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말부터는 개천절과 한글날이 포함된 3일 동안의 연휴가 2주 연속 찾아온다. 단풍철과 겹친 그 시기엔 설악산 일대가 많이 혼잡할 듯하여 금주에 등반을 가기로 결정한다. 새벽 4시 반에 서울을 출발하여 서울양양고속도로의 홍천휴게소에서 잠시 쉬어 간다. 동 트기 전의 새벽 공기가 차갑다. 올가을 들어 처음으로 한기가 느껴진다. 바깥 온도를 확인해 보니 영상 8도이다. 짐을 꾸릴 때 넣을까 말까 망설였던 폴라플리스 보온 자켓을 챙겨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설악동 주차장에 도착하여 유선대를 향해 어프로치를 시작할 무렵엔 해가 떠올라 서서히 기온이 상승한다. 신흥사에서 비선대까지 완만하게 이어지는 3킬로미터의 등로를 산책하듯 여유롭게 걷는다. 비선대에서 금강굴을 거쳐 마등령으로 향하는 가파른 돌계단은 일부러 아주 천천히 오른다. 숨을 고르기 위해 발걸음을 멈추고 오랜만에 대하는 장군봉의 우람한 절벽과 천불동 계곡 주변의 풍광을 감상하는 시간까지 소중하게 느껴진다. 설악의 품 속에 안겨 있는 동안은 신선들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은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모든 순간이 그저 즐겁고 행복할 뿐이다.
마등령으로 이어지는 일반 등로에서 벗어나 유선대의 '그리움 둘' 루트 초입을 지나고, 암벽 언저리를 돌아나가서 다시 올라간다. 예상했던 것보다는 쉽게 '이륙공천' 루트의 출발점을 발견한다. 처음으로 등반하게 되는 설악의 바윗길은 초입을 찾아내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삐걱거리는 허리와 무릎 상태를 감안하여 일부러 자주 쉬면서 여유롭게 걸었던 까닭에 설악동주차장에서 이 등반 출발지까지 이르는 데에 두 시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유선대는 10년 전 무렵에 '그리움 둘' 루트로만 두 차례 올랐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 있다. 오늘 오를 '이륙공천' 루트는 크랙 등반이 주를 이루는 코스이다. 최고 난이도 5.10d의 만만치 않은 바윗길을 온사이트 선등으로 올라보는 내게는 다소 도전적인 등반이었으나,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시종일관 재미 있게 오를 수 있었다. 무엇보다 크랙을 따라 이어지는 자연스런 등반선과 적당히 어려워서 등반에 집중하게 만드는 구간들이 많아서 성취감 높은 등반을 즐길 수 있었다.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햇살은 따사로웠으나 유선대 암벽엔 간헐적으로 세찬 바람이 불어와 확보점에 붙어 있을 때는 체온 유지에 신경써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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