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당고개역에서 남양주시 오남읍으로 가는 10번 시외버스에 오른다. 지난 주 천마산 산행을 마치고 귀가하던 길에 처음으로 타보고 천마지맥을 오를 때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겠다 싶었던 버스이다. 주말의 아침 시간이라 그런지 교통 정체가 전혀 없다. 8시 10여분 전에 당고개역을 출발한 버스는 8시 30분이 채 못된 시각에 오남저수지 입구 정류장에 도착한다. 저수지 둑방에 접근하는 길이 지난 주에 하산할 때보다 가깝게 느껴진다. 체력이 있을 때와 소진되었을 때의 거리감이 다르기 때문이리라. 오남저주지 제방 좌측의 산길로 접어든다. 일주일 전에 눈여겨 봐 두었던 곳이다. 호수를 우측에 두고 능선을 따라 이어진 숲속의 오솔길을 걷는 기분이 상쾌하다.
산책하기 더 없이 좋은 드넓은 흙길을 따라 여유롭게 걷는다. 어느새 복두산 정상이다. 호수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전망이 일품이다. 산 아랫마을 사람들의 아침 운동 장소로 제격인 듯한 분위기의 정상이 친근하다. 복두산 정상에서 천마지맥길로 이어지는 지능선은 좁다란 오솔길이다. 복두산까지 올라온 길보다 더욱 호젓한 기분이 전해지는 이 길을 걷다보니 비로소 깊은 산 속에 들어와 있다는 행복감이 밀려온다. 우측의 천마산과 좌측의 철마산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철마산 방향을 따른다. 지금까지 걸었던 천마지맥길 방향과는 반대로 걸어보는 맛이 새롭다. 700 미터 남짓의 산길이지만 주변보다는 고도가 높은 까닭인지 지맥길 곳곳엔 아직까지 잔설이 남아 있다.
철마산 정상에서 따사로운 햇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간식을 먹는다. 아침엔 영하 1도의 기온이었으나 어느새 영상 10도 정도로 오른 듯한 날씨에 사방은 봄기운이 완연하다. 철마산에서 주금산까지 갈 생각으로 길을 나선다. 철마산 북봉인 내마산까지 가는 2.2 킬로미터 거리의 산길은 응달진 곳이 얼어 있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걸을 만하다. 내마산 정상의 벤치에 앉아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오는 김현식의 노래를 들으며 여유롭게 점심을 즐길 때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내마산에서 주금산 방향으로 이어진 내리막 길은 거의 모든 곳이 얼어붙은 눈길이어서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양지 쪽은 눈이 전혀 없기 때문에 아이젠을 사용하지 않고 스틱 만으로 버티면서 진행하다가 안 되겠다 싶어 결국엔 아이젠을 착용한다. 좀 더 일찍 맘 편하게 아이젠을 착용 했어야 옳았다는 생각이 든다.
행여나 봄꽃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오랜만에 다소 무거운 DSLR 카메라까지 챙겨 왔다. 하지만 눈길이 계속 이어지는 산길에서는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신경쓰며 걷는 바람에 산행의 즐거움을 만끽할 겨를이 없다. 굳이 이러한 상태로 주금산까지 갈 이유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봄볕이 유혹하는 비금계곡 방향으로의 탈출을 결정한다. 천마지맥을 벗어나는 갈림길에서 한참을 쉬어간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산줄기의 마루금에서 순도 높은 햇볕 바라기를 한다. 아이젠도 눈에 씻은 후 나뭇가지에 걸어서 말린다. 청아한 공기 속에서 다 듣지 못한 김현식의 노래를 들으며 차 한 잔의 여유를 부려본다. 집 근처의 카페나 공원 잔디밭에서 즐기는 일광욕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순수한 자연 속의 휴식은 산행에서 특별히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다.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는 귀하고도 달콤한 사치인 것이다. 천마지맥 주변의 산세와 지리는 익숙하고 시간도 벌었으니 더욱 여유로워진 마음 속에서 천천히 비금계곡을 향해 내려간다.
