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338

3년 만에 타 보는 비행기 - 2022년 7월 19일(화)

비행기를 타 본 지가 언제였던가?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 해인 2019년 7월의 뉴질랜드 출장길 이후로 오늘이 처음이지 싶다. 그간 3년 동안은 국내선 비행기도 타지 않았었다. 대부분의 업무는 화상회의 시스템이나 이메일 등의 온라인 매체를 통해 이루어져 왔다. 올해부터 서서히 출장길이 트였고, 나도 3박 4일 일정으로 이 곳 제주도에 왔다. 지금은 제주공항 안의 카페에서 호텔로 가는 셔틀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여행이란 반복되는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다. 낯선 세상에서 일상을 새롭게 관조해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래서 여행은 우리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오랜만에 타는 비행기가 반갑기도 하고 낯설기도 했다. 집 앞의 버스 정류장에서 시작하는 공항버스 노..

나의 이야기 2022.07.19

새롭게 꾸민 나의 방

20년 가까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전면적으로 리모델링 했다. 그동안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아서 마냥 미루고만 있었다. 소소한 설비들이 고장나기 시작하여 더이상은 안 되겠다는 판단하에 새롭게 집을 장만한다는 마음으로 결행한 것이다. 많은 것들을 비우고 버려야 했다. 이번 기회에 서재를 전에 딸아이가 쓰던 방으로 옮기고 내가 원하는 모양대로 꾸몄다. 붙박이장과 조립식 앵글을 이용해서 등반 장비들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는 점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다.

나의 이야기 2022.07.15

용산 호텔에서 한 달 살기

2022년 상반기를 돌아보면 예년보다 많은 일들이 있었다. 제일 큰 일 두 가지는 20년 가까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전면 리모델링 하는 공사를 단행했다는 것과 그 공사 기간 중간에 장인어른이 악성림프종이라는 암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5월과 6월에 걸쳐 진행된 4주간의 공사 기간 동안 온전히 집을 비워줘야 했다. 예전엔 흔치 않았던 '보관이사'와 '호텔 한달살기'라는 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용산역과 이동통로로 연결된 호텔에서 4주간을 살았다. 호텔로 거처를 옮겨 열흘 정도가 지난 후, 암 진단을 받게된 장인어른을 용산의 처제집에 모셔야 했다. 호텔에서 지근 거리에 있는 처제집을 오가면서 낮 시간엔 아내가 병간호를 맡았다. 도심 생활을 즐기지 못하는 우리 부부는 여..

나의 이야기 2022.07.15

2022년도에 생각하는 고향의 봄

"나의 살던 고향은"으로 시작하는 동요인 노랫말은 딱 이맘 때의 고향 마을 풍경을 회상하면서 지은 것일 게다.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린 동네는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주변의 요즘 풍광과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어릴 때엔 경제적인 형편이 어려웠던 시절이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내가 살았던 고향 마을이 아름답다고 느낄만한 여유가 없었다. 그때가 그리워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거의 해본 적이 없다. "지금 사는 곳이 내 고향이다"란 말처럼 지금 살고 있는 거처에 만족하면서 감사하는 마음을 먹은지 오래다. 봄이 한창 무르익고 있는 아파트 주변을 산책하다 보면 이 곳이 나에게는 새로운 고향집이라는 생각이 더욱 더 뚜렷해지곤 한다. 최근의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새로운..

나의 이야기 2022.04.17

다시 돌아온 캠퍼스의 봄날 - 2022년 4월 11일(월), 14일(목)

다행스럽게도 서서히 일상으로의 복귀가 진행되고 있는 요즘이다. 자칫하면 사회적거리두기가 익숙해져서 다른 이들과의 교감이나 친밀감 따위는 옛날의 추억거리로만 남을 뻔 하였다. 적당한 거리두기가 편한 면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우리네 삶이란 게 감성을 무시하면서 기계적인 목적지향적 측면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캠퍼스에 봄꽃이 만발한 이번 주부터는 비로소 대학에 활기가 넘치는 듯한 분위기다. 학생들이 하나 둘 등교하여 어느새 캠퍼스는 젊음이 넘치는 생동감으로 충만하다. 이제는 대학촌이 사람 사는 동네로 다시 태어난 듯한 모습에 흐뭇해 하면서 입가에 저절로 미소를 머금게 된다. 화창한 봄볕이 정말 좋았던 월요일 점심 시간엔 캠퍼스 주변을 나홀로 산책했다. 개나리와 벚꽃이 만발한 캠퍼..

