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춘클릿지와 의암바위 등반 - 2015년 5월 23일

빌레이 2015. 5. 24. 06:59

돌아오는 월요일이 석가탄신일이다. 직장인들에겐 꿀맛 같은 3일간의 연휴가 시작된다. 새벽 5시에 네 명이 모여 나의 애마를 타고 서울을 탈출한다. 나들이 하기 좋은 호시절인지라 황금연휴에 교통체증을 겪지않고 서울을 빠져나가기 위해 모두가 새벽잠을 마다하고 일찍 집을 나선 것이다. 하지를 향하고 있는 해는 많이 길어져 이른 새벽부터 주위는 환하다. 청평 인근의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해결하고 춘클릿지 출발점에 도착한다. 시간은 아직 7시가 되지 않았다. 의암호반 둘레의 자전거길에서 라이딩을 즐기는 이들이 종종 보일 뿐 바윗길은 고요하다. 몸이 덜 풀린 상태에서 약간 부담스런 첫 피치의 선등에 나선다. 어프로치 할 때는 약간 쌀쌀했으나 첫 피치 확보점에 올라선 후에는 입고온 바람막이 자켓이 갑갑하게 느껴진다. 내 뒤로 한변호사, 기영이 형, 은경이 순서로 오른다.    

 

춘클릿지는 여러 번 오른 루트라서 익숙하다. 등반 할 때마다 색다른 즐거움이 느껴지는 곳이라서 1년에 한두 번은 찾게 된다. 실내 암장에서 꾸준히 운동한 덕택으로 그 어느 때보다 등반이 여유롭고 즐겁다. 예전엔 확실한 홀드를 찾기 위해 더듬거리면서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었다. 이번엔 불확실한 손홀드라도 자신감을 가지고 발동작을 이어나가는 내모습이 스스로도 만족스럽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등반 능력이 조금은 향상된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주말이면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붐비던 춘클릿지길에 우리팀 외에는 아무도 없으니 더욱 평화롭고 즐거운 등반을 이어갈 수 있어서 좋다. 수도권의 모든 등반가들이 설악에서 연휴를 보내고 있는 탓인지도 모를 일이다. 기실 우리도 설악산 등반을 염두에 두고 추진했었으나 서로의 스케쥴이 엇갈리는 바람에 취소했었다.

 

아무 막힘 없이 안전하게 춘클릿지 등반을 마치고 정상에서 점심을 먹은 때는 정오가 막 지난 시각이다. 어느 때보다 천천히 여유 있게 등반했는데도 이른 시간에 등반을 마치고 떡과 빵을 나눠 먹는 순간이 행복하다. 남은 오후 시간은 의암바위 암장에서 즐기기로 하고 하산한다. 암장에도 평소 주말과 다르게 아무도 없이 고요하다. 청단풍이 아름답게 드리워져 그늘진 공터에 돗자리를 펴놓고 우리만의 아지트를 만든다. 등반 후의 노곤함이 몰려온 탓인지 기영이 형은 짧은 낮잠을 청해본다. 가만히 늘어져 있으면 한이 없을 듯하여 자리를 털고 일어나 등반을 시작한다. 예전엔 많은 사람들 때문에 자일을 걸 수 없었던 아지트 앞의 직벽에 있는 '춘클A(5.10b)'와 '춘클B(5.10c)'를 등반한다. 모두들 아직은 하드프리 등반에 익숙하지 않아서 톱로핑 방식으로 오른다. 전에는 오르고 싶은 마음도 갖지 못했던 의암바위였다. 스포츠클라이밍을 시작한 이후로 서서히 자연암벽에서의 하드프리 등반에도 눈길이 가는 변화된 내모습 속에서 성장하고 성숙한다는 것의 의미를 곱씹어 보게 된다.       

 

소크라테스는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 이상으로 잘 사는 방법은 없고, 실제로 잘 되어 간다고 느끼는 것 이상으로 큰 만족은 없다고 했다. 꾸준한 운동의 결과로 조금이나마 등반 능력이 성장했다는 것이 느껴질 때마다 소크라테스의 이 명언이 참으로 통찰력 있는 경구였음을 깨닫게 된다. 오버행 구간이 있고 직벽에서의 미세한 홀드를 찾아야 하는 다소 힘겨운 루트인 '춘클A'와 '춘클B'에서의 등반을 마치고, 우측 벽에 있는 난이도 낮은 루트에서 정리 운동을 하기로 한다. '가을의 전설(5.9)', '소나기(5.9)', 'December(5.10a)' 루트를 차례로 등반하고 오후 5시에 긴 하루의 등반을 갈무리 한다. 새벽부터 이어진 등반 열정으로 하루 동안 보람차게 등반했다는 뿌듯함이 가슴 속에 차오른다. 의암호반의 송어횟집에서 저녁 식사를 맛있게 하고 돌아오는 길에도 예상과 달리 전혀 교통체증을 겪지 않았던 기분 좋은 하루를 최고의 악우들과 보냈다는 것에 감사한다.            

 

1. 의암바위 '춘클A'를 선등하고 있다. 마지막 오버행 구간에서 좌측 벽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2. 춘클릿지 첫 피치 확보점에서 내려다 본 모습.

 

3. 직장인들이 연휴를 즐기기엔 더없이 좋은 화창한 날씨 속의 맞은편 삼악산 모습.

 

4. 셋째 피치 확보점에 있던 쌍볼트가 사라지고 한 개의 볼트만 남아서 바위에 슬링으로 임시 확보점을 만들었다.

 

5. 기영이 형이 셋째 피치를 등반 중이다.

 

6. 셋째 피치 등반을 마치고 기념 사진 한 컷.

 

7. 셋째 피치 확보점에서 클라이밍 다운 중에 과장스런 포즈를 취해본다.

 

8. 춘클릿지의 하일라이트인 넷째 피치 선등을 완료하고 정상에서 손을 흔들어 본다.

 

9. 넷째 피치 확보점에서 아래를 내려다본 모습.

 

10. 넷째 피치는 길이도 40 미터에 이르고 등반성도 좋은 멋진 구간이라는 생각이다.

 

11. 넷째 피치 정상은 주변 풍경까지 수려하다.

 

12. 다섯째 마디는 프리클라이밍과 워킹으로 오를 수 있는 구간이다. 

 

13. 여섯째 마디 확보점에서는 의암호수 위의 붕어섬과 중도가 선명하게 조망된다.

 

14. 여섯째 마디는 홀드 양호하고 짧은 오버행 구간들이 연속된다.

 

15. 미세한 홀드를 찾는 재미가 있는 일곱째 피치를 오르고 있다.

 

16. 은경이가 페이스 구간이 까다로운 '춘클B(5.10c)'를 등반 중이다.

 

17. 기영이 형이 톱로핑으로 '춘클A(5.10b)'를 등반 중이다.

 

18. '춘클A'의 크럭스인 오버행 구간을 등반 중이다.

 

19. 하드프리 등반이 처음인 한변호사가 '춘클A'를 등반 중이다.

 

20. '춘클B'에 자일을 클립한 후 하강 중이다.

 

21. 실내암장에서 볼더링을 열심히 한 기영이 형이 맨 먼저 '춘클B'의 솔루션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