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도봉산 산길 10시간 걷기 - 2021년 2월 13일(토)

빌레이 2021. 2. 14. 09:10

이번 설날 연휴엔 고향집에 내려가지 않았다.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보고 싶은 가족과 친지들을 맘 놓고 만날 수 없다는 게 여간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3주 전 평일에 잠시 짬을 내어 1박 2일 일정으로 어머니와 장인어른을 찾아뵙고 온 까닭에 서운함은 덜었지만 명절을 명절답게 보내지 못하는 답답함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서울에서 보내게 된 연휴 동안 산에 자주 가자는 계획을 세웠다. 본의 아니게 너무 많이 먹게 되어 건강을 해치는 누를 범하곤 하는 명절증후군을 되풀이하고 싶지는 않았다. 허리 통증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체중 감량부터 하라는 실내암장 선배님의 조언을 나름대로 실천하고 있는 요즘이다. 귀향하지 않았으니 적게 먹고 운동 많이 하자는 기본 원칙을 이번 설 연휴에도 멈추지 않을 수 있는 여건은 일단 마련된 셈이다.

 

연휴 첫 날엔 교통혼잡을 피하여 남양주의 철마산을 다녀왔다. 설날인 연휴 둘째 날은 오전에 멀리 있는 가족들과 영상통화로 세배를 대신하고, 오후엔 집 뒤의 북한산에 있는 작은 암봉들을 오르내리며 이곳저곳 탐험하듯 돌아다녔다. 연휴 셋째 날인 오늘은 좀 더 길게 걷고 싶었다. 아침 8시에 우이동을 출발하여 도봉산의 품에 안겼다. 산악회 회원들과 릿지화 신고 바위를 찾아다니던 때에 내가 가장 좋아하던 쉼터가 떠올라 우이능선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랜만에 찾은 그 테라스에서 모닝커피 한 잔에 떠오른 예전 산행의 행복했던 추억을 되새긴 후, 아기자기한 바위들을 만져 보면서 릿지산행을 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가능하면 한적한 산길로 돌아간다는 생각으로 코스를 정했다. 도봉주릉에서 오봉샘으로 가서 다시 오봉에서 주릉으로 이어지는 능선 위의 봉우리에 올라 한가로운 점심시간을 즐겼다.

 

