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 지역에 새벽 4시 이후로는 비가 오지 않을 거라는 일기예보를 믿고 이른 아침에 용인의 조비산 암장으로 향한다. 중부고속도로의 동서울 톨게이트를 통과하면서부터 예상치 않았던 비가 쏟아진다. 경기도 광주시 권역을 통과할 땐 장대비로 변하여 고속도로의 차량들이 비상 깜박이 등을 켜고 서행한다. 오늘 등반은 물 건너 갔다는 실망감을 안고 빗속을 지나는 동안 속으로는 플랜B를 고심했다. 그런데 이천시 지역으로 접어들 무렵부터 비는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린다. 조식을 해결하기 위해 멈춘 마장휴게소 부근은 아예 비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주말 등반을 즐길 수 있겠다는 희망으로 기분은 긍정적 모드로 바뀐다. 양상추가 빠져서 맛 없는 햄버거를 먹었는데도 별로 신경쓰이지 않는다.
변덕스런 아침날씨 탓인지 조비산 암장엔 오늘이 토요일이란 걸 의심할 정도로 한산했다. 이런 날은 그간 오르지 못 했던 루트들을 마음껏 공략해야 하는데, 정작 나의 몸상태가 별로였다. 조비산 암장에서 한 번도 붙어보지 않았던 좌벽에서 여섯 개의 루트를 오르는 것으로 오전 등반을 마쳤다. 생각보다 몸이 무거워서 점심시간을 길게 가졌다. 식후 산책으로 조비산 정상에 다녀오고 오랜만에 동굴 속의 루트들도 구경했다. 오후엔 동굴 우측 벽으로 이동하여 두 개 루트를 등반했다. 마음 같아선 더 많은 루트에 매달리고 싶었으나, 한여름처럼 무더웠던 날씨에 땀을 많이 흘린 탓에 등반 의욕이 발동하지 않았다. 앞으로 좀 더 자주 조비산 암장에 가서 고난도 루트들에 도전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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