잣나무와 낙엽송 군락이 이어진 하산길은 내딛는 발끝에 부드러운 촉감이 전해질 정도로 푹신하다. 봅슬레이 경기장처럼 유자형으로 패인 구불구불한 오솔길에 나뭇잎들이 켜켜히 쌓여 있는 까닭에 마치 스폰지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이다. 딱다구리 종류인 듯한 새의 이상한 울음 소리에 비슷한 소리로 화답하면서 반응을 살피는 익살도 부려보면서 천천히 하산한다. 처음으로 계곡물을 만난 곳에서 스틱을 정리하고 손을 씻는다. 그리 차갑지 않은 물의 느낌이 좋다. 양지바른 물가엔 개구리 알이 한 움큼 모여 있다. 생강나무에서 조만간 꽃망울을 터트릴 것 같은 모양새를 보기는 했지만 점액질로 한 덩어리를 이루고 있는 이 개구리 알에서 처음으로 봄을 실감하게 된다.
비금계곡은 주변 숲이 울창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넓고 깊다. 계곡을 벗어난 산길은 잣나무 숲으로 이어진다. 잘 가꾸어진 숲 속에서 직선으로 곧게 뻗은 정갈한 잣나무 사이 사이를 산책하듯 걷다보니 산행의 피로감은 어느새 말끔히 사라지는 기분이다. 숲을 벗어난 곳에는 오토캠핑장이 있고, 주금산과 축령산 일대를 산행할 때 이용하곤 했던 330-1번 좌석버스가 다니는 387번 지방도가 곧바로 이어진다. 지난 주에 천마산을 내려올 때처럼 마을길이 어느 정도 이어질 것이란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아주 가까운 곳에 비월교 버스정류장이 있고, 얼마 기다리지 않아 버스에 올라탈 수 있었다. 횡재한 기분이다. 따스한 봄볕과 함께 솦속의 오솔길을 여유 있게 걸었던 행복한 하루였다. 개강으로 분주했던 한 주간이 차분하게 제자리를 잡는 듯하다.
1. 처음으로 올라본 복두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오남저수지.
2. 오남저수지 둑에서 복두산으로 오르는 길은 산책하기 좋은 흙길이다.
3. 복두산 정상 코앞에서 만난 이정표.
4. 복두산 정상엔 멋들어진 소나무가 터줏대감처럼 자리하고 있다.
5. 복두산 정상에서 천마지맥길로 가는 길을 알려주는 이정표.
6. 천마지맥길에 세워진 복두산 삼거리 이정표.
7. 철마산 정상 바로 앞의 삼각점에서 한 컷 남겨본다.
8. 철마산 정상 직전의 삼각점 표지.
9. 철마산 정상은 철마부대에서 설치한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다.
10. 조망 좋고 양지바른 철마산 정상에서 간식을 먹으며 쉬어간다.
11. 철마산 북봉인 내마산 정상에서 바라본 축령산과 수동면 일대.
12. 예전에 하산한 기억이 있는 팔야리 방면은 눈길이다.
13. 팔야리와 비금계곡으로 탈출할 수 있는 지점은 다산길 10코스에 속한다.
14. 햇빛 좋은 갈림길에서 눈에 씻은 아이젠을 말리면서 한참을 놀아본다.
15. 지금은 앙상한 가지 뿐이지만 얼마 안 있으면 새순이 돋을 것이다.
16. 햇빛 바라기를 하던 곳 바로 앞에 버티고 서 있던 굴참나무 껍질이 인상적이다.
17. 비금계곡에서 처음으로 맑은 물을 만나서 손을 씻어 본다.
18. 계곡물 한켠의 양지 쪽엔 개구리 알이 부화를 기다리고 있다.
19. 계곡 한 가운데의 바윗틈에 뿌리를 박고 있는 소나무의 생명력이 돋보인다.
20. 계곡을 벗어난 길 끝자락에서 잣나무 숲이 반겨준다.
21. 잘 가꾸어진 잣나무 숲 속을 거니는 것 만으로도 산행의 피로가 풀리는 듯하다.
22. 아마도 캠핑장의 손님들을 위한 이정표인 것 같다.
23. 하산길의 끝에는 오토캠핑장이 있다.
24. 산길이 끝나는 곳에서 백미터도 넘지 않은 곳에 비월교 버스정류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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