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날 연휴엔 고향집에 내려가지 않았다.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보고 싶은 가족과 친지들을 맘 놓고 만날 수 없다는 게 여간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3주 전 평일에 잠시 짬을 내어 1박 2일 일정으로 어머니와 장인어른을 찾아뵙고 온 까닭에 서운함은 덜었지만 명절을 명절답게 보내지 못하는 답답함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서울에서 보내게 된 연휴 동안 산에 자주 가자는 계획을 세웠다. 본의 아니게 너무 많이 먹게 되어 건강을 해치는 누를 범하곤 하는 명절증후군을 되풀이하고 싶지는 않았다. 허리 통증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체중 감량부터 하라는 실내암장 선배님의 조언을 나름대로 실천하고 있는 요즘이다. 귀향하지 않았으니 적게 먹고 운동 많이 하자는 기본 원칙을 이번 설 연휴에도 멈추지 않을 수 있는 여건은 일단 마련된 셈이다.
연휴 첫 날엔 교통혼잡을 피하여 남양주의 철마산을 다녀왔다. 설날인 연휴 둘째 날은 오전에 멀리 있는 가족들과 영상통화로 세배를 대신하고, 오후엔 집 뒤의 북한산에 있는 작은 암봉들을 오르내리며 이곳저곳 탐험하듯 돌아다녔다. 연휴 셋째 날인 오늘은 좀 더 길게 걷고 싶었다. 아침 8시에 우이동을 출발하여 도봉산의 품에 안겼다. 산악회 회원들과 릿지화 신고 바위를 찾아다니던 때에 내가 가장 좋아하던 쉼터가 떠올라 우이능선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랜만에 찾은 그 테라스에서 모닝커피 한 잔에 떠오른 예전 산행의 행복했던 추억을 되새긴 후, 아기자기한 바위들을 만져 보면서 릿지산행을 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가능하면 한적한 산길로 돌아간다는 생각으로 코스를 정했다. 도봉주릉에서 오봉샘으로 가서 다시 오봉에서 주릉으로 이어지는 능선 위의 봉우리에 올라 한가로운 점심시간을 즐겼다.
송추폭포로 내려가는 하산길을 따르다가 폭포 아래의 삼거리에서 우회전 하여 다시 사패능선에 오른 후 회룡사로 하산했다. 아직은 충분히 더 걸을 수 있을 듯하여 이번 기회에 둘레길 구간 중 미답지로 남아 있는 보루길(16구간)과 다락원길(17구간)을 따르기로 했다. 처음 가 본 길이라는 설레임과 행동식으로 섭취한 파워젤 덕택으로 새로운 힘이 솟구치는 듯하여 도봉옛길(18구간)을 따라서 도봉탐방안내소까지의 짧지 않은 거리를 신나게 주파할 수 있었다. 해가 도봉산 능선 너머로 잠긴 후인 오후 6시 즈음에 산행을 마쳤다. 도봉산에서 10시간 정도를 머문 셈이다. 봄날처럼 따스한 날씨에 자켓을 벗고 경쾌하게 산길을 걸을 수 있어서 한결 산뜻하고 건강해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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