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해외등반여행

[2024 미국 서부와 요세미티 등반여행 - 1] Owen's River Gorge

빌레이 2024. 7. 18. 10:30

 

밸리(valley, 계곡)와 캐니언(canyon, 협곡)을 구분짓는 기준은 갈라진 골짜기의 폭(가로 길이)과 깊이(세로 길이) 중 어느 것이 더 큰가에 있다. 깊이보다 폭이 더 크면 밸리, 그 반대인 경우는 캐니언이라 한다. 고쥐(gorge)는 캐니언 중에서도 목구멍(throat)처럼 특별히 폭이 좁은 지형을 일컫는다. 인천공항에서 출국하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윤선생님께서 알려주신 깨알 상식이다. '2024 요세미티 원정대'의 첫 번째 등반지는 오웬스리버고쥐(Owen's river gorge)였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지형인 오웬스리버고쥐를 처음 본 순간 비로소 미국땅에 왔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시에라네바다 산맥 아래에 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벌판에 마치 지진으로 땅이 갈라진 것처럼 움푹 패인 협곡이 구불구불 길게 이어진 형상은 난생 처음 접한 풍광으로 다분히 이국적인 모습이었다. 

 

오웬스리버고쥐는 비숍(Bishop) 지역에 속한다. 볼더링의 성지로도 유명하여 클라이머들에게는 낯익은 지명인 비숍은 로스앤젤레스(LA)에서 395번 고속도로(freeway)를 북으로 달려 모노호수(Mono lake) 인근의 리바이닝(Lee Vining)에서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진입하는 여정의 중간 즈음에 통과하게 되는 작은 도시이다. 우리 원정대는 LA에서 요세미티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 각각 한 차례씩, 두 번을 오웬스리버고쥐에서 등반했다. 6월 28일 늦은 오후 시간에 LA에 도착한 후 밤길을 한참 달려 요세미티로 향하는 중간 지점인 크롤리레이크 캠핑장에서 숙박하고, 6월 29일에 캠핑장에서 가까운 오웬스리버고쥐를 찾아가 그늘진 두 사이트에서 등반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떠나는 날이었던 7월 7일엔 크롤리호수 인근의 프렌치캠프그라운드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오후 시간에 오웬스리버고쥐의 처음과는 다른 사이트에서 등반했다.

 

오웬스리버고쥐의 양쪽 절벽엔 수많은 스포츠클라이밍 루트들이 개척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해가 비치는 방향에 따라 그늘진 사이트를 찾아 다닐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었다. 등반이 끝나고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만년설이 녹아서 협곡 사이로 흐르는 차가운 시냇물 속에 발을 담그고 몸을 씻던 순간의 짜릿한 쾌감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암벽화에 짓눌린 발의 피로와 등반할 때 몸에 붙은 먼지를 일순간에 날려버리는 개운함을 맛볼 수 있었다. 오웬스리버고쥐의 암벽에서 우리가 등반했던 사이트와 루트를 윤선생님께서 다음과 같이 정리해 주셨다. 별점(*)은 가이드북에 표기된 인기도를 의미한다.

 

6월 29일(토) 오전, 'Social Platform' 사이트 : (1) Expressway 5.11b***** (2) Darshan aka Ripoff 5.12b***** (3) Spinal Fracture 5.11a***.
 6월 29일(토) 오후, 'Pub Wall' 사이트 : (1) Abitarot 5.10a**** (2) Abitafun 5.9**** (3) Not Too Stout 5.7**.
◈ 7월 7일(일) 오후, 'All You Can Eat Cliff' 사이트 : (1) Cinderella 5.9**** (2) Step Right Up 5.8** (3) Crotalulsley Challenged-Extention 5.10b**.

    

