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몸이 축 늘어진다. 무엇을 할 의욕이 생기지 않아서 오늘 하루는 쉬기로 한다. 학기초부터 별다른 여유 시간 없이 달려온 탓에 좀 지친 모양이다. 집안에 가만히 있으면 갑갑할 듯하여 간단히 여장을 꾸려서 무거운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온다. 어제까지 해야할 강의녹화는 모두 마쳤고, 오늘은 다행히 특별한 일정이 없다. 이번 주말에도 비가 온다고 하니 금요일인 오늘 산에 갈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란 생각에서 피곤한 몸인데도 밖에 나선 것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사전투표 첫날이니 정릉천변의 동사무소에서 투표하고 보국문을 향해서 북한산에 들기로 한다.
정릉계곡을 따라서 보국문으로 이어지는 등로 주변엔 노랑제비꽃들이 한창이다. 가끔가다가 흰색과 보라색 제비꽃도 보인다. 산성길에서 칼바위 능선으로 내려올까 하다가 성벽에 핀 진달래를 보고 진달래능선으로 하산길을 정하기로 한다. 절정은 지났으나 여전히 어여쁜 진달래꽃이 신록과 함께 반겨준다. 평소와 달리 산행하는 내내 피로감이 사라지지 않아서 더이상 길게 걷지 않고 이른 시간에 귀가한다. 아무래도 몸살감기 기운이 있는 듯하여 집에서 푹 쉬기로 한다. 비록 마스크를 써야 하는 피곤한 산행이었지만, 발 아래에서 환하게 반겨주던 제비꽃들의 앙증맞은 모습이 눈에 선하여 마음만은 한층 더 밝아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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