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암벽등반에 대한 미련을 깨끗이 정리하고 차분하게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다. 추워진 날씨 탓에 자연암벽에 붙고 싶은 마음이 선뜻 동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올 한 해를 갈무리하는 쫑바위는 해야지 싶었다. 미세먼지 가득하고 해가 거의 나오지 않은 쌀쌀한 날씨였지만 익숙한 거인암장에서 뜻깊은 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지난 2월에 2021년 암벽시즌의 첫 발걸음을 힘차게 내딛을 수 있게 해 주었던 거인암장에서 12월에 쫑바위까지 하게 된 셈이다. 그러고 보니 2월과 12월에 내가 암벽등반을 경험한 것도 올해가 처음이지 싶다. 문학적 구성법의 하나인 수미쌍관법(首尾雙關法)을 적용한 것처럼 올 한 해 동안 나의 클라이밍은 거인암장에서 그 시작과 끝을 장식하게 되었다.
돌아보면 2021년 나의 클라이밍은 모든 면에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아쉽다거나 후회스러운 대목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지만 이보다 더 좋기를 바란다는 건 과욕일 것이다. 무엇보다 큰 부상 없이 안전하게 등반을 즐길 수 있었음에 깊이 감사하는 마음이다. 여전히 반성할 부분이 훨씬 많겠지만, 허리 통증을 극복하고 클라이밍으로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으니 자기관리를 위해 노력했던 내 자신의 일상 속에도 칭찬 받을 구석은 있다고 하겠다. 여러 바윗길에서 함께 줄을 묶었던 악우들은 안전을 위한 모든 등반장비보다 나에겐 월등히 중요하고 소중한 존재이다. 모처럼 깨어난 도전의식이 발동하여 몇 차례의 프로젝트 등반에서 정말 뜻깊은 환희를 맛보기도 했었는데, 이 또한 악우들이 함께 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에 다시금 무한히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도 꾸준히 운동하고 부단히 노력해서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한 상태에서 사려 깊은 도전정신으로 무장할 것을 다짐해 보는 바이다. 나의 클라이밍이 계속 행복하게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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