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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촌 유선대 암장 - 2022년 5월 14일(토)

'Empty(5.10d)' 루트 완등을 염두에 두고 유선대 암장에 왔으나, 몸이 너무 무거워 정작 'Empty'엔 붙어보지도 못했다. 지난 한 주간의 과로가 쌓인 탓이다. 그래도 고요하고 평화로운 암장에서 프로젝트의 부담 없이 매달린 등반은 언제나처럼 즐거웠다. '통천문' 루트 좌측의 '하늘문' 두 피치를 통해 정상부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처음 올라본 '하늘문'은 충분히 재미 있고 등반성 좋은 바윗길이었다. 아직 크럭스에서의 홀드와 동작이 확실치 않은 'Empty' 루트는 여전히 뇌리에 숙제로 남은 상태여서 개운치는 않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유선대 암장에 다시 와야 할 명확한 이유가 있으니 이 또한 싫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어느새 신록이 가득 들어찬 암장은 다가올 여름철 등반을 위해 ..

암빙벽등반 2022.05.15

북한산 칼바위에서 소귀천 계곡으로 - 2022년 5월 13일(금)

몸이 안 좋다 싶으면 발걸음은 자연스레 산으로 향하게 된다.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학생들이 등교하여 모처럼 캠퍼스엔 활기가 넘쳤다. 그동안 온라인으로 진행해오던 내 강의도 모두 대면수업으로 전환되었다. 마치 새롭게 개강을 한 듯한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나도 몰래 과로를 했던 모양인지 금요일이 되니 몸은 축 늘어졌다. 몸과 마음을 다잡기 위해 오후 시간에 집 뒤로 이어지는 북한산 칼바위 능선을 올랐다. 둘레길에 들어서면서부터 아카시아꽃 향기가 온 산을 뒤덮고 있었다. 계속 맡아도 전혀 질리지 않는 자연의 꽃향기는 최고급 향수가 부럽지 않다.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솟는다는 꼬마자동차 붕붕처럼 기분이 저절로 좋아졌다. 칼바위 정상부의 테라스에서 보낸 망중한은 효과 만점의 피로회복제였다. 무릎 뒷쪽의 슬..

국내트레킹 2022.05.15

구미 금오산 - 2022년 5월 7일(토)

지난 이틀 동안 대둔산 우정길과 대구 연경암장에서 각각 하루씩 암벽등반을 즐기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이번에 계획한 2박 3일 봄철 등반여행의 마지막 날은 아침 일찍 구미의 진산인 금오산 산행을 하고 내려와서 점심 직후에 상경하는 일정이다. 금오산은 예전부터 오르고 싶은 산이었으나 그동안 인연이 닿지 않았었다. 대구에서 가까운 구미는 서울로 가는 경로 중간에 있으니 이번 기회가 아주 딱 맞는 기회였다. 금오저수지 위의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대혜폭포, 할딱고개를 거쳐서 현월봉 정상을 찍은 후, 정상 바로 아래의 약사암을 구경하고 하산하는 길에 도선굴에 들렀다. 박정희 대통령의 고향답게 자연보호운동의 발상지가 바로 이곳 금오산이라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금오산은 우리나라 최초의 도립공원이라는 안내 문..

대구 연경암장 - 2022년 5월 6일(금)

대구 연경암장은 몇 년만일까? 기억을 더듬어 보지만 도통 가늠할 수가 없다. 하여 내 블로그의 기록을 뒤져본다. 허선생님과 함께 연경암장에서 처음 등반했던 때가 2014년 5월의 일이니 벌써 8년이란 세월이 훌쩍 지나갔다. 요새는 허선생님께서 암벽등반을 즐겨 하지 않는 듯하여 미리 연락을 하지 않고, 오늘 아침에 대둔산 숙소에서 출발하여 연경암장에 도착한 직후에야 전화를 걸었다. 다음 달이면 3년만에 다시 알프스트레킹에 나서는 터라 여러모로 분주하실 허선생님께 부담을 드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출국하기 전에 한 번은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교차했다. 하지만 대구까지 내려와서 연락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다행히 통화가 잘 이루어져 우리팀이 등반을 마칠 무렵인 오후 4시 즈음에 허선생님 부부가 연경암..

대둔산 우정길 - 2022년 5월 5일(목)

어린이날인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계획한 2박 3일 일정의 등반여행을 떠나는 마음이 어린 시절에 어린이날을 고대하던 순간처럼 살짝 설레인다. 하지만 설레임도 잠시 첫 등반지인 대둔산 '우정길'로 향하는 현실이 마냥 즐거운 것은 아니다.  새벽 5시 전에 집을 나섰는데도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하는 게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금요일 하루만 휴가를 낸다면 4일 동안의 연휴를 즐길 수 있는 황금연휴의 시작일이자 교통량 많기로 소문난 어린이날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더욱이 이번 연휴의 마지막 날은 부처님오신날과 어버이날이 겹친 일요일이다. 천안휴게소에서 간단히 조식을 해결하고 대둔산주차장에 8시 반 즈음에 도착했다. '우정길'은 케이블카 상부 하차장에서 10분 이내에 닿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바윗길이다. 그래서 ..

