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부채

빌레이 2021. 8. 1. 11:05

여름철이면 내 곁에 머물게 되는 접이식 부채가 두 개 있다. 정확히 언제 내 손에 들어왔는지 확실치는 않지만 신혼 시절 무렵에 장인어른으로부터 선물 받은 것이기에 근 30년 가까이 내가 사용하고 있는 보기 드문 물건이다. 장인정신이 투철한 어느 부채 공예가가 만들었을 부채살은 지금도 튼튼하고 견고하다. 원래 한지의 품질이 좋은 것이어서 그랬는지 그 오랜 세월 동안 한 번도 부채의 종이를 교체하지 않았다. 옛 선비들은 단오 때에 부채의 종이를 새로 붙이는 것으로 다가올 여름을 대비했다고 하는데, 아직까지도 그 오랜 세월 동안 반듯하게 버텨준 내 부채의 한지가 신통하기만 하다. 내게는 이런 물건이 진정한 명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나는 직장에서 사용하고, 다른 하나는 집에서 사용하고 있다. 요즘도 외출할 때는 가끔 들고 다닌다. 바람을 일으키는 용도와 햇빛 가리개로는 여전히 이만한 물건이 없다. 나중에 부채의 종이가 손상되기라도 하면 <조침문>을 쓴 유씨부인처럼 한지와 그 위에 그려진 동양화를 위한 제문이라도 써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두 개의 부채 중 큰 것은 서류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직장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다. 모자를 쓰지 않을 때 햇빛 가리개로 대단히 유용하다. 
▲ 크기가 작은 부채는 집에서 잠깐 외출할 때 주로 사용한다. 휴대용 선풍기보다 가볍고 쓸모가 더 많아서 자주 찾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