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발목 수술 후의 첫 산행 - 예봉산 (2011년 9월 17일)

빌레이 2011. 9. 18. 02:19

배낭 메고 산에 오른 것이 언제였던가? 발목 골절 수술 후 처음으로 배낭 메고 친구들과 산에 올랐다. 그동안 간간히 둘레길을 걸어보며 발목 상태를 점검한 적은 몇 차례 있었다. 하지만 예전처럼 친구들과 즐기던 주말 산행을 하지 못한 건 만 5 개월이 훌쩍 넘었다. 아직 평지에서도 절룩거리는 다리를 가지고 산에 오른다는 게 많이 망설여졌으나, 자꾸만 가라앉는 몸과 마음을 추스려야 한다는 생각에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산에 올라보기로 했다.

 

금요일에 친구들과 예봉산에 간다는 약속이 정해지자 심신에 조금은 생기가 도는 것 같았다. 어릴적 소풍을 앞둔 날 같은 설레임과 함께 약간의 어색함과 부담감이 교차하는 복잡한 심경이었다. 퇴근해서 벽장 속에 박혀 있던 배낭을 꺼내어 간단히 짐을 꾸리니 비로소 산에 가는구나 하는 실감이 난다. 토요일 아침에 해식이와 은경이가 나를 픽업하러 와주니 친구를 만난 반가움과 함께 고마운 마음이 일렁인다. 팔당2리 쪽에서 출발하여 철문봉 방향 능선을 시작으로 예봉산을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오는 코스를 잡고 산행을 시작한다.

 

중학교 동창생 친구들 일곱 명이 함께하니 마음이 푸근하고 좋다. 해식, 은경, 정신, 인천, 용대, 순예, 그리고 나. 평소라면 세 시간 반이나 네 시간 정도면 넉넉할 수 있는 산행 거리를 느림보처럼 걸어 다섯 시간 정도 걸렸다. 다리 아픈 나를 배려해주는 친구들이 자주 쉬면서 그동안 못다한 얘기꽃을 피우느라 산행 내내 힘든줄 몰랐다. 오르막은 그런대로 괜찮았으나 내리막길은 훨씬 힘들게 느껴진다. 스틱으로 몸의 하중을 분산시키며 내려오니 하산길도 견딜만 했다. 부상 당하기 전 재빨리 다니던 산길을 천천히 내려오자니 처음엔 좀 답답했으나, 내리막길도 숨이 벅차 힘든 오르막길이라 생각하니 받아들일만 했다. 내리막길은 힘들지 않다는 고정관념을 바꾸니 괜찮아지는 것 같다. 남과 달리 자신에게만 힘들고 어려운 것일지라도 생각하기 나름이다. 받아들이고 순응하다보면 새로운 것을 얻게 된다.

 

하산 후 간단히 감로주 한 잔으로 목을 축이고 해식이와 정신이의 제안으로 모두 한강 둔치로 이동했다. 뚝섬유원지에 있는 인공암벽에서 오름짓을 즐기는 친구들을 구경하니 기분이 묘하다. 하고싶은 맘과 부상에 대한 공포가 뒤섞인다. 친구들 모두 잔디밭에 둘러앉아 시원한 강바람 맞으며 정다운 얘기 주고 받으니 젊은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상쾌한 기분이다. 오랜만에 만나도 엊그제 만난 것 같이 어색함이 없으니 친구가 좋다.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 속에서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는 친구들이 있어 고맙고 행복하다.

 

 

1. 등산 초보의 자세로... 새롭게 오른 예봉산에서 증명사진도 남겨보고... 스마트폰으로 정신이가 촬영..

 

 

2. 뚝섬유원지의 인공암벽... 자연 바위와 많이 다르지만... 건강을 위한 운동엔 좋을 것 같다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