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마지막 날이다. 밤에도 기온이 썹씨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열흘 이상 지속되고 있다. 이른바 초열대야 현상이 계속되는 시절에 클라이머들이 생각할 수 있는 등반지는 비슷한가 보다. 거인암장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을 본 하루였다. 대규모 산악회들이 피서 등반지로 접근성 좋은 거인암장을 택한 까닭이다. 그리 늦지 않은 시간에 도착했는데도 벌써부터 1암장과 3암장은 초만원 상태였다. 우리는 그나마 한적한 2암장에서 유일하게 완등하지 못한 'JK(5.10d)' 루트를 프로젝트 삼아 집중해서 끝내보자는 단순한 계획을 세웠다.
오전엔 2암장이 한산해서 그런대로 등반에 집중할 수 있었다. 먼저 '성주'와 '성봉'에서 간단히 몸을 풀고, 'JK'에 붙어서 내게 맞는 홀드와 동작을 찾는 연습을 했다. 두 번째 볼트에서 세 번째 볼트를 넘어서는 크럭스 구간이 좀처럼 해결되지 않았다. 서너 차례의 연습 후에 톱로핑 방식으로는 가까스로 완등했으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리드 등반 시에 셋째 볼트에 클립하는 동작이 아직도 풀리지 않았다. 그래도 오후엔 완등할 수 있으리란 예감을 품고 우리팀의 퀵드로는 남겨 놓은 채 로프를 회수했다. 하지만 점심 때부터 2암장으로 몰려들기 시작한 다른 팀들이 'JK' 루트를 점령하는 바람에 우리팀이 다시 붙을 수 있는 기회는 오지 않았다. 어려워서 재미 있는 루트인 'JK'를 선선해진 초가을 즈음에 다시 도전하면 완등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안고 왔다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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