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천마산역-천마산-과라리고개-오남호수공원 (2015년 2월 28일)

빌레이 2015. 3. 1. 17:06

경춘선 전철에 천마산역이 생기고 난 이후 처음으로 천마산을 찾는다. 전철에서 내려 곧바로 산행을 시작할 수 있으니 편리하다. 천마산역에서 마석 시내를 우측에 두고 안내 표지판을 따라 산에 오른다. 낙엽송 군락이 숲을 이루고 있는 초입을 지나 잘 단장된 묘지의 한 켠에서 모닝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여유를 부려본다. 산길 우측으로는 숲을 가꾸는 공사가 한창인지 나무가 모두 베어진 나대지에서 중장비 소리가 간간히 들린다. 능선에 올라서서 정상을 향해 걷는다.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불고 북사면은 아직까지 하얀 눈이 덮여있다. 남양주 시청 방향으로는 슬로프에만 하얀 인공설이 쌓여 있는 스키장의 모습이 생경하게 보인다. 쉴만한 장소가 많은 산길이다. 군데군데 멋진 자태의 소나무가 반겨주는 능선길에서 간간히 쉬면서 여유를 잃지 않고 정상을 향해 오른다.

 

태극기가 힘차게 펄럭이고 있는 정상은 제법 많은 산객들이 정상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 찍느라 붐빈다. 복잡한 정상에서 머무르지 않고 천마지맥길을 따라 전진한다. 철마산과 주금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로 내려서는 곳은 눈길 낭떨어지다. 눈이 쌓인 일반 등로를 버리고 양지 쪽의 바윗길을 타고 내려온다. 험한 길이지만 릿지 산행의 추억을 떠올리며 바위를 타는 재미가 괜찮다. 바위지대를 벗어나도 계속되는 눈길이어서 아이젠을 착용한다. 여기서부터는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아서 호젓한 길이다. 서울 근교에서는 이른 봄에 야생화를 만날 수 있는 곳이 천마산이다. 내심 기대하고 과라리고개에서 오남저수지 방향으로 하산하지만 계속되는 눈길이라서 봄꽃에 대한 생각은 접기로 한다.

 

계곡 옆의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는다. 화이트 와인 몇 잔을 곁들이니 기분이 좋아진다. 적절한 취기에 달뜬 내 모습이 이태백 부럽지 않다. 산에서는 거의 술을 먹지 않지만 워킹 산행 시에는 가끔 적당량을 마시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듯하다. 산행의 안전과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술 한두 잔은 긴장을 풀어주고 피로를 잊게 해주는 기능이 있어 괜찮다는 생각이다. 디저트로 쿠키와 따뜻한 커피까지 한 잔 하고 나니 자연 속에서 맑은 공기와 함께 진수성찬을 즐긴 기분이다. 야생화 촬영을 나왔다가 실망하고 돌아서던 할아버지 한 분이 우리를 부러운 듯 쳐다보신다. 서로 야생화에 대한 정보를 주고 받으며 인삿말을 주고 받는다.

 

천마산의 깊은 골짜기는 마을이 가까워질수록 맑은 물이 흘러 내린다. 봄꽃의 흔적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지만 눈과 얼음 사이로 흘러 내리는 계곡의 물소리는 봄이 멀지 않음을 알려주고 있다. 계곡을 따라서 팔현리 마을을 지나면 오남저수지가 나온다. 오남호수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최근에 깨끗히 단장된 모습이 좋아서 호수 둘레로 나있는 산책로를 따라서 걸어본다. 뚝방 근처에는 아직 얼음이 남아 있지만 호수의 절반 정도는 파란 물빛을 드러내놓고 있다. 얼음과 물이 경계를 이루고 있는 곳에서 옹기종기 모여 있는 철새들의 모습이 이채롭다. 저수지 뚝방에 설치된 데크에서 올려다본 천마산은 북사면에 아직 하얀 눈이 덮여 있다. 마을로 내려와서 오남저수지 입구의 버스정류장에서 10번 버스에 올라탄다. 상봉역과 퇴계원 방향으로 가지 않고 청학리를 거쳐 당고개역까지 편하게 올 수 있는 이 버스를 이용한다면 천마지맥을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