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폭염과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대비로 외출을 자제하고 조용히 방구석에 쳐박혀 지내라는 협박성 안내문자가 시도 때도 없이 날라오는 요즘이다. 이러한 문자 공해가 아니라도 에어컨에 의지하여 답답한 실내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냉방병 비슷한 무기력증이 느껴진다. 주말 등반을 계획해 보려는데 어프로치가 긴 등반지는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물가에 있어서 피서를 겸할 수 있을 듯한 양평의 소리산 삼형제바위 암장을 처음으로 찾아가 보기로 한다.
아침 7시에 기범씨와 은경이가 내차에 동승하여 서울을 빠져 나온다. 관공서에서 마구잡이로 날리는 안내문자를 비웃기라도 하듯 도로는 피서철 차량들로 붐빈다. 경춘가도를 달리다가 청평대교를 건너서 한적한 2차선 도로에 접어드는 순간부터 비로소 도시를 탈출했다는 걸 실감한다. 가평군 설악면을 거쳐서 홍천강 물줄기를 곁에두고 드라이브 하는 기분이 상쾌하다. 기범씨의 옛 추억이 서려 있다는 모곡밤벌유원지 인근의 상점에서 모기향을 준비하여 소리산 동쪽의 삼형제바위 앞에 도착한다. 삼형제바위 절벽 앞으로는 명성천이 굽이쳐 흐른다. 홍천강으로 흘러드는 시냇물인 명성천은 강원도 홍천군과 경기도 양평군을 가르는 경계선이다.
암장 앞을 휘돌아 흐르는 시냇물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오전엔 3개 루트에 매달려서 진땀을 흘렸다. 대체로 바위가 미끄롭고 흐르는 홀드가 대부분이어서 오래 전에 표기된 난이도보다는 다소 어렵게 느껴졌다. 점심시간엔 계곡물에 풍덩 몸을 담그고 땀에 절은 몸을 식힐 수 있었다. 계곡물에 몸을 담궈본지가 언제였던가 기억조차 가물가물 하다. 오후엔 암장 전체가 그늘지고 시원한 산바람까지 불어주니 피서 등반을 제대로 즐겼다는 만족감이 차올랐다. 루트 표시가 확실치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오늘 우리가 등반했던 곳은 1암장 우벽의 '노을(5.10c)', '꼬장(5.10c)', '창살을 벗어난 새(5.10a)', '미명(5.11c)', '노송(5.10a)'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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