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북한산 약수릿지 - 2022년 10월 1일(토)

빌레이 2022. 10. 2. 09:16

시월의 첫날이다. 개천절까지 이어진 3일간의 황금연휴가 시작되는 날이기도 하다. 공휴일이었던 국군의 날 행사를 TV로 시청하는 게 큰 볼거리 중 하나였던 시절도 있었다. 오늘은 크랙등반의 묘미를 한껏 즐길 수 있는 '시인 신동엽길'을 등반해서 오랜만에 백운대 정상을 밟아 보겠다는 희망을 품었었다. 하지만 계획했던 등반은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대안으로 약수릿지와 염초릿지를 통해 백운대 정상에 올랐다. 정상 인증사진을 남기려는 산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 속에 섞이는 바람에 백운대 하산길의 정체 현상을 감수할 수 밖에 없었다. 등산하기 더 없이 좋은 가을날의 연휴 첫날인지라 북한산 등산로 전체가 만원인 듯했다. 이래저래 산에서 근래들어 사람 구경을 가장 많이 한 날이었다. 우이동에서 하산주를 마시던 중 2년 전 여름철 월출산 등반 때 우리팀을 안내해 주셨던 광주바자울산악회의 정선생님 일행과 반갑게 재회할 수 있었다. 인수봉 등반을 위해 상경하신 정선생님과는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월출산에서 다시 한 번 뭉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짧은 만남의 시간을 뒤로 했다.  

 

▲ 하루재를 넘어서 만나는 인수봉의 아침 풍경은 언제 봐도 장관이다.
▲ 인수암을 지날 때 우렁차게 짖어대는 삽살개가 눈길을 끌었다.
▲ 백운산장으로 오르는 계단에서 뒤돌아 보니 운해가 펼쳐져 있었다.
▲ 백운산장은 현재 산악박물관처럼 단장되어 있다.
▲ 리볼팅 작업 전인 2015년도에 6피치까지 등반한 적이 있는 '시인 신동엽길' 출발점에 도착했을 때, 우리팀 바로 앞에 7명으로 구성된 팀이 도착해 있었다. 도선사에서 7시 40분 즈음에 어프로치를 시작하여 이 곳에 도착하니 9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워낙 인기 있는 바윗길이기에 정체를 피하고, 전체 9피치를 완료하기 위해서는 좀 더 일찍 나서는 수 밖에 없다.
▲ 오늘은 '시인 신동엽길' 등반은 포기하기로 결정하고, 바로 옆의 'SR형제길' 첫 피치의 쉬운 슬랩을 연습 삼아 올라 보았다.
▲ 'SR형제길' 2피치 초반부를 오르고 있는데, 첫 피치 직후의 크럭스 구간을 통과할 의욕이 나지 않았다. 클라이밍 다운해서 약수릿지로 이동했다.
▲ 약수릿지는 볼트가 거의 없어서 길을 찾는 게 관건이다. 첫 피치를 막 시작하는 장면이다.
▲ 첫 피치 초반부의 턱을 넘어서면 완만한 슬랩이 길게 이어진다.
▲ 첫 피치를 60미터 넘게 오른 듯하다. 큰 소나무에 확보점을 구축하고 둘째 피치를 출발하고 있다.
▲ 오늘 약수릿지에서 가장 흔하게 보였던 들꽃은 산부추꽃이다.
▲ 릿지 등반에서는 피치 개념이 모호하여 선등자가 적절히 마디를 끊어야 한다. 3피치 초반부는 직상해서 날등으로 올라야 했는데, 캠이 충분해서 크랙을 따라 우측으로 트래버스 하는 루트로 올랐다.
▲ 우측 넝떨어지의 고도감은 상당했으나, 언더크랙이 잘 발달되어 있어서 캠으로 중간 확보점을 구축하기가 용이했다.
▲ 다시 날등으로 붙기 위해서 직상 크랙을 올라가야 했다. 손과 발 째밍이 잘 먹혀서 등반하는 맛이 좋았다.
▲ 4피치는 날등으로 쉬운 슬랩이 길게 이어진다.
▲ 5피치는 날등 우측 하단의 언더크랙을 잡고 트래버스 하는 구간이다. 캠이 충분하니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 이 구간에서도 우측 낭떨어지의 고도감은 상당하다.
▲ 트래버스 직후에 다시 날등으로 올라서는 6피치 크랙 구간을 등반 중이다.
▲ 약수릿지의 마지막 7피치 초반부에 진입하고 있는 중이다.
▲ 오늘 등반에서 유일하게 사용한 볼트에 클립한 후 이 구간을 넘어서면 사실 상의 약수릿지 등반은 끝난다.
▲ 볼트 구간에서의 홀드는 양호한 편이다. 그 이후 구간도 쉬운 슬랩 구간이 이어진다.
▲ 오랜만의 릿지 등반이라 길 찾는 게 쉽지 않았으나, 약수릿지를 안전하게 끝냈다는 만족감은 있었다.
▲ 약수릿지의 끝은 염초릿지의 말바위 구간과 만난다. 말바위의 콧잔등을 언제 와봤는지 기억이 가물거릴 정도로 오래 된 듯하다.
▲ 코바위 크랙엔 자일로 만든 고정 슬링이 설치되어 있었다. 상단부에 캠을 하나 더 설치하고 손째밍으로 올라서서 후등자 확보 중이다.
▲ 염초릿지에 진입해서도 길 찾는 게 헷갈렸으나 워낙 등반 흔적들이 많아서 큰 걱정은 없었다.
▲ 이 구간에서 좌측으로 하강하면 개구멍 바위, 크랙 사이를 넘어가면 20미터 자일 하강 구간이 나온다. 우리는 당연히 크랙 사이를 넘어갔다.
▲ 하강 포인트에서는 오늘 우리가 등반한 약수릿지의 전경을 볼 수 있다.
▲ 하강 포인트에서는 백운대 정상이 코앞이다. 릿지 등반 시에는 자일을 코일 감기로 몸에 장착한 후 적당한 길이로 줄여서 후등자와 안자일렌 하는 게 안전하고 편리하다.
▲ 여기서 하강 시에는 한 쪽으로 쏠리는 걸 조심해야 한다. 숨은벽 쪽으로 내려오는 게 더 안전하다.
▲ 인수봉 정상부에 많은 클라이머들이 모여 있고, 백운대에선 정상 인증사진을 남기려는 등산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 백운대 하산길의 정체도 예상보다 길어졌다.
▲ 하산길 정체에서 잠시 벗어나 오리바위 앞에서 한참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