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여름 한낮인데도 불구하고 거인암장에서 열심히 등반을 즐길 수 있었던 뜻깊은 하루였다. 아침 7시 반에 서울을 출발하여 암장의 첫 손님이 되었다. 시원한 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3암장 앞에 모기향을 피운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벌레 기피제를 온몸에 뿌리는 것으로 여름 등반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2암장의 '자유(5.10a)' 루트에서 첫 오름짓을 할 때는 직사광선에 달궈진 바위 표면을 만지는 것이 따가울 정도였다. 곧바로 강렬한 태양빛을 피할 수 있는 우측의 응달진 암벽으로 자리를 옮겼다. 큰 참나무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성주(5.10b)'와 '성봉(5.10c)' 루트를 오를 때는 상대적으로 시원하여 등반에 집중할 수 있었다. 햇빛에 노출된 암벽을 체험한 직후여서 그늘진 루트의 고마움을 더욱 절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3암장으로 돌아와 '선물(5.10b)'을 완등한 후에 점심을 먹었다. 보냉병에 담아 간 얼음으로 제조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커피의 맛이 오늘따라 유난히 맛깔스러웠다.
점심 직후엔 잠시나마 달콤한 낮잠에 빠져들었다. 오후엔 2암장의 7개 루트 중에서 유일하게 완등하지 못한 'JK(5.10d)'에 매달렸다. 어렵사리 줄을 걸어 놓고 비지땀을 흘려가면서 서너 차례를 시도해 보았으나 결국엔 완등하지 못하고 물러서야만 했다. 내게 맞는 홀드와 동작은 얼추 찾은 듯한 느낌에 그런대로 만족하고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어려운 루트와 씨름하느라 체력이 거의 바닥난 상태였지만, 정리운동을 겸하여 3암장에서 '나우리(5.10a)'와 '일마(5.10b)'를 추가로 등반했다. 심각해진 코로나 사태로 인해 식당에 가는 것이 부담스러워 미리 준비해간 음식으로 간단히 석식까지 해결하고 가장 늦게 암장을 빠져나왔다. 주차장까지 걸어가는 짧은 길 중간에 기다렸다는 듯 굵은 소나기가 쏟아졌다. 땀에 절은 몸을 식혀주는 시원한 빗방울을 애써 피하고 싶지 않았다. 무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등반했다는 뿌듯함에 심신이 맑아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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