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스위스 알프스 #5] 브리타니아 산장(Britannia Hütte, 3029m) - 8월 10일(목)
빌레이2023. 8. 24. 14:22
사스페 숙소의 앞마당에서 협곡 건너편에 정면으로 보이는 높은 봉우리는 미타그호른(Mittaghorn, 3143m)이다. 숙소의 방 안에서도 뾰족한 정상 위의 십자가까지 창문 너머로 선명히 보인다. 오늘은 이 산 너머로 이어지는 허리길을 따라서 브리타니아 산장(Britannia Hütte, 3029m)에 다녀오는 코스를 걸었다. 미타그호른의 전위봉으로 보이는 플라티옌(Plattjen, 2570m)까지는 케이블카로 올랐다. 미타그호른 산허리길에서는 하얀색 두 줄 가운데에 빨간색 페인트를 칠한 바위 위의 길 안내 표시가 간헐적으로 보였고, 브리타니아 산장이 보이는 가파른 오르막길부터는 페인트의 가운데 색깔이 파란색으로 변했다. 비교적 걷기 편한 하이킹 코스는 빨간색, 그 보다 험한 길은 파란색으로 나타낸 것과 걸맞게 오르막 후반부는 꽤나 힘겨웠다. 산허리길에서는 에델바이스와 많은 들꽃을 볼 수 있었고, 미타그호른의 가파른 암벽을 오르내리는 산양들을 발견하는 순간도 있었다.
브리타니아 산장은 선명히 보이는데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았다. 마지막 된비알을 앞두고 나타난 짧은 빙하를 건너기도 하면서 어렵사리 도착한 산장 너머의 풍광은 가히 일품이었다. 설산과 빙하가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 속에서 한가로운 점심시간을 가졌다. 브리타니아 산장 주변을 구경하는 시간이 무척이나 즐거웠다. 산장 바로 앞의 암벽을 기어오르고 싶은 클라이머로서의 본능을 꾹 참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조금은 아쉬웠다. 언젠가 사스페를 다시 방문할 기회가 생긴다면, 마트마크에서 출발하여 빙하트레일을 따라 브리타니아 산장에 오른 후, 하룻밤을 유하고 비아페라타 코스까지 올라보리라는 즐거운 상상을 해 보았다. 하산할 때는 몸살감기 기운이 올라와 몸이 한없이 늘어지는 바람에 일행과 한참 멀어질 수 밖에 없었다. 뒤쳐지는 게 걱정스러웠는지 우리 부부가 모레니아(Morenia, 2550m) 케이블카역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 주신 허선생님 부부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