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웬스리버고쥐에서 등반을 마치고 크롤리레이크 캠핑장에 돌아와 보니 지선씨와 아란씨가 사용했던 기영형 소유의 MSR 텐트는 바람에 날아가버렸고, 내 텐트도 팩이 뽑힌 채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텐트 하나가 감쪽같이 사라진 탓에 간밤엔 남자들 4명이 윤선생님의 텐트에서 함께 낑겨 자고, 두 여자들은 내 텐트를 이용했다. 일요일인 6월 30일 아침에 요세미티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가는 길 중간에 맘모스타운의 장비점에 들러 새 텐트를 구입했다. 기영형을 비롯한 모든 멤버가 텐트 실종 사건을 가벼운 해프닝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문제를 간단히 해결한 것에 마음이 놓였다.
우리는 모노호수(Mono lake)가 내려다보이는 리바이닝(Lee Vining) 나들목에서 티오가패스(Tioga pass) 입구를 거쳐 요세미티 국립공원 지역 안으로 들어갔다. 백두산 정상 높이인 2744 미터보다 높은 고개인 티오가패스를 넘어서 나타난 투올름메도우스(Tuolumne medows) 일원의 대초원은 13년 전에 본 것과 다름없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광이었다. 차량 통제가 시작되는 티오가패스 입구(Tioga pass entrance)에서는 레인저에 의해 입장을 저지 당한 많은 차들이 유턴하여 돌아서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예년과 달리 요세미티 방문 차량들은 의무적으로 예약을 해야 하는데, 달라진 운영방식을 모르고 온 듯한 차들이었다. 운전자인 가을씨가 캠프4에 예약된 내용을 보여주니 레인저는 국립공원 입장료를 받고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 차를 통과시켜 주었다.
요세미티 밸리로 향하는 길 중간의 전망 좋은 곳에 멈춰 풍경을 구경하기도 하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우리가 7박 8일 동안 머물 캠프4에 입성하여 배정 받은 60번 사이트에 텐트 세 동을 치고 곰박스에 모든 음식물을 저장하는 것으로 베이스캠프 구축을 완료했다. 오후시간엔 40여년 전인 20대 때부터 요세미티의 거벽을 등반해오신 윤선생님의 세심한 안내에 따라 요세미티 밸리 구석구석을 둘러보았다. 윤선생님은 마치 고향집에 돌아온 사람처럼 요세미티에 관한 모든 것이 편안하고 익숙한 듯 보였다. 나는 이곳에 오기 전에 읽었던 스티브 로퍼의 책 <캠프4>에 등장하는 전설적인 등반지인 엘캐피탄, 하프돔, 센티넬록, 로어캐시드럴록, 미들캐시드럴록, 하이어캐시드럴록, 로얄아치스, 워싱턴칼럼, 로스트애로우스파이어 등의 실물을 현대적 의미의 암벽등반이 태동하고 발전된 현장에서 내 두 눈으로 생생히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 설레는 감흥을 감출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