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늦은 팔공산 춘설
팔공산 팔부능선 소나무 숲 속에 들어앉은 무인산장
고즈넉한 산장의 아침이 열린다
두툼한 다운침낭 속의 온기가 좋아 경계 없는 사색에 잠긴다
새 소리 바람 소리 눈발 날리는 소리
사월 하순으로 접어드는 봄날이건만
때 늦은 함박눈 염치 없이 흩날린다
봄을 시샘하는 눈발이 반가울 리 없다
진달래 꽃봉오리 차오르다 말겠다
노란 양지꽃 가녀린 그 모습 사그러들까 걱정이다
백 년 넘게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우직한 소나무에겐
때 늦은 눈발 쯤이야 새로울 것도 없다
허둥대는 지각생 보듯 무심히 넘길 일이다
해마다 새롭게 어김없이 피어나는
봄꽃의 생명력을 배울 일이다
살아있음은 변화하는 것
변하지 않는 것엔 생동감도 생명도 없다
항상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소나무를 보면서
변하는 세상 속에서도 항상성을 간직해야 하는
소중한 가치가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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