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팔공산 춘설에 관한 단상 - 2013년 4월 20일

빌레이 2013. 4. 22. 21:17

 

때 늦은 팔공산 춘설

 

팔공산 팔부능선 소나무 숲 속에 들어앉은 무인산장

고즈넉한 산장의 아침이 열린다

두툼한 다운침낭 속의 온기가 좋아 경계 없는 사색에 잠긴다

새 소리 바람 소리 눈발 날리는 소리

 

사월 하순으로 접어드는 봄날이건만

때 늦은 함박눈 염치 없이 흩날린다

봄을 시샘하는 눈발이 반가울 리 없다

진달래 꽃봉오리 차오르다 말겠다

노란 양지꽃 가녀린 그 모습 사그러들까 걱정이다

 

백 년 넘게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우직한 소나무에겐

때 늦은 눈발 쯤이야 새로울 것도 없다

허둥대는 지각생 보듯 무심히 넘길 일이다

 

해마다 새롭게 어김없이 피어나는

봄꽃의 생명력을 배울 일이다

살아있음은 변화하는 것

변하지 않는 것엔 생동감도 생명도 없다

 

항상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소나무를 보면서

변하는 세상 속에서도 항상성을 간직해야 하는

소중한 가치가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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