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여름 한낮의 거인암장 - 2021년 7월 17일(토)

빌레이 2021. 7. 18. 04:46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여름 한낮인데도 불구하고 거인암장에서 열심히 등반을 즐길 수 있었던 뜻깊은 하루였다. 아침 7시 반에 서울을 출발하여 암장의 첫 손님이 되었다. 시원한 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3암장 앞에 모기향을 피운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벌레 기피제를 온몸에 뿌리는 것으로 여름 등반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2암장의 '자유(5.10a)' 루트에서 첫 오름짓을 할 때는 직사광선에 달궈진 바위 표면을 만지는 것이 따가울 정도였다. 곧바로 강렬한 태양빛을 피할 수 있는 우측의 응달진 암벽으로 자리를 옮겼다. 큰 참나무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성주(5.10b)'와 '성봉(5.10c)' 루트를 오를 때는 상대적으로 시원하여 등반에 집중할 수 있었다. 햇빛에 노출된 암벽을 체험한 직후여서 그늘진 루트의 고마움을 더욱 절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3암장으로 돌아와 '선물(5.10b)'을 완등한 후에 점심을 먹었다. 보냉병에 담아 간 얼음으로 제조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커피의 맛이 오늘따라 유난히 맛깔스러웠다.  

 

점심 직후엔 잠시나마 달콤한 낮잠에 빠져들었다. 오후엔 2암장의 7개 루트 중에서 유일하게 완등하지 못한 'JK(5.10d)'에 매달렸다. 어렵사리 줄을 걸어 놓고 비지땀을 흘려가면서 서너 차례를 시도해 보았으나 결국엔 완등하지 못하고 물러서야만 했다. 내게 맞는 홀드와 동작은 얼추 찾은 듯한 느낌에 그런대로 만족하고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어려운 루트와 씨름하느라 체력이 거의 바닥난 상태였지만, 정리운동을 겸하여 3암장에서 '나우리(5.10a)'와 '일마(5.10b)'를 추가로 등반했다. 심각해진 코로나 사태로 인해 식당에 가는 것이 부담스러워 미리 준비해간 음식으로 간단히 석식까지 해결하고 가장 늦게 암장을 빠져나왔다. 주차장까지 걸어가는 짧은 길 중간에 기다렸다는 듯 굵은 소나기가 쏟아졌다. 땀에 절은 몸을 식혀주는 시원한 빗방울을 애써 피하고 싶지 않았다. 무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등반했다는 뿌듯함에 심신이 맑아지는 듯했다.

 

▲ '자유(5.10a)' 루트에서 몸을 푸는데, 직사광선에 달궈진 바위가 뜨거울 지경이었다.
▲ 2암장의 우측 루트는 큰 참나무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어서 한결 시원했다.
▲ '성주(5.10b)' 루트를 등반 중이다. 온사이트 완등.
▲ '성봉(5.10c)' 루트는 세 차례 시도만에 완등했다.
▲ 가끔 살랑살랑 실바람이 불어 주었던 3암장은 2암장보다 시원했다.
▲ 점심 전의 마지막 루트로 3암장의 '선물(5.10b)'을 등반 중이다.
▲ '선물(5.10b)'은 난이도에 비해 초반 오버행 구간을 돌파하는 게 까다로운 루트이다. 오늘은 깔끔하게 완등했다.
▲ '선물' 루트의 톱앵커에서 우측으로 본 풍경인데,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고난도 루트들이 즐비하다. 
▲ '선물'의 톱앵커에서 좌측으로 눈을 돌리면 평화로운 전원 풍경이 펼쳐진다.
▲ '선물'의 톱앵커에서 아래를 내려다 본다. 3암장의 빌레이 스테이션은 나무 그늘이 드리워져 시원한 편이다.
▲ 보냉병에 담아온 얼음으로 제조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커피의 맛이 일품이었다.
▲ 그늘진 베이스캠프에서 가진 점심시간이 행복했다. 
▲ 한여름 암장의 필수품인 모기향과 벌레 퇴치제.
▲ 점심 후에 3암장 앞의 벤치에 누워 잠시 동안 달콤한 낮잠에 빠져들었다. 야외에서 칠부바지를 입으면 시원하기는 한데, 집에 온 후에는 드러난 부분이 따끔거렸다. 다음엔 자외선 차단제를 다리에도 발라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 언젠가는 3암장 동굴 주변의 고난도 루트들까지 완등할 수 있는 날이 올런지 모르겠다는 꿈을 꾸면서....
▲ 오후 시간엔 2암장에서 유일하게 완등하지 못한 'JK(5.10d)' 루트에 도전하기로 했다. 
▲ 거의 원 볼트 원 테이크 형식으로 'JK' 루트에 어렵사리 줄을 걸었다. 아직은 내게 버거운 난이도였지만, 톱로핑으로 서너 차례 연습하여 홀드와 무브를 찾은 상태라서 다음에 오면 완등할 수 있으리란 기대감이 들었다. 
▲ 'JK' 루트에 매달려서 힘이 거의 소진된 상태였지만, 3암장으로 이동하여 '나우리(5.10a)'와 '일마(5.10b)'에서 정리운동을 했다.
▲ '나우리' 루트를 오르는 중이다. 체력이 소진되어 평소보다 어렵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