송추폭포로 내려가는 하산길을 따르다가 폭포 아래의 삼거리에서 우회전 하여 다시 사패능선에 오른 후 회룡사로 하산했다. 아직은 충분히 더 걸을 수 있을 듯하여 이번 기회에 둘레길 구간 중 미답지로 남아 있는 보루길(16구간)과 다락원길(17구간)을 따르기로 했다. 처음 가 본 길이라는 설레임과 행동식으로 섭취한 파워젤 덕택으로 새로운 힘이 솟구치는 듯하여 도봉옛길(18구간)을 따라서 도봉탐방안내소까지의 짧지 않은 거리를 신나게 주파할 수 있었다. 해가 도봉산 능선 너머로 잠긴 후인 오후 6시 즈음에 산행을 마쳤다. 도봉산에서 10시간 정도를 머문 셈이다. 봄날처럼 따스한 날씨에 자켓을 벗고 경쾌하게 산길을 걸을 수 있어서 한결 산뜻하고 건강해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 우이능선의 이 테라스는 도봉산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쉼터이다.
▲ 산행 출발점인 우이동 경전철의 차고지 근처에 가족캠핑장이 새롭게 들어섰다. 코로나로 인해 아직 오픈 전인 듯하다. 
▲ 우이능선의 최애 쉼터를 안쪽에서 본 그림이다. 암벽에 기대고 앉아서 눈을 좌로 돌리면 수락산과 불암산이 반겨주고, 우로 돌리면 인수봉과 백운대의 절경이 펼쳐지는 곳이다. 시원한 조망을 즐기며 커피타임 갖기에 이만한 자리는 드물지 싶다.
▲ 오랜만에 찾은 우이능선에서 바라본 매바위와 우이암. 저 멀리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 신선대의 정상부가 보인다.
▲ 우이령에서 이어지는 암릉이 아침햇살을 듬뿍 받아서 빛나고 있다.
▲ 바위 끝이 오똑하게 도드라진 꼭지바위도 오랜만이다.
▲ 전방에 보이는 매바위에서 릿지등반과 하강연습을 하며 놀던 추억이 새록새록 돋아난다.
▲ 우이암 뒷편의 한적한 오솔길에서 바라본 오봉이 오늘따라 멋지다.
▲ 잠시 한가해진 도봉주능선이지만, 산객들이 붐비는 길이기에 빨리 벗어나기로 한다.
▲ 도봉주릉에서 벗어나 오봉샘으로 왔다. 평소에 가던 좌측길로 가지 않고 직진했다.
▲ 다시 오봉에서 도봉주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에 올랐다.
▲ 오봉과 도봉주릉 사이의 봉우리에서 점심시간을 가졌다. 좌측이 오봉 정상이고, 우측 아래로 여성봉이 보인다.
▲ 점심을 먹었던 봉우리에서 바라본 도봉산 정상부 모습이다.
▲ 좌측 봉우리가 사패산. 송추폭포로 하산하여 사패산 아래의 골짜기를 타고 다시 올라갈 생각이다.
▲ 송추폭포까지 내려간다. 하산길로는 완만한 편이어서 내가 좋아하는 길이다.
▲ 송추폭포는 아직까지 얼음이 남아 있다.
▲ 송추폭포의 기울기가 빙벽등반 하기엔 완만하지만 빙계트레킹을 즐기기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저 아래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간다. 좌측은 송추유원지로 하산하는 길이다.
▲ 삼거리에서 사패능선으로 올라가는 길은 1.1km 거리다. 
▲ 두꺼운 얼음 아래에 맑은 계곡물이 고여 있었다.
▲ 겉에서 보면 얼음계곡이지만, 아래로는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 사패능선에서 회룡탐방안내소까지 내려간다.
▲ 회룡사엔 봄볕이 가득했다. 회룡사부터는 포장된 임도가 시작된다.
▲ 회룡탐방안내소 직전에서 우측의 보루길로 올라간다.
▲ 원심사 앞을 지나고...
▲ 잠시 원심사 진입로를 따르다가...
▲ 둘레길은 다시 산길로 접어든다.
▲ 처음 걸어본 보루길 구간이 좋아서 힘들지 않았다.
▲ 불암산의 해골바위를 옮겨 놓은 듯한 바위도 보고...
▲ 둘레길은 이정표가 확실해서 좋다.
▲ 고가도로 아래를 통과해서 좌측의 산길로 접어든다.
▲ 원각사를 기점으로 보루길이 끝나고 망월사역 방향으로 내려가는 다락원길 구간이 이어진다.
▲ 다락원길은 원각사에서 이 고가도로까지 잠시 지루한 포장된 보도를 따라 걸어야 한다.
▲ 고가도로 밑을 지나면 다시 산길로 들어간다.
▲ 이제 서서히 해가 능선 너머로 내려가려 하고 있다.
▲ 잠시 마을 뒷길을 통과하게 되고...
▲ 산 너머로 잠기기 직전의 석양을 보면서... 
▲ 다락원길 다음은 도봉옛길(18구간)인데 반대쪽에서 도봉탐방안내소까지는 몇 차례 걸었었다.
▲ 도봉옛길 구간의 전망대에서 바라본 정상부와 다락능선. 이제 해는 거의 넘어갔고, 실루엣만 남았다.
▲ 도봉옛길 구간은 예상대로 다락능선에서 하산하는 길과 만나게 된다.
▲ 도봉산 입구에서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 한다.
▲ 오늘의 여정을 도봉탐방안내소 앞의 지도 위에 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