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철마산 봄꽃 산행 - 2015년 4월 4일

빌레이 2015. 4. 5. 13:22

대지를 촉촉히 적시는 단비가 내렸다. 오남저수지 둘레길을 걸어가는 발걸음이 상쾌하다. 복두산을 오르기 위해 산으로 향한다. 자그마한 골짜기에 봄이 숨어 있다. 돌틈 사이엔 연보랏빛 현호색이 앙증맞게 자리 잡았다. 다른 나무들보다 일찍 새싹이 돋아난 나무의 연두 빛깔 여린 이파리들이 꽃처럼 아름답다. 생강나무는 여기 저기에서 노란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듬성듬성 보이는 분홍빛 진달래꽃과 노란색 생강나무꽃은 숲이 봄으로 물들기 시작했음을 알려준다.

 

복두산 정상의 조망은 지난 3월 초순에 본 것과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맑고 청명하다. 계곡 사이로 흘러내린 봄비를 담아서 몸짓을 불린 오남저수지가 발아래로 펼쳐진다. 저 멀리 서울의 잠실벌을 굽이쳐 흐르는 한강물과 남산 타워까지 잘 보인다. 천마지맥으로 향하는 능선길에서 자주 보이는 진달래는 아직 만개하지 않았다. 분홍빛 꽃터널을 기대했었는데 조금은 아쉬운 기분이다. 하지만 화려하게 만개할 그날을 꿈꾸며 올라온 꽃봉오리의 신선함을 감상하는 맛이 있다. DSLR 카메라 렌즈를 통과하여 뷰파인더에 잡힌 올망졸망한 그 꽃봉오리를 클로즈업 한다. 숨을 참으면서 셔터를 눌러대는 손가락 끝의 촉감이 좋다.    

 

천마지맥길은 바람이 여전히 세차게 분다. 바람의 방향은 3월초의 북서풍과 정반대인 남동풍이다. 춥다는 느낌보다는 시원한 느낌이 더 강하다. 철마산 정상의 조망 또한 일망무제다. 북쪽으로 펼쳐지는 서울의 산자락이 손에 잡힐듯 가깝다. 불암산, 수락산, 도봉산, 북한산의 익숙한 봉우리들을 이렇듯 선명하게 한 눈에 감상하는 경우도 드물지 싶다. 철마산 정상을 지나쳐 내마산으로 이어지는 길 중간에서 노랑제비꽃 군락과 이름 모를 작은 들꽃을 만난다. 절벽 위의 양지 바른 곳에 돋아난 야생난도 보인다. 봄의 전령사 같은 녀석들을 만날 때마다 무릎을 꿇고 최대한 낮은 자세로 촬영에 임한다.

 

비금계곡으로 하산했던 지난 번 산행과는 다른 새로운 길로 내려가 본다. 유난히 따스한 기운이 감도는 헬기장에서 수산리 방향으로 이어진 능선길을 따른다. 이 능선 상에서도 노랑제비꽃 무리가 심심찮게 반겨준다. 생강나무꽃과 진달래꽃은 복두산 능선길을 올라오면서 마주쳤던 것보다 더욱 선명하고 예쁘다. 330-1번 시외버스가 다니는 아늑한 도로변에 자리한 수산리 마을 곳곳엔 이미 봄이 한창이다. 전원주택 안마당엔 꽃잔디가 예쁘다. 어르신들이 모여 계신 마을회관 앞에는 벌써 금낭화가 꽃을 피웠다. 야생에서는 금낭화 꽃을 여름철에나 볼 수 있다. 

 

벚꽃이 만개한 남녘의 봄꽃놀이 축제들이 화려한 모습을 뽐내고 있지만 복잡한 인파 속에서 그 축제를 온전히 즐길 자신이 나에게는 없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야생 속의 봄꽃들을 찾아가 그들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깨닫고 찬미하는 것이 오히려 큰 기쁨이다. 낮은 자세로 엎드려 마주보는 노랑제비꽃, 흰제비꽃, 현호색 등의 들꽃에는 그들 만의 소박한 바램이 담겨 있을 것이다.          

 

1. 복두산 능선에서 철마산 정상을 배경 삼아 클로즈업 한 진달래 꽃봉오리.

 

2. 오남저수지에서 복두산으로 올라가는 계곡에서 만난 현호색.

 

3. 복두산 정상 바로 아래의 양지바른 곳에 만개한 생강나무꽃.

 

4. 복두산 정상의 벤치에서 쉬는 커플의 모습이 아름답다.

 

5. 단비가 내린 후의 복두산 정상 조망은 시원스럽다.

 

6. 복두산에서 천마지맥길로 이어지는 능선의 돌탑 위에 새로운 돌을 얹어본다.

 

7. 진달래꽃 터널을 이룰 것이라 예상했지만 아직은 좀 시기가 이르다.

 

8. 오솔길 양 옆으로 진달래가 모두 만개 한다면 꽃길이 될 것이다.

 

9. 생강나무꽃은 대부분 만개했다.

 

10. 천마지맥길은 아직 완연한 봄이 느껴지지 않는다.

 

11. 철마산 정상에서의 조망이 그 어느 때보다 청명하다.

 

12. 북한산의 인수봉과 백운대, 도봉산의 선인봉, 자운봉 등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13. 철마산 정상 아래는 멋진 바위 절벽이 있다.

 

14. 철마산에서 바라본 천마산 정상부도 아주 가까이 보인다.

 

15. 철마산 정상의 태극기는 여전히 펄럭이고 있다. 바람의 방향이 달라졌을 뿐이다.

 

16. 서울의 4개 산인 불암, 수락, 도봉, 북한산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 천마지맥길이다.

 

17. 수산리 방향으로 하산길을 잡는다.

 

18. 등산로 가까이에 낮게 엎드린 노랑제비꽃의 색깔이 선명하다.

 

18. 이 표지판이 있는 헬기장은 유난히 포근한 기운이 감돈다. 이 곳에서 하산을 시작한다.

 

19. 남양주시 수동면을 가로지르는 수동계곡 건너편은 서리산과 축령산이다.

 

20. 능선에 서 있던 소나무 한 그루가 뿌리채 뽑혔다.

 

21. 점심을 먹으면서 바라본 바위 표면에 자리 잡은 석이버섯. 식용이라지만 채취하지 않는다.

 

22. 쓰러진 나무를 숙주 삼아 자라난 운지버섯이 멋지다.

 

23. 고도를 낮출수록 생강나무꽃도 많이 보인다.

 

24. 계곡의 물소리가 우렁차게 들리는 곳에는 잣나무들도 싱싱하다.

 

25. 사람들에 의해 가꿔진 것 만큼 화려하진 않지만 거친 자연 속에서 보는 꽃들이 더 자연스럽다.

 

26. 화사하게 펼칠 기대감을 안고 있는 진달래 꽃봉오리는 희망을 품고 있다.

 

27. 바윗틈에 뿌리 내린 가녀린 가지의 진달래가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