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335

숲 속의 점심 시간

아내와 함께 8월에 가기로 한 스위스 알프스 트레킹을 염두에 두고 서서히 준비하고 있는 요즘이다. 알프스를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산행 능력일 터이다. 이에 대한 훈련을 핑계삼아 아내와 함께 일주일에 한두 차례 이상은 짬을 내어 북한산에 가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북한산 칼바위 능선 끝자락에 자리한 우리 아파트에서는 등산로에 곧바로 진입할 수 있으니 훈련 장소로는 더없이 좋은 환경인 셈이다. 요즘처럼 무더운 한여름날엔 작은 배낭에 간단히 도시락을 챙겨 자락길 주변 잣나무 숲 속의 야외식탁에서 점심을 먹는 게 우리 부부의 소확행이 되었다. 정겨운 산새소리 들려오는 숲 속에서 시원하게 불어오는 솔바람 맞으며 한가로운 점심 시간을 보내고, 무장애 데크길로 조성되어 있는 자락길을 천천히 ..

나의 이야기 2023.07.07

2023 조용필과 위대한탄생 서울 콘서트 - 2023년 5월 13일(토)

평소 공연 보기를 즐기는 딸아이로부터 어버이날 선물로 조용필 콘서트 티켓을 받았다. 요즘엔 광클이다 뭐다 해서 공연 티켓을 구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콘서트는 가고 싶어도 정작 표를 구할 수 없으니 콘서트를 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던 터라 여간 기분 좋은 게 아니었다. 더군다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조용필의 콘서트가 아니던가. 몇 년만에 콘서트에 가보는지 모르겠다.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 들어와 본 지도 어언 30년 가까이 지난 듯하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한결 같은 조용필 노래의 광팬이기에 그동안 대중가수의 콘서트는 거의 조용필 콘서트만 다녔었다. 내 인생과 함께 한 조용필은 다른 가수에게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진한 감흥으로 언제나 나의 심금을 울려 주었기 때문이다. 대중가수로는 처음으로 세종문화..

나의 이야기 2023.05.16

[독후감] 불편한 편의점 1, 2권

안과수술을 받고 퇴원한 후 일주일 동안은 시력을 이용한 활동을 거의 할 수 없었다. 거의 하루종일 침대에 엎드려서 스마트폰을 통해 라디오 방송이나 음악을 듣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중단편 소설을 낭독해 주는 오디오북을 통해 간접적인 독서 경험을 하기도 했다. 눈에 가스를 주입한 망막박리 수술 후에는 안구가 내벽에 잘 붙게 하기 위해서는 가스가 모두 빠지고 생체액이 채워질 때까지 엎드리거나 고개를 숙여야 하는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이 불편한 자세를 일주일 넘게 감수하고 나니 한쪽 눈만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그래서 회복 중의 눈을 위해서 깊은 사고를 요하는 독서보다는 가벼운 읽을거리를 찾았다. 때마침 딸의 책장에 꽂혀 있는 이 눈에 들어왔다. 첫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책 속에 빠져들었다...

나의 이야기 2023.04.01

[독후감]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 에릭 와이너(Eric Weiner) 지음

영국 서섹스대학교 심리학과 데이비드 루이스 박사팀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독서가 가장 좋은 스트레스 해소법이라고 한다. 독서, 산책, 음악 감상, 비디오 게임 등이 스트레스를 얼마나 줄여 주는지를 측정한 결과, 단 6분 정도만 책을 읽으면 스트레스가 68% 감소됐고, 심박수가 낮아지며 근육 긴장이 풀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음악감상, 커피 마시기, 산책 순이고, 비디오 게임으로는 스트레스가 21% 줄었지만, 심박수는 오히려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루이스 박사는 "무슨 책을 읽는지는 중요하지 않으며, 작가가 만든 상상의 공간에 푹 빠져 일상의 근심 걱정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으면 된다"고 밝혔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최근 라디오 방송에서 접한 후로 하루에 단 30분 만이라도 독서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나의 이야기 2023.02.03

2022년 한 해를 돌아보며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으레 등장하는 표현 중의 하나가 "다사다난(多事多難)"이다. 나의 2022년은 여느 해보다 훨씬 더 다사다난 했던 1년이었다는 다소 진부한 표현을 사용하지 않을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 큰 일을 많이 치러야 했던 시간이었다. 여러 가지 일도 많고, 그에 따른 어려움도 많았다. 오랫 동안 살던 아파트 리모델링 공사를 단행했다. 공사 기간 동안 우리 부부는 용산의 한 호텔에서 '한 달 살기'를 했고, 장인어른은 악성 림프종이라는 암 판정을 받으셨다. 11월 말일에 하늘나라로 떠나실 때까지 장인어른의 고통스런 투병 생활과 가족들의 힘겨운 간병이 이어졌다. 슬프고 힘든 일들만 있었던 건 아니다. 장인어른의 장례식 한 달 전인 시월 말에는 아들의 결혼식이 있었다. 장인어른께는 첫 손자여서 유난..

