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자전거 타기 (우이천-중랑천-한강-청계천-정릉천)

빌레이 2011. 9. 23. 21:51

어젯밤 늦게까지 특허 문서 하나를 끝내느라 힘이 좀 들었다. 날이 갈수록 연구에 전념하는 게 힘들어진다.

오전엔 대학원 학생들 논문지도가 예정되어 있었다. 아침에 학생들을 찾으니 없다. 예전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우리가 학생일 시절에는 지도교수가 약속한 시간을 대학원생이 어긴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늦게온 대학원생 논문을 지도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교육대학원생이 지도 받고 싶다고 불쑥 찾아온다.

오후에 오라고 하니 그때는 자기가 바빠서 안 된다고 한다. 요즘은 학생들이 교수보다 더 바쁜 모양이다.

 

그렇쟎아도 여러모로 스트레스가 쌓여있던 차에 학생들마저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주니 연구실 자리 지키기가 싫어진다.

일찍 퇴근하여 자전거 타고 시원한 바람이나 쐬기로 한다. 고지대인 집에서 자전거 도로가 이어진 곳까지 어떻게 갈까 망설인다.

우선 수유리역 쪽으로 방향을 잡고 천천히 내려가본다. 강북의 도로는 차도나 인도 모두 잘 정돈되지 않아서 자전거 타기 불편하다.

이면도로나 골목길을 이용하면 조용하고 타는 재미도 좀 느낄 수 있다. 평소의 방향 감각으로 골목길을 따라서 우이천에 이른다.

우이천 둔치의 자전거 전용 도로에 들어서니 비로소 신나게 달릴 수 있다. 이대로 한강까지 쭉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자전거 도로는 석계역 못미치는 곳에서 끊긴다. 다시 골목길과 복잡한 석계역 주변을 돌고 돌아 중랑천에 진입한다.

 

중랑천 자전거 도로는 듣던대로 훌륭하다. 코스모스도 피어있고 갈대군락도 있으니 가을 기분이 제대로 느껴진다.

군데군데 공사 구간이 있는 걸 제외하면 쾌적한 환경이다. 중간에 잠시 쉬면서 물도 마시고 폰카도 찍어본다.

한강까지 자전거 도로가 이어져 있으니 여간 좋은 게 아니다. 동호대교 근처까지 갔다가 돌아온다. 무리해서 좋을 일이 없다.

집으로 돌아오는 루트는 청계천과 정릉천을 따라 오는 길이다. 청계천을 타고 가다 동대문구청 부근에서 밖으로 나와야한다.

정릉천변의 자전거 도로도 잘 조성되어 있다. 건천이라서 하수 냄새가 좀 난다는 점이 거슬린다.

정릉천의 자전거 도로는 월곡램프에서 끝난다. 다시 인도와 차도를 적절히 갈아타면서 천천히 집으로 돌아온다.

생각했던 것 보다는 괜찮은 라이딩이었다. 세시간 반 정도가 소요된 자전거 타기로 스트레스는 말끔히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