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리(valley, 계곡)와 캐니언(canyon, 협곡)을 구분짓는 기준은 갈라진 골짜기의 폭(가로 길이)과 깊이(세로 길이) 중 어느 것이 더 큰가에 있다. 깊이보다 폭이 더 크면 밸리, 그 반대인 경우는 캐니언이라 한다. 고쥐(gorge)는 캐니언 중에서도 목구멍(throat)처럼 특별히 폭이 좁은 지형을 일컫는다. 인천공항에서 출국하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윤선생님께서 알려주신 깨알 상식이다. '2024 요세미티 원정대'의 첫 번째 등반지는 오웬스리버고쥐(Owen's river gorge)였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지형인 오웬스리버고쥐를 처음 본 순간 비로소 미국땅에 왔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시에라네바다 산맥 아래에 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벌판에 마치 지진으로 땅이 갈라진 것처럼 움푹 패인 협곡이 구불구불 길게 이어진 형상은 난생 처음 접한 풍광으로 다분히 이국적인 모습이었다.
오웬스리버고쥐는 비숍(Bishop) 지역에 속한다. 볼더링의 성지로도 유명하여 클라이머들에게는 낯익은 지명인 비숍은 로스앤젤레스(LA)에서 395번 고속도로(freeway)를 북으로 달려 모노호수(Mono lake) 인근의 리바이닝(Lee Vining)에서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진입하는 여정의 중간 즈음에 통과하게 되는 작은 도시이다. 우리 원정대는 LA에서 요세미티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 각각 한 차례씩, 두 번을 오웬스리버고쥐에서 등반했다. 6월 28일 늦은 오후 시간에 LA에 도착한 후 밤길을 한참 달려 요세미티로 향하는 중간 지점인 크롤리레이크 캠핑장에서 숙박하고, 6월 29일에 캠핑장에서 가까운 오웬스리버고쥐를 찾아가 그늘진 두 사이트에서 등반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떠나는 날이었던 7월 7일엔 크롤리호수 인근의 프렌치캠프그라운드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오후 시간에 오웬스리버고쥐의 처음과는 다른 사이트에서 등반했다.
오웬스리버고쥐의 양쪽 절벽엔 수많은 스포츠클라이밍 루트들이 개척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해가 비치는 방향에 따라 그늘진 사이트를 찾아 다닐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었다. 등반이 끝나고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만년설이 녹아서 협곡 사이로 흐르는 차가운 시냇물 속에 발을 담그고 몸을 씻던 순간의 짜릿한 쾌감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암벽화에 짓눌린 발의 피로와 등반할 때 몸에 붙은 먼지를 일순간에 날려버리는 개운함을 맛볼 수 있었다. 오웬스리버고쥐의 암벽에서 우리가 등반했던 사이트와 루트를 윤선생님께서 다음과 같이 정리해 주셨다. 별점(*)은 가이드북에 표기된 인기도를 의미한다.
◈ 6월 29일(토) 오전, 'Social Platform' 사이트 : (1) Expressway 5.11b***** (2) Darshan aka Ripoff 5.12b***** (3) Spinal Fracture 5.11a***. ◈6월 29일(토) 오후, 'Pub Wall' 사이트 : (1) Abitarot 5.10a**** (2) Abitafun 5.9**** (3) Not Too Stout 5.7**. ◈ 7월 7일(일) 오후, 'All You Can Eat Cliff' 사이트 : (1) Cinderella 5.9**** (2) Step Right Up 5.8** (3) Crotalulsley Challenged-Extention 5.10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