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에 있는 명지산을 등산하고 학생들의 엠티 장소인 대성리에서 있을 저녁 모임에 참석하기로 한다. 예전 워킹 산행을 주로 즐길 때 몇 번 다녀왔던 명지산이지만 근자엔 가볼 기회가 없었다. 아침 일찍 차를 달려 8시 40분 경에 익근리 주차장에 도착하여 산행을 시작한다. 어제는 한낮에 20도까지 기온이 오르는 날씨로 봄기운은 완연해졌지만 일교차가 큰 날씨였다. 주말 동안은 따스한 날씨가 지속된다는 예보이다. 산 아래 익근리 마을의 아침 공기는 신선하다. 계곡 사이의 승천사 진입로에 들어서서 곧바로 우측의 사향봉 이정표를 따라 산길을 오른다.
이 길은 처음 접하는 코스로 예전에는 등산로 표지가 없었던 곳이다. 잣나무와 낙엽송 숲이 오르막길의 힘겨움을 덜어준다. 양지바른 곳에는 파란 풀들이 쑥쑥 올라오고 있다. 꽃망울을 터트리기 일보 직전의 생강나무와 지저귀는 새소리를 벗삼아 걷다보니 어느새 능선길이다. 능선의 한 쪽 사면은 우리가 올라온 잣나무숲이고 다른 한 쪽으로는 자동차 도로가 이어지는 가평천이 내려다 보인다. 능선길 중간의 평평한 곳에서 잠시 쉬어간다. 고즈넉한 숲속에서 간식을 먹고 스마트폰을 통해 흘러나오는 느린 템포의 발라드곡을 들으며 모닝커피 한 잔을 나눠 마신다. 소중하고 감사한 이 순간 밀려오는 행복감이 천국의 기쁨일 것이다.
능선길을 따라 서서히 고도를 높여가는 오솔길은 걷는 재미가 좋다. 다소 가파른 오르막의 연속이지만 실내 암장에서의 꾸준한 운동으로 약 8 킬로그램의 체중 감량에 성공한 이후로는 된비알을 올라서는 것이 힘겹지 않고 오히려 즐겁다. 주차장에서 사향봉까지의 4.4 킬로미터 구간 중에서 사향봉을 앞둔 1 킬로미터 남짓의 거리는 지나온 길보다 더 멀게 느껴질 정도로 가파른 오르막의 연속이다. 음지 쪽에는 잔설이 남아 있어 미끄러운 구간도 많다. 어느 정도 지쳐갈 무렵 사향봉 정상이 눈앞에 나타난다. 해발 1013 미터를 알리는 정상석 앞의 널찍한 마당바위가 낯설지 않다. 사향봉이라는 명칭은 기억에 없지만 예전에 올라와 본 것은 분명하다. 평상처럼 반반한 바위에 둘러 앉아서 점심을 먹는다. 스마트폰을 통해 노래를 들으면서 땀에 절은 손수건도 햋빛에 널어 말려본다.
사향봉 정상에서 본 명지산 정상은 한참 멀어 보인다. 그래도 눈이 제일 게으르다는 말을 상기하면서 걸음을 재촉한다. 고도가 있어서 그런지 명지산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길은 아직 눈길이다. 아이젠을 착용할 정도는 아니지만 스틱을 사용해도 조심해야할 구간들이 많다. 정상이 1 킬로미터 남은 삼거리에서 잠시 하산 시간을 가늠해본다. 오후 4시까지는 하산을 완료할 생각으로 시간을 확인한다. 부지런히 걸으면 하산 시간에 맞출 것 같다는 판단 하에 정상으로 향한다. 오후 1시 정각 즈음에 명지산 정상에 도착하여 인증샷을 남긴다. 잠시 간식을 먹고 명지폭포가 있는 계곡 방향으로 하산을 서두른다. 계곡이 가까워지자 물소리가 우렁차다. 눈 녹은 물 때문인지 익근리 계곡의 수량은 비온 후처럼 풍부하다. 아무리 바빠도 계곡물에 물은 한 번 담궈야 할 듯하여 탁족도 하고 흙먼지 쌓인 스틱과 등산화를 세척하면서 계곡의 봄을 느껴본다. 물은 얼음처럼 차가워서 손이 얼얼할 정도이지만 힘차게 흘러 내리는 물줄기에서 봄의 생동감이 느껴진다.
계곡을 우측에 두고 임도처럼 이어진 산길 중간에 명지폭포가 있다. 깊게 패인 바위 틈을 따라 흘러내리는 우렁찬 물줄기가 꼭 설악의 비룡폭포를 닮았다. 한여름에도 냉기가 흐를 듯한 폭포 아래의 연못은 검푸른 빛깔로 그 청아함을 자랑하고 있다. 폭포수 옆에는 아직도 한겨울처럼 얼음이 남아 있지만 어느새 춘분을 지나고 있는 이 계절을 이기지는 못할 것이다. 정해진 약속 시간이 있어도 예전처럼 쫓기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오십이라는 나이와 함께 찾아온 여유로움인가 보다. 발걸음은 빨리 하지만 하산길 옆의 승천사 경내를 들러 이색적인 불상도 구경하고 절 앞의 버들강아지도 카메라에 담아 본다. 비록 예정 시간보다 30여 분 지체된 4시 30분 경에 약속 장소인 대성리로 출발할 수 있었으나 오랜만에 찾은 명지산을 온전히 즐기면서 찾아온 봄을 생기 있게 맞이한 듯한 만족감이 남는다.
'국내트레킹'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북천-청계천-광장시장-동대문-낙산공원-삼선교 (2015년 5월 5일) (0) | 2015.05.05 |
---|---|
철마산 봄꽃 산행 - 2015년 4월 4일 (0) | 2015.04.05 |
오남저수지-복두산-철마산-내마산-비금계곡-비월교 (2015년 3월 7일) (0) | 2015.03.08 |
천마산역-천마산-과라리고개-오남호수공원 (2015년 2월 28일) (0) | 2015.03.01 |
상계역-불암정-정상-석천암-불암사-천보사-학도암-상계역 (2015년 2월 20일) (0) | 2015.0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