나의 이야기 2022.12.30

아들의 결혼식

지난 주 토요일, 10월 29일에 아들의 결혼식을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 예식장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던 오전 10시 반 즈음에 집안의 휴대폰들이 일제히 비상 경고음을 울렸다. 충북 괴산군에서 규모 4.1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안전 안내 문자였다. 긴장감 속에 잠시 TV 방송을 지켜보니 우려할 만한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듯했다. 결혼식이 취소되는 건 아닌지 순간적으로 아찔했지만 그나마 다행이지 싶었다. 늦은 오후 시간인 4시 40분부터 예정된 결혼식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피로연까지 모든 절차가 사소한 문제 하나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 되었다. 내 입장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가족행사인 아들의 결혼식을 잘 감당할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도와 주신 많은 분들의 애정 어린 손길에 다시금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올리..

나의 이야기 2022.11.03

고향 산책 - 2022년 추석

이번 추석엔 귀성길과 귀경길 모두 극심한 교통체증을 겪어야 했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지 않은 첫 명절이라서 그랬던 모양이다. 명절 연휴가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나이지만 고향집에서 옛 추억을 더듬어 보는 순간은 남다른 감회에 젖게 된다. 오랜만에 고향 마을 주변을 산책해 보았다. 어릴 때 죽마고우 동무들과 뛰놀던 강산은 많이도 변해 있었다. 아직까지는 말년을 고향에 돌아와 보내고 싶은 마음일랑 들지 않는다. 고향산천의 변화된 모습이 내 눈에 그리 좋게만 보이지 않는다는 게 그 이유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법이므로 절대로 고향에 돌아가지 않는다고 단정짓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다. 수구초심이란 말이 괜히 생겨났겠는가?

나의 이야기 2022.09.12

3년 만에 타 보는 비행기 - 2022년 7월 19일(화)

비행기를 타 본 지가 언제였던가?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 해인 2019년 7월의 뉴질랜드 출장길 이후로 오늘이 처음이지 싶다. 그간 3년 동안은 국내선 비행기도 타지 않았었다. 대부분의 업무는 화상회의 시스템이나 이메일 등의 온라인 매체를 통해 이루어져 왔다. 올해부터 서서히 출장길이 트였고, 나도 3박 4일 일정으로 이 곳 제주도에 왔다. 지금은 제주공항 안의 카페에서 호텔로 가는 셔틀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여행이란 반복되는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다. 낯선 세상에서 일상을 새롭게 관조해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래서 여행은 우리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오랜만에 타는 비행기가 반갑기도 하고 낯설기도 했다. 집 앞의 버스 정류장에서 시작하는 공항버스 노..

나의 이야기 2022.07.19

새롭게 꾸민 나의 방

20년 가까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전면적으로 리모델링 했다. 그동안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아서 마냥 미루고만 있었다. 소소한 설비들이 고장나기 시작하여 더이상은 안 되겠다는 판단하에 새롭게 집을 장만한다는 마음으로 결행한 것이다. 많은 것들을 비우고 버려야 했다. 이번 기회에 서재를 전에 딸아이가 쓰던 방으로 옮기고 내가 원하는 모양대로 꾸몄다. 붙박이장과 조립식 앵글을 이용해서 등반 장비들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는 점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다.

나의 이야기 2022.07.15

용산 호텔에서 한 달 살기

2022년 상반기를 돌아보면 예년보다 많은 일들이 있었다. 제일 큰 일 두 가지는 20년 가까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전면 리모델링 하는 공사를 단행했다는 것과 그 공사 기간 중간에 장인어른이 악성림프종이라는 암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5월과 6월에 걸쳐 진행된 4주간의 공사 기간 동안 온전히 집을 비워줘야 했다. 예전엔 흔치 않았던 '보관이사'와 '호텔 한달살기'라는 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용산역과 이동통로로 연결된 호텔에서 4주간을 살았다. 호텔로 거처를 옮겨 열흘 정도가 지난 후, 암 진단을 받게된 장인어른을 용산의 처제집에 모셔야 했다. 호텔에서 지근 거리에 있는 처제집을 오가면서 낮 시간엔 아내가 병간호를 맡았다. 도심 생활을 즐기지 못하는 우리 부부는 여..

나의 이야기 2022.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