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트레킹

[2023 스위스 알프스 #6] Goodbye 사스페, Hello 체르마트 - 8월 11일(금)

빌레이 2023. 8. 25. 20:33

사스페(Saas-Fee)에서 체르마트(Zermatt)로 이동하는 날이다. 우리에게는 트레킹을 위한 베이스캠프를 옮기는 이삿날 같은 마음이다. 사스페 숙소에서 일행들과 함께 정오에 출발하기로 했다. 우리 부부는 조식 직후에 체크아웃 하고 짐을 맡겨 놓은 후 가벼운 차림으로 사스페 마을 주변을 산책하기로 했다. 사스페에 발을 들여 놓은 지 어느새 6일째가 되었지만, 처음 도착한 바로 다음날부터 연속적으로 짜여진 일정의 트레킹을 소화 하느라 정작 마을 주변을 찬찬히 둘러볼 여유시간을 갖지는 못 했었다. 우리 일행 외에는 한국인 뿐만 아니라 동양 사람도 보기 드물었던 사스페는 여전히 고요하고 한적한 알프스 산골마을의 정취를 간직하고 있는 듯했다. 애완견과 함께 양지바른 언덕길을 느리게 산책하는 현지 어르신들의 모습 속에는 험준한 설산과 위압적인 빙하로 둘러싸인 주변 풍경과는 대조적인 평화로움이 깃들어 있었다. 사스페의 전경이 발 아래로 굽어보이는 전망 좋은 벤치에서 언젠가 다시 올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스페와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체르마트와 사스페는 모두 빙하에서 발원한 깊은 계곡의 끝자락에 자리한 막다른 산악마을이다. 사스탈 계곡과 체르마트 계곡은 스탈덴(Stalden) 지역에서 만나 하나가 되어 비스프(Visp) 방향으로 흐른다. 비스프에서 체르마트까지는 등산열차가 있으나, 사스페까지 가는 기차 노선은 아직까지 개설되지 않았다. 우리는 사스페에서 버스를 타고 스탈덴사스(Stalden-Saas) 역까지 내려와서 다시 체르마트로 올라가는 등산열차를 탔다. 예정대로라면 1시간 남짓에 기차가 체르마트 역에 닿았어야 했는데, 공사중이었는지 장크트니클라우스(St. Niklaus)에서 테쉬(Täsch)까지 모든 승객이 기차에서 내려 버스로 갈아타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테쉬에서 체르마트까지는 다시 기차로 이동했다. 무거운 여행용 캐리어를 들고 오르내려야 하는 수고로움이 더해졌다. 체르마트 역에 도착했을 때의 첫 인상은 한적했던 사스페와 사뭇 달랐다. 기차역에서 언뜻 본 중앙 거리는 홍대나 명동의 한 부분을 옮겨 놓은 것처럼 많은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히말라야에 있는 아마다블람과 마차푸차레와 함께 세계 3대 미봉으로 꼽히는 마터호른의 상징성을 등에 업고 유명한 관광지로 성장한 체르마트의 면모가 느껴졌다.   

 

▲ 사스페와 작별하는 날, 아침 햇살에 빛나는 사스페 마을을 찬찬히 둘러보기로 했다.
▲ 제일 먼저 숙소 옆의 아담한 교회를 구경했다.
▲ 교회 벽에 설치된 벤치에 앉아 설산을 바라보며 쉬기만 해도 좋을 듯했다.
▲ 통나무로 만든 자전거 보관대가 이채롭고...
▲ 골목길을 배회하면서 집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 피켈을 국기대로 그려 넣은... 단순하지만 운치 있는 벽화.
▲ 이태리 꾸르마이어에서 산 기념품으로 우리 집 거실에 놓여 있는 조각품과 너무나 비슷한 모양의 산양도 보고...
▲ 사스페 마을을 가로지르는 계곡.
▲ 화려한 꽃들로 장식된 가게들을 보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 가게마다 특색 있는 디자인으로 전기자동차 외관을 장식하는 모습도 좋아 보이고...
▲ 정원에 잘 가꿔진 탐스럽고 싱싱한 에델바이스를 보는 즐거움도 있다.
▲ 산에서 흘러내리는 식수 맛도 보면서...
▲ 사스페 마을도 여느 유럽 동네와 마찬가지로 중앙 광장엔 어김 없이 성당이 자리한다. 뾰족한 종탑은 어디서나 잘 보여서 이정표 역할을 한다.
▲ 성당은 입구 대문부터 단아하고 심플한 아름다움을 발하고 있다.
▲ 성당 내부는 종교적 엄숙함과 현대 미술의 아름다움을 모두 간직하고 있다.
▲ 천정과 스테인드글라스 또한 단순하면서도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고...
▲ 돌조각을 이용한 모자이크 기법의 벽화는... 박수근 화백의 그림이 연상되는 포근함이 전해진다.
▲ 성당 앞에는 초창기 사스페 마을을 발전시킨 '요한 요셉 임셍(Johann Josef Imseng)' 신부의 동상이 있다. 이 신부님은 알라린호른(Allalinhorn, 4027m)의 초등자로 기록되어 있다. 1856년 8월 28일의 일이다. 알라린호른은 우리가 올랐던 랑플루에서 위로 올려다 보이는 봉우리이다.
▲ 성당 뒤로 이어지는 골목길을 따라 사스페 서편 언덕으로 올라간다.
▲ 집집마다 잘 가꾼 정원이 부럽고...
▲ 산길 입구에 처음 나오는 산장 앞을 지나서...
▲ 이 방향으로 오를 수 있는 트레일도 여러 코스인 듯하고... 우리는 우측 길로 올라갔다.
▲ 사스페 마을 서편 언덕을 횡단하는 도로를 따라서...
▲ 마을 어디에서나 쉽게 오를 수 있는 길인 듯...
▲ 마을에서 올라오는 오솔길이 정겹다.
▲ 한니그 언덕으로 올라가는 이정표도 보이고...
▲ 산길을 따라 조금 올라갔다가 시간 때문에 다시 내려왔다.
▲ 어제 올랐던 플라티옌 언덕이 마주 보이는 벤치에서 간식을 먹었다.
▲ 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벤치에서 마을을 굽어보고... 산책 나온 어르신들도 구경하면서...
▲ 성당 시계탑의 시간을 확인하면서 여유를 부리다가...
▲ 숙소로 돌아오는 것으로 사스페에서의 일정을 마무리 했다.
▲ 체르마트로 올라가는 등산열차를 타기 위해 스탈덴사스(Stalden-Saas) 역으로 왔다.
▲ 스탈덴 지역은 사스탈 계곡과 체르마트 계곡이 만나는 지점... 양수리 같은...
▲ 성당 첨탑이 인상적인 장크트니클라우스(St. Niklaus) 역에서 모든 승객이 기차에서 내려야 했다.
▲ 차례대로 몇 대의 버스가 승객들을 실어 나르느라 땡볕에서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 10년 만에 다시 찾은 체르마트의 중앙 거리는 그때보다 많은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 체르마트 역 바로 앞의 풍경이 낯익어서 반가웠다.
▲ 어렵게 도착한 숙소가 전반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 숙소 앞마당에서 바라다 본 마터호른 또한 반가웠다. 시시각각 변하는 마터호른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