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아내와 둘이서 영화 두 편을 관람했다. 1월 1일엔 한국영화 <타워>를 보았고, 일요일인 오늘 오후엔 할리우드 영화 <레미제라불>을 감상했다. 두 영화의 공통점이라면 스토리가 뻔하다는 것이다. 고층빌딩에서 발생한 화재를 다룬 재난 영화인 <타워>의 줄거리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것이었고, 실제 영화 내용도 예상을 거의 빗나가지 않았다. 장발장 이야기로 잘 알려진 <레미제라불>의 줄거리 또한 익숙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영화는 충분히 감상할만 하다.
한국영화 <타워>는 요즘 같은 강추위에 부담없이 볼만한 영화이다. 보는 이들까지 뜨거울 정도로 불이 화면을 가득채우는 것은 물론이고 내용 또한 가족의 사랑을 담고 있으니 따뜻한 영화이다. 컴퓨터그래픽이 수준급이라는 것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영화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나는 영화 보는 동안 시계를 확인하지 않으면 괜찮은 작품으로 평가한다. 그런 면에서 <타워>는 충분히 괜찮은 영화이다. 시종일관 긴장감을 놓을 수 없이 집중하게 만든다. 작품성은 잘 모르겠지만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들이 부럽지 않을 정도라는 생각에 한국영화에 대한 은근한 자부심도 갖게한다. 이러한 영화는 수출에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생각이다.
할리우드 영화 <레미제라불>은 뮤지컬 영화이다. 거의 모든 대사가 실제 뮤지컬처럼 노래로 이루어져 있다. 할리우드 영화 같지 않은 느낌도 있다. 젊은 배우들의 가창력은 상당히 좋아 보이지만 장발장 역을 맡은 휴잭맨의 목청은 상대적으로 왜소해 보인다. 영화 중간에 시계를 한 번 확인한 것을 보면 시선을 고정시킬 만큼의 흡인력을 주지는 못한 것 같다. 예전에 보았던 장폴 벨몽도 주연의 프랑스 영화 <레미제라불>에 대한 인상이 워낙 강해서 상대적으로 집중하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지루하게 느낄 사람도 많을 듯하다.
스마트폰으로 영화관의 좌석까지 예약하고 가니 여러모로 편리하다. 이러한 편리함의 이면엔 스마트폰 미사용자에 대한 차별이 존재한다. 아직까지는 현장 매표가 병행되고 있으나 어느 순간 사라져버릴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마이너리티에 대한 배려가 거의 없는 우리네 현실이 가끔은 레미제라불에 나오는 어두운 장면들을 연상케 한다. 돈암동의 극장에서 나오면 성북천을 산책하기가 좋다. 청계천처럼 복원된 성북천을 따라 삼선교까지 걸어가면 맛있는 빵집이 있다. 두 번의 영화 관람 때마다 우리 부부는 똑같은 루트를 돌아 빵을 사왔다. 프랑스식 바게트와 독일식 빵 등을 특별히 맛있게 만드는 그 집에서 오늘도 빵을 사와 저녁식사를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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