 부분이 선명히 드러났다.
▲ 낙석 제거 후 은경이가 '동행2'의 침니 구간을 올라서서 "완료"를 외치고 있는 순간이다.
▲ 난이도 표기를 의심케 했던 루트 중의 하나가 바로 '광수생각' 루트이다.
▲ '광수생각' 루트의 초중반 구간은 별 어려움이 없었다.
▲ 하지만 '광수생각' 톱앵커 직전 마지막 구간은 미세한 발홀드와 손홀드를 잘 찾지 못 한다면 쉽게 돌파하기 어려울 것이다.
▲ 나는 먼저 오른 친구들의 동작을 유심히 살핀 후에 톱로핑으로 한 번에 완등할 수 있었지만, 선등한다면 담력이 필요할 듯했다.
▲ 난이도 표기가 의심되는 루트 중 또 하나는 '야생화'였다.
▲ 기범씨가 온사이트로 완등해서 줄을 걸어 준 후 '야생화' 루트에 톱로핑으로 매달려 보았는데, 난이도 5.10b 루트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어려웠다.
▲ '야생화' 루트는 오버행 턱을 넘어서는 구간에서 적절한 홀드를 찾지 못하고 퀵드로를 회수해 오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 하산하면서 내려다 본 서울대학교 캠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