▲ 오웬스리버고쥐는 395번 프리웨이에서 잠깐 벗어난 황량한 벌판에 자리한다. 주변엔 시에라네바다 산맥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 사막 같은 벌판 위의 좁은 도로가 막힌 구간부터 어프로치가 시작된다.
▲ 로컬 클라이머들도 정확히 원하는 사이트를 찾기가 힘들 정도로 협곡은 길게 이어진다.
▲ 윤선생님도 처음 생각해 두셨던 사이트가 맞는지 반신반의 하면서...
▲ 황량한 사막에 오아시스처럼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 아직은 시차적응이 덜 된 탓인지... 윤선생님께서 내려왔던 길을 되돌아 가신다...ㅎㅎ.
▲ 이번엔 제대로 찾았을 거라 확신하면서 어프로치를 시작한다.
▲ 황량한 벌판이지만 물이 흐르는 곳은 녹색지대이다.
▲ 급경사의 비탈길을 내려서는데... 이놈의 잡초들이 어찌나 뻣뻣하고 날카로운지 한번 몸이나 옷에 들러붙으면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 협곡 바닥에서 쓰러진 나뭇가지가 절묘하게 다리 역할을 하여 물살 센 시냇물을 건널 수 있었다.
▲ 기영형은 냇물을 건너다가 스틱을 놓쳤는데... 아직까지 찾지 못하고 있다는 소문이...ㅎㅎ.
▲ 그늘을 찾아 물 건너 왔는데... 'Social Platform' 사이트의 루트들은 도저히 등반할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의 고난도...
▲ 모두들 기가 죽어 있는 눈치인데... 윤선생님은 'Expressway(5.11b)' 루트에 붙으셨다.
▲ 'Expressway'는 크림프 홀드가 연속 이어지는 길고 험난한 루트였다.
▲ 시차적응도 덜 된 피곤한 몸상태에서도 두 세 번의 행도깅 후에 'Expressway'에 줄을 거신 윤선생님이 대단해 보였다.
▲ 나머지 사람들은 윤선생님께서 걸어 놓으신 줄에 매달릴 수 밖에 없었다. 나는 가을씨의 엘리베이터 확보에 의지해 올랐지만, 지금의 내 수준에서는 어림도 없는 고난도 루트라는 사실만을 깨달아야 했다.
▲ 내가 'Expressway'에서 낑낑대고 있을 때, 윤선생님께서는 우측 칸테의 'Darshan, 일명 Ripoff (5.12b)' 루트에 도전하셨다.
▲ 윤선생님은 'Darshan 또는 Ripoff (5.12b)' 루트의 중간 이후 부분이 너무 위험하다는 판단 하에 후퇴하셨다.
▲ 모두들 피곤한 몸을 이끌고 고난도 루트에 붙은 탓인지 점심 직후엔 오수에 빠져들었다.
▲ 점심 직후엔 윤선생님께서 'Spinal Fracture (5.11a)' 루트를 깔끔하게 완등하셨다.
▲ 이름도 무서운 'Spinal Fracture(척추골절)' 루트는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크랙이 끝까지 이어지는 멋진 루트였다. 나는 윤선생님의 확보로 톱로핑 상태에서 겨우 완등할 수 있었다. 상단부의 핑거크랙에서 고통을 참았던 게 생각난다.
▲ 오후시간엔 반대편 'Pub Wall' 사이트로 이동하여 비교적 쉬운 난이도의 루트에서 등반할 수 있었다.
▲ 'Pub Wall' 사이트는 지금 내 수준에서 아주 즐겁게 오를 수 있는 루트들이 많아 보였다. 로프가 걸려 있는 좌측부터 'Abitarot (5.10a)', 'Abitafun (5.9)', 'Not Too Stout (5.7)' 루트이다.
▲ 윤선생님의 권유와 기영형의 든든한 확보를 받고 'Not Too Stout (5.7)' 루트 선등에 나섰는데, 긴장한 탓인지 내가 체감한 난이도는 5.9나 5.10a 정도는 되지 싶었다. 그래도 미국땅에서 처음으로 온사이트 완등을 했다는 게 뿌듯했다.
▲ 등반이 끝나고 얼음처럼 차가운 시냇물에 발을 담그는 순간이 더없이 좋았다.
▲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나오던 날인 7월 7일 오후에 오웬스리버고쥐를 다시 찾았다.
▲ 두 번째로 찾아간 오웬스리버고쥐의 상류 지역은 독특한 주상절리가 보이는 절벽이 이채로웠다.
▲ 포장된 도로를 잠시 내려가다가...
▲ 검은색 화살표 방향으로 접어들면 암장에 닿을 수 있다.
▲ 다시 봐도 이색적인 풍광이었다. 협곡 아래로 이어진 트레일을 따라서 트레킹을 해도 좋을 듯했다.
▲ 이번 등반지는 'All You Can Eat Cliff' 사이트.
▲ 윤선생님께서 'Cinderella (5.9)' 루트를 오르고 계신다. 책바위 형태의 크랙이 끝까지 잘 발달된 루트로 나도 선등하여 완등했던 기억이 난다.
▲ 이 루트는 상단부가 상당히 까다로운 고난도 루트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루트 명칭은 모르겠다.
▲ 이 루트는 'Step Right Up (5.8)'으로 중간 즈음에서 우측 크랙으로 나오면 되는 경로였다.
▲ 아란씨가 'Cinderella (5.9)' 루트를 등반 중이다.
▲ 가을씨가 'Cinderella (5.9)' 루트를 완등하고 하강하는 중...
▲ 기영형이 이름 모를 고난도 루트에서 등반 중...
▲ 지선씨가 'Step Right Up' 루트를 등반 중...
▲ 윤선생님께서 'Crotalulsley Challenged-Extention (5.10b)' 루트를 등반 중...
▲ 'Crotalulsley Challenged-Extention' 루트는 크랙이 길게 이어지다가 상단부에서 페이스로 올라서야 하는 구간이 까다로웠다.
▲ 모두들 열심히 매달리고...
▲ 어김없이 차가운 시냇물에 발 담그고 몸을 씻은 후에...
▲ 오웬스리버고쥐와 작별을 고한다.
▲ 하늘엔 모처럼 흰구름이 드리워지고... 캠핑장에서 마실 시원한 맥주를 상상하면서 차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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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오웬스리버고쥐에서 다른 팀원들이 찍어 준 내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