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335

2022년도에 생각하는 고향의 봄

"나의 살던 고향은"으로 시작하는 동요인 노랫말은 딱 이맘 때의 고향 마을 풍경을 회상하면서 지은 것일 게다.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린 동네는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주변의 요즘 풍광과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어릴 때엔 경제적인 형편이 어려웠던 시절이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내가 살았던 고향 마을이 아름답다고 느낄만한 여유가 없었다. 그때가 그리워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거의 해본 적이 없다. "지금 사는 곳이 내 고향이다"란 말처럼 지금 살고 있는 거처에 만족하면서 감사하는 마음을 먹은지 오래다. 봄이 한창 무르익고 있는 아파트 주변을 산책하다 보면 이 곳이 나에게는 새로운 고향집이라는 생각이 더욱 더 뚜렷해지곤 한다. 최근의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새로운..

나의 이야기 2022.04.17

다시 돌아온 캠퍼스의 봄날 - 2022년 4월 11일(월), 14일(목)

다행스럽게도 서서히 일상으로의 복귀가 진행되고 있는 요즘이다. 자칫하면 사회적거리두기가 익숙해져서 다른 이들과의 교감이나 친밀감 따위는 옛날의 추억거리로만 남을 뻔 하였다. 적당한 거리두기가 편한 면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우리네 삶이란 게 감성을 무시하면서 기계적인 목적지향적 측면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캠퍼스에 봄꽃이 만발한 이번 주부터는 비로소 대학에 활기가 넘치는 듯한 분위기다. 학생들이 하나 둘 등교하여 어느새 캠퍼스는 젊음이 넘치는 생동감으로 충만하다. 이제는 대학촌이 사람 사는 동네로 다시 태어난 듯한 모습에 흐뭇해 하면서 입가에 저절로 미소를 머금게 된다. 화창한 봄볕이 정말 좋았던 월요일 점심 시간엔 캠퍼스 주변을 나홀로 산책했다. 개나리와 벚꽃이 만발한 캠퍼..

나의 이야기 2022.04.15

[독후감]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 <남아 있는 나날>

일본계 영국인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Kazuo Ishiguro)는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이다. 그의 대표작 은 올해의 읽고 싶은 소설책 목록에 들어 있어서 꽤 오래 전에 구입해 놓았는데, 이 사실을 깜빡하고 하마터면 다시 구입할뻔 했다. 다행히 책장에 있다는 것이 내 눈에 띄게 되어 세밑 한파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2021년 12월의 마지막 주간을 과 함께 보낼 수 있었다. 깊이 있고 유려한 문장 속에서 독서의 기쁨을 한껏 누릴 수 있었다. 이 작품은 1994년에 안소니 홉킨스와 엠마 톰슨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고 하는데, 책을 읽은 후에 기회가 닿는다면 영화도 꼭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너무 자극적이고 잔인한 영상과 문학작품이 판치고 있는 오늘의 현실 속에서 벗어나 고전의 참맛을 느낄 수..

나의 이야기 2021.12.30

[독후감] 김기섭 시집 <달빛 등반>

김기섭 시인의 시집 은 자연암벽에서 즐기는 멀티피치 등반을 좋아하는 클라이머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바가 매우 클 수 밖에 없는 산악시들로 짜여져 있다. 내가 한창 멀티피치 바윗길을 찾아다니던 때에 가슴 설레이게 등반했던 설악산의 '한 편의 시를 위한 길', '경원대길', '별을 따는 소년들', '몽유도원도' 등의 암릉길은 모두 저자인 김기섭 시인의 주도로 개척되었다. 북한산의 '시인 신동엽길', '녹두장군길', '김개남장군길', '별이 있던 그자리' 등과 도봉산의 '배추흰나비의 추억길'도 역시나 김기섭 시인이 개척자 중의 한 사람이다. 그래서 그런지 긴 세월 동안 인수봉을 비롯한 대자연 속의 여러 바윗길을 등반하면서 켜켜히 쌓였을 시상이 시집 속에 오롯히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시집 속의 여러 ..

나의 이야기 2021.11.08

부채

여름철이면 내 곁에 머물게 되는 접이식 부채가 두 개 있다. 정확히 언제 내 손에 들어왔는지 확실치는 않지만 신혼 시절 무렵에 장인어른으로부터 선물 받은 것이기에 근 30년 가까이 내가 사용하고 있는 보기 드문 물건이다. 장인정신이 투철한 어느 부채 공예가가 만들었을 부채살은 지금도 튼튼하고 견고하다. 원래 한지의 품질이 좋은 것이어서 그랬는지 그 오랜 세월 동안 한 번도 부채의 종이를 교체하지 않았다. 옛 선비들은 단오 때에 부채의 종이를 새로 붙이는 것으로 다가올 여름을 대비했다고 하는데, 아직까지도 그 오랜 세월 동안 반듯하게 버텨준 내 부채의 한지가 신통하기만 하다. 내게는 이런 물건이 진정한 명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나는 직장에서 사용하고, 다른 하나는 집에서 사용하고 있다. 요즘도 외출할 때..

