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를 많이 한 날은 피곤함이 몰려온다. 그래서 다음 날은 일부러 늦게 출근한다.
늦은 출근을 즐기며 식탁에 앉아 한껏 게으름을 피워본다. 오전의 햇살을 받아 밝게 빛나는 베란다를 바라본다.
봄볕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밝아진다. 도시의 봄은 아파트 베란다로부터 시작되는 듯하다.
밝은 햇살 속에서 연초록의 새잎을 피워낸 소사나무가 빛나고 있다.
아직까지 나목의 부끄러움을 가리지 못한 야외의 나무들과는 대조적이다.
무성한 잎이 생동감을 안겨준다. 여린 새잎의 반투명 빛깔은 까닭모를 애잔함이다.
소사나무의 아름다운 순간을 담기 위해 카메라로 몇 컷 찍어본다. 십 년이 훨씬 넘은 세월을 우리 가족과 함께 한 소사나무이다.
아내의 말에 의하면 내가 고 김대중대통령의 취미인 화초가꾸기를 흉내내고자 어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산 것이란다.
화초가꾸기에 별 재능이 없는 우리 집에 들어와 분갈이 한 번 해준 것 빼고는 변변한 대접을 받지 못하면서도
잘 자라나 해마다 봄을 알려주는 소사나무가 든든하고 고맙게 느껴진다.
1. 우리집 베란다의 소사나무 분재는 벌써 잎이 무성하다.
2. 연두색으로 시작한 빛깔은 초록이 점점 짙어질 것이다.
3. 별로 특별하지도 않고 값이 나가지도 않는 분재이지만 항상 새봄을 알려주는 소사나무는 십여 년 넘게 우리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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