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예보가 하룻밤 사이에 급변했다. 지난 목요일에 확인한 춘천시 지역의 강수확률은 토요일 하루 종일 50% 미만이었다. 날씨에 대한 별 걱정 없이 강촌 유선대 암장에서의 등반을 계획했었다. 그러나 당일 새벽 6시, 집을 나서기 직전에 확인해본 날씨는 비가 올 가능성이 70~80%로 높아져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모모, 기철, 코헤이를 차례로 픽업하여 강촌으로 향하는 경춘가도를 달리는 동안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했다. 대성리 부근을 지날 때는 시야가 흐리고 도로가 잠겨 천천히 운행해야 할 정도로 장대비가 쏟아졌다. 강선사 입구의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엔 다행스럽게도 비는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우선 암벽의 상태를 파악한 후에 플랜B를 상의해 보기로 했다. 우산만 챙겨서 맨 몸으로 올라간 유선대 암장은 예상대로 곧장 등반할 상태는 아니었다. 오목한 오버행 아래의 벽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루트가 젖어 있었다. 하지만 이후로 비가 오지 않는다면 몇몇 루트에 붙어볼 수는 있겠지 싶었다. 유선대 정상을 거쳐 강선사로 내려오는 산길을 걷는 동안 비는 거의 멈춰 주었다. 간간히 구름 사이로 햇살이 드러나기도 했다. 자연스레 플랜B에 대한 생각은 까마득히 사라져 버렸다. 등반장비와 소나기를 대비한 타프를 짊어지고 다시 유선대 암장으로 향했다. 비를 피할 수 있는 베이스캠프를 구축하고 나니 비로소 마음이 편안해졌다. 날씨 탓인지 하루 종일 암장엔 우리팀 외에 아무도 오지 않았다. 변화무쌍한 일기 속에서도 늦은 오후 시간인 7시를 넘겨 하산할 때까지 오롯히 우리들만의 등반을 안전하게 즐길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
◆ 강촌 유선대 암장 개념도
좌벽
샹그리라 가는길 : 샹그리라(=숨겨진 이상향)를 찾아가는 어느 등반가의 모습.
수류화개 : 물이 흐르고 꽃이 핀다 = 삼라만상 본연의 모습.
작은 언덕 : 고빗사위 구간에 작은 턱을 넘어서야 한다.
오르락 : 오름짓의 즐거움.
시월이 가기전에 : 을미년(2015) 10월의 마지막 날에 마무리하다.
참나무 : 코스가 끝나는 곳에 참나무가 있다.
벚꽃 피는 날 : 벚꽃이 활짝 핀날 이곳에 올라 아래 세상의 정취를 느끼다.
바다리 : 맹렬하게 달려드는 바다리벌과 정열적인 등반 초심자의 모습이 닮았다.
작은 벽
초심 : 암벽등반 입문 시절의 겸손함을 잊지말자.
101동 : 백의 첫번째 코스.
시동 : 개척작업에 시동을 걸다(개척시작).
102동 : 백의 두번째 코스.
큰벽
201호 : 101동을 오르고 좀 아쉽다면 올라보라. 작은벽 2층에 있는 첫번째.
202호 : 102동이 짧아 연속하여 오르는 재미를 더했다. 작은벽 2층에 있는 두번째.
코난발가락 : 엄지발가락에 힘을 꽉 줘야 산다(만화영화 “코난”에 나오는 장면).
EMPTY : 천공작업중 오일이 바닥나 내려왔다 다시 올라가야만 했다.
그리움 : 지난날 등반하던 추억들과 사람들의 모습이 그리움으로 피어 올랐다.
프리텐션(Pre-tention) : 미리 긴장을 가하다.
HANBIT : 크고 넓은 마음으로 하나되어 순수하고 참된 산악인을 상징한다.
하늘문 : 하늘에 닿을 듯 정상으로 향하다.
우벽
통천문 : 하늘과 통하는 문(오를수록 하늘이 넓게 펼쳐진다).
잔트가르 : 몽골어로 “최강의 사내”를 의미한다.
챙이올 : 내가 그랬듯이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처음 시작할 당시를 잊지 말자).
선녀문 : 달밤에 보면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 올 듯 신비스럽다.
바람개비 : 시원한 바람이 불면 하염없이 돌아가는 바람개비 인생.
'암빙벽등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양평 소리산 삼형제바위 - 2021년 7월 24일(토) (0) | 2021.07.26 |
---|---|
여름 한낮의 거인암장 - 2021년 7월 17일(토) (0) | 2021.07.18 |
인수봉 거룡길 - 2021년 6월 27일(일) (0) | 2021.06.28 |
파평산 산림공원과 거인암장 - 2021년 6월 5일(토) (0) | 2021.06.06 |
양주 독립봉암장 - 2021년 5월 23일(일) (0) | 2021.05.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