나의 이야기 2021.08.01

인생 전체는 되는 대로

산책하기 정말 좋은 계절이다. 여기 저기 온통 꽃들이 만발하고 숲은 신록이 우거지는 요즘엔 틈만 나면 걷고 싶어진다. 점심시간엔 가끔 학교 주변을 30분 정도 산책한다. 퇴근 후 실내암장에 운동하러 가는 날엔 일부러 전철역 두 정거장 전에서 하차하여 둘레길이나 천변길을 걸어서 간다. 오늘 저녁 퇴근 후엔 모처럼 집 주변의 둘레길과 북한산 자락길을 두 시간 정도 길게 걸었다. 저녁 시간의 산책이 이렇게 좋은 줄 미처 몰랐다. 걷는 동안엔 이런 저런 생각이 두서 없이 스쳐간다. 요즘엔 책을 수 만권 소장하고 있다는 어느 영화평론가의 좌우명이 뇌리에 강하게 꽂혀서 걷는 동안 자주 묵상하게 된다. "하루 하루를 열심히, 인생 전체는 되는 대로". 어차피 우리네 삶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하루 하..

나의 이야기 2021.04.22

봄날의 점심시간

요즘 점심시간에 산책하는 습관이 생겼다. 이번 학기에도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는 강의로 인해서 학부 학생들은 거의 등교하지 않고 있다. 학기 중인데도 예년과 달리 조용한 캠퍼스가 생경하긴 하지만, 점심시간에 잠시 산책하는 동안은 한적한 교정이 오히려 좋다. 출근 후 대부분의 근무시간을 연구실 내에서 강의녹화와 연구업무를 하면서 보내야 하는 요즘이다. 실내 생활의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해보자는 의미에서 점심시간만이라도 바깥 공기를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주부터 간간히 실천해 오고 있는 점심식사 후 반 시간 남짓의 학교 주변 산책이 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주고 있는 듯하다. 월요일이 식목일인 이번 주는 지난 토요일에 흠뻑 내린 봄비 덕택에 캠퍼스 주변 숲의 봄빛이 한결 짙어졌다. 짧은 시간..

나의 이야기 2021.04.07

눈꽃 핀 개강일 - 2021년 3월 2일(화)

춘삼월 둘째 날, 몸 담고 있는 대학이 새학기를 개강하는 날이다. 밤새 눈이 내렸다. 3일 연휴의 끝자락에 내린 폭설로 강원도에서는 교통대란이 일어났다고 한다. 대부분 온라인 강의로 시작하는 2021학년도 1학기인지라 대학캠퍼스에서 개강일의 분주함은 찾아볼 수 없다. 학부 신입생들과 재학생들이 가득하여 활기찬 기운이 감돌던 예전 개강일의 풍경은 사라졌다. 아직 나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벚나무의 가지 위에 벚꽃 대신 춘설이 내려앉아 하얀 눈꽃을 피웠다. 설화가 아름다워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폰카에 풍경을 담아본다. 이제는 조용한 캠퍼스가 일상의 풍경이 되었지만, 학생 없는 학교는 어딘지 낯설고 생경하다. 하루 빨리 학생들이 등교하여 젊은 에너지 가득한 대학캠퍼스를 보고싶은 마음 간절하다.

나의 이야기 2021.03.03

나의 체중조절 프로젝트 - 중간보고서

나는 지금 체중감량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2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체중을 줄이는 노력에 착수했다. 당시의 내 체중은 68kg 후반대였다. 한달이 지난 오늘 아침에 확인해 본 체중은 63.35kg이다. 4주 동안 5kg 정도를 줄인 셈이다. 일차적인 목표는 달성했다고 볼 수는 있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최종 목표인 58kg대를 유지하여 건강한 몸으로 거듭날 그 날을 위해 중간정산을 해보자는 의미로 지난 1개월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보통 다이어트 초기엔 몸의 수분이 빠져 나가서 체중이 빨리 줄지만, 체지방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야 줄어들기 때문에 내게는 지금부터가 진정한 체중조절 단계라 할 수 있다. 더욱 힘들어질 앞으로의 체중조절 후반전도 성공하기 위한 마음가짐을 새..

나의 이야기 2021.03.01

[독후감] 체스트넛 스트리트 - 메이브 빈치의 단편소설집

2018년 여름에 다녀온 더블린 출장 이후로 아일랜드란 나라를 좋아하게 되었다. 제임스 조이스, 오스카 와일드, 사무엘 베게트 같은 문학의 거장들을 배출한 나라여서 그런지 아일랜드의 감성은 나에게 초록빛 자연과 함께 아련한 향수마저 불러 일으켰다. 아일랜드가 그리워질만 했을 때 알게된 소설가가 바로 메이브 빈치였다. 이란 작품을 읽은 후로 아일랜드의 국민작가라는 메이브 빈치는 나의 뇌리에 강하게 각인되었다. 두 번째로 읽었던 의 책장을 덮은 후로 나는 완전히 그녀의 팬이 되어 있었다. 이번에 세 번째로 만난 소설인 역시 마지막 541 페이지의 책장을 넘길 때까지 어느 한 부분도 지루할 새가 없이 흥미진진한 얘기들로 가득했다. 그야말로 메이브 빈치는 이제 믿고 보는 작가라는 사실을 다시금 내게 확인시켜 주..

나의 이야기 2021.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