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인생을 다룬 이야기나 자서전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감동은 의외로 크다.
사람마다 다른 삶이 있지만 모든 삶이 위대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우리는 위인전이란 걸 읽어왔다.
하지만 학교에서 권장했던 위인전에 감동한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위인의 삶을 다룬 책 중에서 감명 깊게 읽었던 것 중 기억에 남는 몇 권이 있다.
<간디 자서전>, <닥터 노먼 베쑨>, <반 고흐, 영혼의 편지>, <백악관을 기도실로 만든 대통령>,
소설 <칼의 노래>, 소설 <목민심서>, 소설 <초의> 등이다.
나는 이제 이러한 책의 반열에 헤르만 불의 명저 <8000미터 위와 아래>를 올려 놓고 싶다.
헤르만 불은 낭가 파르바트를 셀파 없이 단독으로 초등한 사람이다.
영국 원정대의 힐러리가 셀파와 같이 에베레스트를 초등했던 직후의 일이다.
일반인들에겐 히말라야 고봉을 오르는 것이 뉴스 거리이다.
그렇지만 등산계의 강호엔 수많은 고수들이 존재한다.
당대 강호의 최고수는 헤르만 불이었을 것이란 사실을 책 속에서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정작 불 자신은 겸손하게 등반 기록을 적어나갔을 뿐이다.
<8000미터 위와 아래>는 낭가 파르바트 원정기는 아니다.
히말라야 원정기는 마지막 10 퍼센트 정도의 분량이다.
나머지 대부분은 불이 알프스의 암벽을 오르내리는 얘기이다.
고산을 오르기 위해 치밀한 준비를 한 것도 아니다.
산에 가고 싶어서, 암벽을 오르고 싶어서 마음이 시키는대로 행동했던 사나이가 헤르만 불이다.
헤르만 불은 1924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태생으로 33세에 히말라야에서 죽었다.
이 책은 그의 나이 29세 때 출판되었다.
그 젊은 나이에 이런 명작을 썼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가 내세울만한 학력을 가진 것도 아니다.
등산을 지극히 좋아하고 철저한 등반 준비 정신이 이러한 명작의 원동력이었다고 생각된다.
또한, 대단히 지성적인 등반가였던 알버트 머메리를 흠모하는 그의 마음가짐도 한 몫 했을 것이다.
근래에 이 처럼 탄탄한 리얼리티와 감동을 준 책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마음이 움직이면 생각을 정리하고 신속히 행동에 옮기는 불(Buhl)의 불 같은 열정이 그립다.
내 삶에서 영원히 잊히지 않을 책을 만났다는 것에 감사한다.
개인적으론 알프스 영봉을 넘나드는 헤르만 불의 여정에 내가 알던 지명들이 많아서 재미가 더했다.
유럽에 머물러 있을 때, 나는 프랑스, 이태리, 스위스, 오스트리아, 독일에 걸쳐 있는 알프스의
구석 구석을 가본 적이 있다. 물론 자동차와 기차, 케이블 카 등을 이용한 관광 차원이었다.
하지만, 인스브루크, 샤모니, 돌로미텐, 뮌헨, 베르너 오버란트 등의 명칭에서
향수 비슷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그 곳에 배낭 메고 등산화 신은 몸으로 준비 잘해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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