거인암장과 포천인공암벽 - 2022년 5월 1일(일)

아침에 거인암장에 도착하여 3암장에서 조용히 몸풀이 등반을 마치고 잠시 쉬고 있었다. 그런데 암장의 법적 소유주인 타이거CC 골프장 직원이 와서 등반을 금지한다는 통보를 전했다. 근처 주민 중 한 사람이 상습적으로 파주시청에 민원을 넣는 바람에 골프장 측에서도 어쩔 수 없이 암장을 폐쇄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었다. 대규모 산악회에서 야유회나 캠핑 등으로 무분별하게 어프로치 짧은 거인암장을 이용했던 점을 간과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모든 클라이머들이 암장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공중도덕을 지키면서 이용했더라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부 수도권에서 많은 클라이머들에게 좋은 등반지가 돼 주었던 암장 하나가 이렇게 사라져 간다고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이 컸다. 땅 주인이 ..

암빙벽등반 2022.05.02

인수봉 동벽 - 2022년 4월 30일(토)

오늘 인수봉 날씨는 4월의 마지막 날을 각인시켜 주려는 듯 하루종일 흐리고 봄날답지 않게 쌀쌀했다. 주말이면 등산학교 교육일정 때문에 좀처럼 같이 등반할 기회가 없었던 기범씨와 올해 처음으로 인수봉에서 함께 묶었다. 이번 주말에도 기범씨가 책임강사로 진행하는 등산학교 교육이 있지만, 저녁 7시부터 시작하는 일정인지라 같이 등반할 수 있었던 것이다. 등산학교에서 강사를 맡고 있는 진우씨와 은경, 나, 이렇게 4명이 한 팀으로 등반했다. 동벽 맨 우측의 '심우길'과 '취나드A길' 사이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우리팀 주변에 유난히 많은 등반팀들이 몰리든 까닭에 원하는 루트에 붙을 수 없는 실정이었다. 비어 있는 순간을 이용하여 '벗길', '심우길', '은정길' 두 피치씩을 차례로 오르내렸다. 애초엔 '취나드A..

암빙벽등반 2022.04.30

거인암장 - 2022년 4월 23일(토)

모처럼 거인암장이 조용한 주말이었다. 클라이머들이 다들 인수봉과 선인봉으로 몰려 간 모양이다. 중간에 잠깐 다녀간 두 분을 제외하면, 감사하게도 하루종일 우리팀이 전세 낸 것처럼 독차지 할 수 있었던 3암장에서 정말 여유롭고 평화로운 등반을 즐겼다. 맨 우측의 '수월(5.10c)' 루트를 레드포인트 방식으로 완등하고, 바로 좌측의 '테라(5.11c)'에는 톱로핑으로 매달려서 난이도를 가늠해 보았다. '수월'과 '테라'는 중간에 만나서 하나의 톱앵커를 공유한다. 지금 내 수준에서 적당히 어려웠던 '수월'을 세 번째 시도 끝에 완등한 순간의 기쁨은 컸으나, '테라'는 루프 구간을 돌파하는 것이 너무나 버겁게 느껴졌다. 점심 이후엔 '여우비(5.10d)' 루트에 매달렸다. 처음에 가까스로 로프를 걸면서 프로젝..

암빙벽등반 2022.04.24

북한산의 봄꽃 - 2022년 4월 16일(토)

북한산 노적봉 등반을 위해 오갔던 산길은 그야말로 꽃길이었다. 도선사에서 용암문으로 향하는 등산로 주변엔 진달래꽃이 한창이었다. 아침나절 산을 오를 때와 오후에 등반을 마치고 하산하던 순간의 햇살 비추는 방향에 따라 다양한 분홍 빛깔을 발하며 진달래꽃은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예년보다 열흘 정도 늦게 핀 봄꽃과 갑자기 따스해진 날씨에 일제히 돋아난 연둣빛 새순이 어우러진 풍경은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웠다. 발길따라 눈길이 머무는 낮은 땅에는 노랑제비꽃, 현호색, 괘불주머니 등과 같은 앙증맞은 들꽃이 산길을 걷는 나그네를 환하게 반겨주고 있었다. 도선사 계곡엔 산벚꽃이 만개하여 고된 하산길 막바지까지 눈을 즐겁게 해 주었다.

산행앨범 2022.04.17

북한산 노적봉 반도길 - 2022년 4월 16일(토)

올해 들어 첫 멀티피치 등반이다. 인수봉은 북적댈 것이 뻔하여 상대적으로 한적한 노적봉의 반도길을 오르기로 한다. 4년 전에 등반한 이후로 처음 찾은 반도길이다. 체력이 왕성한 요즘 클라이머들은 '노백인우주만선'에 도전한다. 북한산과 도봉산의 7개 암봉들인 노적봉-백운대-인수봉-우이암-주봉-만장봉-선인봉을 연속해서 등반하는 프로젝트이다. 처음으로 이 코스를 완등한 두 클라이머는 총 15시간 30분이 걸렸다고 한다. 나는 감히 엄두도 못 낼 대단한 기록이다. 클라이밍 마라톤이라 할 수 있는 이 코스의 출발점이 바로 노적봉의 반도길이다. 나 같은 수준의 주말 클라이머는 하루에 한두 봉우리를 연결해서 차례로 즐기면서 오르는 것도 의미 있는 등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선사에서 용암문으로 향하는 산길을..

암빙벽등반 2022.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