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노적봉 반도길 등반 - 2015년 5월 25일 (석가탄신일)

빌레이 2015. 5. 25. 18:58

부처님 오신 날 우이동 도선사 입구는 이른 아침부터 많은 불자들로 붐빈다. 연휴의 마지막 날을 온전히 즐겨보기 위하여 노적봉 등반을 계획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올 생각에 한 번 가본적이 있는 반도A길을 오르기로 한다. 아침 7시경에 어프로치를 시작하여 도선사를 지나서 용암문으로 향하는 산길에 들어선다. 도선사의 염불 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우렁차다. 스피커의 음량을 한껏 높인 탓에 온 골짜기가 소란스러울 지경이다. 용암문을 넘어서기까지 도선사의 염불 소리는 귀에 거슬린다. 노적봉의 가장자리를 따라 반도길 초입으로 가는 길이 싱그럽다. 수수꽃다리의 꽃향기가 은은하고 산목련이 아름답게 피어있다. 염불 소리 요란한 도선사가 속세이고 상대적으로 고요한 노적봉 밑이 신선들의 영역 같다.

 

반도A길은 볼트가 거의 없이 코바위 우측의 크랙과 침니를 따라 올라가는 자연스런 등반선이 마음에 드는 루트이다. 크랙에 캠을 설치하여 스스로 중간 확보점을 만들면서 진행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설치한 캠은 후등자가 회수하기 때문에 바위에 흔적을 남기지 않게 된다. 클린 등반이라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도 캠을 사용하는 등반 방식이 나는 좋다. 바윗길의 선등은 항상 조심스럽기 마련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가뿐하게 오른다. 반도길의 난이도는 별로 높지 않지만 피치 길이가 제법 길고 등반성이 우수한 편이어서 오르는 재미가 있다. 전체 아홉 마디의 등반을 안전하게 끝내고 노적봉 정상에서 망중한을 즐긴다. 인수봉과 달리 자일 하강의 부담도 없는 노적봉의 바윗길은 상대적으로 번잡스럽지 않아서 좋다. 올해는 더욱 자주 노적봉의 바윗길을 찾을 듯한 예감이 든다. 연휴 동안 이틀을 등반했다는 뿌듯함과 함께 내일부터 새롭게 일할 수 있는 활력을 얻은 듯한 만족감이 남는다.         

 

1. 코바위 우측의 여섯째 마디 초반부의 크랙에 캠을 설치하고 있다. 

 

2. 어프로치 중에 보이는 노적봉의 우람한 자태.

 

3. 함박꽃이라고도 불리는 산목련꽃을 볼 수 있는 기회는 드물다.

 

4. 누군가 반도길 출발점에 절에서 받은 듯한 리본을 올려 놓았다.

 

5. 반도길 출발점에서 올려다본 모습. 중앙의 소나무 위에 있는 코바위 우측 밑으로 등반한다.

 

6. 반도길 첫 피치 확보점이 낡아서 조금 우측 위에 있는 공룡길 확보점을 사용했다. 우리팀 외에는 등반하는 이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7. 코바위 코밑에 있는 셋째 마디 확보점에서 다음 피치를 올려다본 모습이다.

 

8. 셋째 마디 확보점에 있는 큰 소나무 사이로 노적사가 내려다 보인다.

 

9. 초반 세 피치를 내려다 본 모습이다.

 

10. 특이하게 넷째 피치 확보점은 대침니 초입의 바위에 슬링을 감아서 만들어져 있다.

 

11. 반도길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다섯째 피치인 침니를 오르고 있다.

 

12. 침니의 경사각은 생각보다 높지만 홀드와 스탠스가 양호하여 별 어려움 없이 돌파할 수 있다. 

 

13. 다섯째 피치 확보점에서 내려다본 모습이다.

 

14. 여섯째 피치 초입은 디에드르형 크랙으로 양발을 벌려서 지탱하는 스태밍 자세로 오르면 전혀 밀리지 않는다.

 

15. 일곱째 마디는 코바위 끝에서 직상하는 루트와 우측의 크랙으로 오르는 루트가 있는데 우리팀은 우측으로 올랐다.

 

16. 우측 사선 방향으로 뻗은 크랙에 캠을 설치하면서 일곱째 마디를 오르고 있다.

 

17. 일곱째 마디 확보점에서 코바위를 내려다본 모습이다.

 

18. 여덟째 마디를 오르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안부가 나타난다.

 

19. 아홉째 마디를 마치면 노적봉의 서봉 정상 밑이다. 동봉에서 누군가 구성진 목소리로 뽑아내는 듣기 좋은 가락의 민요가 한참 울려 퍼졌다. 

 

20. 먼저 정상에 오른 친구가 찍어준 컷인데... 만세가 아니라 벌을 서고 있는 모습 같다.ㅎㅎ

 

21. 노적봉 서봉 정상의 바위틈을 지나면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의 삼각산 절경이 반겨준다.

 

22. 노적봉 서봉 정상을 지키고 있는 나폴레옹 모자 바위.

 

23. 한여름의 싱그러움이 느껴지는 노적봉 동봉 정상과 그 너머의 만경대 하늘금.

 

24. 숲에는 수수꽃다리 비슷한 하얀 꽃들이 많이 피어 있다.

 

25. 때이른 더위 탓인지 곤충들도 제법 많이 보인다. 

 

26.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도선사의 부처님오신날 풍경을 구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