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해외등반여행

[2024 미국 서부와 요세미티 등반여행 - 3] Manure Pile Buttress, 'Nutcracker'

빌레이 2024. 7. 21. 08:32

요세미티 밸리의 캠프4에 베이스캠프를 구축한 다음 날은 7월 1일이었다. 우리는 7월의 첫날, 요세미티에서의 첫 번째 등반지로 머뉴어파일버트레스(Manure Pile Buttress) 사이트의 멀티피치 루트인 '너트크랙커(Nutcracker)'를 찾았다. 주차장에서 평지를 걸어 5분 이내에 루트 출발점 앞에 도착할 정도로 짧은 어프로치 덕택인지 '너트크랙커' 루트는 요세미티 밸리에서도 별점 5개의 높은 인기도를 자랑하는 등반지이다. '머뉴어파일(manure pile)'은 '두엄 더미'를 일컫는데, 멀리서 보는 바위의 형태가 어릴적 고향집 담장 앞에 쌓여 있던 퇴비 무더기를 연상시키는 모양새 때문인 듯했다. '버트레스(buttress)'는 성당 건축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벽을 지지해 주는 부벽을 의미하는 건축 용어로 바위의 전체적인 품새가 큰 벽에 기대어 있는 것처럼 놓여 있어서 '머뉴어파일 버트레스'라는 명칭이 붙은 것 같았다.

 

우리팀은 이른 아침인 06시 50분 즈음에 주차장에 도착했다. 당연히 오늘의 첫 번째 등반팀일 것으로 기대하면서 어프로치를 했으나, '너트크랙커' 루트 출발점 앞에는 이미 커플인 듯한 남녀 한 쌍이 등반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들은 등반력이 썩 뛰어난 편은 아닌 듯 보였다. 선등자인 남자가 1피치 크럭스 구간을 넘지 못하고 추락하는 등 매 피치 확보점에서 우리가 기다려야만 했다. '너트크랙커'는 전체 5피치로 구성된 최고 난이도 5.8의 멀티피치 루트이다. 가이드북에 기록된 난이도인 5.8을 보고 무시했다가는 큰 코 다칠 게 뻔할 정도로 그리 만만한 바윗길이 아니었다. 다양한 형태의 크랙을 따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등반선이 첫 피치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멋진 트레드 클라이밍 루트를 라스트로 오른 나는 정말 즐겁게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선등자인 윤선생님은 루트 전체에 볼트가 전혀 없기 때문에 캠과 너트 등을 적절히 사용하여 스스로 중간 확보점을 구축하는 부담감을 극복하면서 등반해야 했다. 등반을 마치고 난 후에 새삼 윤선생님의 등반력을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 이른 아침인 06시 50분 즈음에 주차장에 도착했다.
▲ 주차장에서 5분 정도면 머뉴어파일 버트레스 암벽 앞에 도착할 수 있다.
▲ '너트크랙커' 루트는 머뉴어파일 버트레스 사이트의 우측 끝에 위치한다.
▲ 너트크랙커 출발점 앞에 이미 남녀 한쌍이 등반을 준비하고 있었다.
▲ 한 시간 넘게 기다린 후인 08시 15분이 넘어서야 윤선생님께서 첫 피치에 붙을 수 있었다.
▲ 너트크랙커 1피치의 크럭스는 디에드르형 크랙의 상단부를 통과하는 구간이다.
▲ 윤선생님이 선등, 기영형이 세컨으로 오르고, 나는 1피치를 세 번째로 올랐다.
▲ 1피치 확보점에 쌍볼트는 없었고, 윤선생님께서 캠과 웨볼렛(Web-O-Lettes)으로 구축한 확보점에 자기확보를 했다.
▲ 내가 세 번째로 1피치 확보점에 도착한 직후에 윤선생님이 2피치 등반을 시작하셨다. 나는 1피치 확보점에서 뒤에 올라오는 3명의 YB 친구들을 확보하고, 곧바로 2피치 등반을 이어갈 수 있도록 중간자 역할을 수행했다. 자연스레 2피치부터는 내가 라스트를 맡으면서 모든 장비를 회수했다.
▲ 아란씨가 1피치 크럭스를 잘 돌파하여 확보점으로 올라오고 있다.
▲가을씨를 비롯한 지선씨, 아란씨, 3명 모두 1피치 확보점을 통과하여 곧바로 2피치 등반을 이어가도록 로프를 유통시켰다.
▲ 전망 좋은 2피치 확보점에서의 단체사진.
▲ 라스트로 2피치 확보점에 도착한 내 모습도 담아보고...
▲ 느린 진행을 보이는 앞팀을 한참 동안 기다리면서...
▲ 2피치 확보점에 메달려 인증사진도 남겨보고...
▲ 땡볕에 노출된 채 40분 이상을 기다린 후에 드디어 윤선생님께서 3피치 등반을 시작하셨다.
▲ 3피치도 다양한 형태의 크랙을 따라 오르는 등반선이다.
▲ 기영형이 세컨으로 오르고...
▲ 지선씨가 세 번째 등반자.
▲ 4번 등반자는 가을씨.
▲ 5번 등반자인 아란씨까지 오르면 확보점엔 나홀로 남는다.
▲ 3피치 확보점에서도 한참을 기다린 후에... 아란씨가 내 빌레이를 볼 수 있었다.
▲ 3피치 확보점의 모양새도 인수봉의 듬직한 쌍볼트 확보점들과는 거리가 멀다.
▲ 3피치 확보점에서 올려다 본 4피치 모습. 아란씨가 4피치 초반부의 오버행 구간을 잘 넘어서고 있다.
▲ 너트크랙커의 거의 모든 피치의 길이는 50~60미터 정도로 생각보다 길게 이어지는데, 중간 볼트 하나가 없다.
▲ 4피치 확보점도 역시나 윤선생님께서 캠과 웨볼렛(Web-O-Lettes)으로 구축해 놓으셨다.
▲ 4피치 확보점에서 올려다 본 5피치 초반부는 오버행 크랙 구간으로 손째밍과 힐훅 기술을 구사해서 넘어설 수 있었다. 1피치의 크럭스와 이런 오버행 크랙 구간이 있고 중간 볼트도 하나 없는데, 난이도가 5.8이란 건 잘 이해되지 않았다. 요세미티 알파인 난이도는 한국에서 내가 익숙해 있던 그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느껴졌다.
▲ 5피치 후반부를 올라서서 정상에 닿기 직전 모습이다.
▲ '너트크랙커' 루트 정상인 5피치의 확보점도 윤선생님께서 나무와 바위를 이용하여 구축하셨다.
▲ 예상보다 늦은 오후 2시가 넘었지만, 6명 모두가 무사히 정상에 도착.
▲ 요세미티에서의 첫 등반을 잘 끝냈다는 만족감 속에 인증사진을 남기고...
▲ 선등하시느라 누구보다 애를 쓰신 윤선생님은 기쁨의 춤사위를 보여주셨다..ㅎㅎ..
▲ 하산 하기 전 나도 인증사진을 남겨본다.
▲ 너트크랙커 루트의 하산길은 정상에서 좌측으로 이어진다.
▲ <Yosemite Valley Free Climbs> 책에 나오는 '너트크랙커' 루트 개념도.
▲ 멀리서 바라보면 '머뉴어파일 버트레스'는 '두엄 더미'로 보이는 듯하다.
▲ 머뉴어파일 버트레스 사이트의 '너트크랙커' 좌측엔 난이도 5.7인 또다른 멀티피치 루트 'After Six'도 있다. 초등자 정보에 레전드 클라이머들인 로얄 로빈스와 이본 취나드의 이름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