나의 이야기 2022.04.15

[독후감]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 <남아 있는 나날>

일본계 영국인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Kazuo Ishiguro)는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이다. 그의 대표작 은 올해의 읽고 싶은 소설책 목록에 들어 있어서 꽤 오래 전에 구입해 놓았는데, 이 사실을 깜빡하고 하마터면 다시 구입할뻔 했다. 다행히 책장에 있다는 것이 내 눈에 띄게 되어 세밑 한파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2021년 12월의 마지막 주간을 과 함께 보낼 수 있었다. 깊이 있고 유려한 문장 속에서 독서의 기쁨을 한껏 누릴 수 있었다. 이 작품은 1994년에 안소니 홉킨스와 엠마 톰슨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고 하는데, 책을 읽은 후에 기회가 닿는다면 영화도 꼭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너무 자극적이고 잔인한 영상과 문학작품이 판치고 있는 오늘의 현실 속에서 벗어나 고전의 참맛을 느낄 수..

나의 이야기 2021.12.30

[독후감] 김기섭 시집 <달빛 등반>

김기섭 시인의 시집 은 자연암벽에서 즐기는 멀티피치 등반을 좋아하는 클라이머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바가 매우 클 수 밖에 없는 산악시들로 짜여져 있다. 내가 한창 멀티피치 바윗길을 찾아다니던 때에 가슴 설레이게 등반했던 설악산의 '한 편의 시를 위한 길', '경원대길', '별을 따는 소년들', '몽유도원도' 등의 암릉길은 모두 저자인 김기섭 시인의 주도로 개척되었다. 북한산의 '시인 신동엽길', '녹두장군길', '김개남장군길', '별이 있던 그자리' 등과 도봉산의 '배추흰나비의 추억길'도 역시나 김기섭 시인이 개척자 중의 한 사람이다. 그래서 그런지 긴 세월 동안 인수봉을 비롯한 대자연 속의 여러 바윗길을 등반하면서 켜켜히 쌓였을 시상이 시집 속에 오롯히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시집 속의 여러 ..

나의 이야기 2021.11.08

부채

여름철이면 내 곁에 머물게 되는 접이식 부채가 두 개 있다. 정확히 언제 내 손에 들어왔는지 확실치는 않지만 신혼 시절 무렵에 장인어른으로부터 선물 받은 것이기에 근 30년 가까이 내가 사용하고 있는 보기 드문 물건이다. 장인정신이 투철한 어느 부채 공예가가 만들었을 부채살은 지금도 튼튼하고 견고하다. 원래 한지의 품질이 좋은 것이어서 그랬는지 그 오랜 세월 동안 한 번도 부채의 종이를 교체하지 않았다. 옛 선비들은 단오 때에 부채의 종이를 새로 붙이는 것으로 다가올 여름을 대비했다고 하는데, 아직까지도 그 오랜 세월 동안 반듯하게 버텨준 내 부채의 한지가 신통하기만 하다. 내게는 이런 물건이 진정한 명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나는 직장에서 사용하고, 다른 하나는 집에서 사용하고 있다. 요즘도 외출할 때..

나의 이야기 2021.08.01

인생 전체는 되는 대로

산책하기 정말 좋은 계절이다. 여기 저기 온통 꽃들이 만발하고 숲은 신록이 우거지는 요즘엔 틈만 나면 걷고 싶어진다. 점심시간엔 가끔 학교 주변을 30분 정도 산책한다. 퇴근 후 실내암장에 운동하러 가는 날엔 일부러 전철역 두 정거장 전에서 하차하여 둘레길이나 천변길을 걸어서 간다. 오늘 저녁 퇴근 후엔 모처럼 집 주변의 둘레길과 북한산 자락길을 두 시간 정도 길게 걸었다. 저녁 시간의 산책이 이렇게 좋은 줄 미처 몰랐다. 걷는 동안엔 이런 저런 생각이 두서 없이 스쳐간다. 요즘엔 책을 수 만권 소장하고 있다는 어느 영화평론가의 좌우명이 뇌리에 강하게 꽂혀서 걷는 동안 자주 묵상하게 된다. "하루 하루를 열심히, 인생 전체는 되는 대로". 어차피 우리네 삶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하루 하..

나의 이야기 2021.04.22

봄날의 점심시간

요즘 점심시간에 산책하는 습관이 생겼다. 이번 학기에도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는 강의로 인해서 학부 학생들은 거의 등교하지 않고 있다. 학기 중인데도 예년과 달리 조용한 캠퍼스가 생경하긴 하지만, 점심시간에 잠시 산책하는 동안은 한적한 교정이 오히려 좋다. 출근 후 대부분의 근무시간을 연구실 내에서 강의녹화와 연구업무를 하면서 보내야 하는 요즘이다. 실내 생활의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해보자는 의미에서 점심시간만이라도 바깥 공기를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주부터 간간히 실천해 오고 있는 점심식사 후 반 시간 남짓의 학교 주변 산책이 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주고 있는 듯하다. 월요일이 식목일인 이번 주는 지난 토요일에 흠뻑 내린 봄비 덕택에 캠퍼스 주변 숲의 봄빛이 한결 짙어졌다. 짧은 시간..

나의 이야기 2021.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