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선인봉 남측길 - 2022년 9월 12일(월)

빌레이 2022. 9. 12. 19:29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이다. 오랜만에 도봉산의 선인봉으로 향한다. 나주의 고향집을 다녀오는 길에 장시간의 운전으로 피곤이 쌓인 심신을 달래기 위해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는 남측길 등반에 나선다. 아침 8시 즈음에 도봉탐방안내소를 통과하여 1시간 30분 정도의 어프로치를 통해 남측길 출발점인 타이타닉 바위 앞의 공터에 도착한다. 사방으로 확 트인 멋진 조망을 즐기며 여유롭게 장비를 착용한 후 남측길 등반을 출발한다. 작년에 처음으로 등반했던 경험을 되살려 펜듈럼 구간과 침니를 가뿐하게 통과한다. 호랑이굴을 관통하여 선인봉 정상에 올라 한가로운 점심시간을 즐긴다. 오늘은 만장봉으로 가지 않고 곧바로 하강하여 천천히 산을 내려온다. 아담한 폭포 아래의 계곡물에서 탁족하는 순간 암벽화에 시달렸을 발이 치유되는 듯한 시원함이 느껴진다. 초가을의 청명한 하늘 아래에서 상쾌한 기분으로 편안하게 등반을 즐겼다는 만족감이 남았다.   

 

▲ 남측길 초입이다. 석굴암에서 선인봉으로 오르는 길보다는 일반 등산로를 통해 접근하는 게 더 쉽다.
▲ 남측길 초입을 올라서면 본격적인 등반로가 나타난다.
▲ 타이타닉 바위 앞의 아지트에서 장비를 착용했다. 이 바위 우측 너머의 크랙으로 남측길을 오르기도 한다.
▲ 타이타닉 바위 옆의 확보점 아래로 보이는 크랙을 통해 등반을 시작하는 게 자연스런 남측길 등반선일 듯하다. 아마도 이 쌍볼트가 남측길 2피치 확보점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이 루트를 통해 남측길을 등반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우리팀은 타이타닉 바위 위부터 본격적인 등반을 시작했다.
▲ 오늘은 우리팀이 남측길의 첫 손님이다. 첫 피치를 등반 중이다.
▲ 첫 피치는 중간 볼트 없이 크랙을 따라 올라와야 한다. 우리팀 뒤로는 암장에서 같이 운동한 적이 있는 신선생님이 리더인 8명의 팀이 따라왔다.
▲ 2피치도 크랙 구간엔 볼트가 없어서 캠으로 중간 확보점을 구축하면서 올랐다.
▲ 2피치 확보점에 도착한 순간이다.
▲ 3피치는 날등 위의 쌍볼트에서 우측 침니로 건너가는 펜듈럼 구간이다.
▲ 펜듈럼을 끝내고 3피치 확보점에 도착했다. 라스트는 자일 회수를 위해 쌍볼트에서 하강용 링에 자일을 통과시킨 후 펜듈럼 구간을 통과해야 한다.
▲ 몸째밍이 옹색한 4피치 침니 구간에선 배낭을 내려 놓고 등으로 꿈틀대면서 전진할 수 밖에 없다.
▲ 침니 위의 볼트에서 자기 확보 후에 배낭을 끌어올려 착용하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볼트를 지나치면 배낭이 바위 사이에 끼게 되어 불편하다.
▲ 4피치 확보점에서는 정상으로 뻗어 올라가는 대침니가 보인다. 이 곳을 직상해서 등반하는 '측면길' 루트도 괜찮을 듯 보였다. 다음엔 캠을 충분히 준비해 와서 이 루트로 올라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5피치는 대침니를 건너서 트래버스 한 후 약간 클라이밍 다운해야 한다.
▲ 6피치는 호랑이굴 앞까지 비교적 쉬운 슬랩이 이어진다.
▲ 7피치는 호랑이굴 안으로 진입하는 구간인데, 굴 안에서 피치를 끊는 게 안전하다.
▲ 호랑이굴을 통과하지 않고 좌측 크랙이나 페이스로 등반해도 될 듯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이 루트로도 올라볼 생각이다.
▲ 8피치는 호랑이굴을 통과해서 밖으로 빠져나오는 구간이다. 머리를 바위에 부딪힐 수 있으므로 반드시 헬멧을 착용해야 한다.
▲ 호랑이굴 안에서 뒤돌아 본 풍경이다.
▲ 호랑이굴을 빠져나온 직후이다.
▲ 호랑이굴을 빠져나오면 반겨주는 기암을 뒤로하고 선인봉 정상으로 향했다.
▲ 바위 사이를 빠져 나오면 선인봉 정상이다.
▲ 선인봉 정상에서 한가롭게 점심을 먹고 하강을 위해 만장봉 방향으로 이동했다.
▲ 하강용 쌍볼트에서 10미터 정도 1차 하강하여 안부에 내려섰다.
▲ 안부에서 좌측으로 조금만 이동하면 하강용 쌍볼트가 나온다.
▲ 70미터 자일로 35미터를 두 줄 하강하니 깔끔하게 등반이 끝났다.
▲ 하산하는 길에 산악구조대 앞에서 부상자를 후송 중인 구조대원과 지인을 만났다. 선인봉 등반 도중 다리를 다친 베테랑 클라이머도 아는 분이었다. 헬기로 후송된 부상자의 쾌유를 비는 바이다.
▲ 하산하는 길에 탁족했던 계곡이 정말 좋았다. 도봉산에 올 때면 꼭 들러야 할 장소로 기억 속에 저장해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