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보고 토요일에 주로 하던 암벽등반을 하루 늦추기로 한다. 그 대신 오늘은 집에서 가까운 북한산의 산길을 가벼운 마음으로 걸으면서 봄마중을 나가 보기로 한다. 아침 8시 반 경에 집에서 이어지는 북한산둘레길 초입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봄꽃들이 반겨준다. 매화, 산수유꽃, 개나리꽃이 차례로 나타나 내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준다. 산허리길로 접어들면서부터는 우산을 써야할 정도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바위 사면이 봄비에 젖는 것을 바라보면서 인적이 드문 오솔길을 따라 걷는 동안 노란 생강나무꽃이 심심찮게 반겨준다. 해마다 산에서 가장 먼저 피어나는 봄의 전령사이건만 생강나무꽃은 화려한 개나리나 진달래꽃에 비하여 그 존재감이 큰 봄꽃은 아니다. 하지만 오늘은 봄비를 머금은 생강나무꽃이 탐스럽고 선명하여 유난히 내 눈길을 사로잡는다.
비를 맞으며 산행하는 것도 참 오랜만이지 싶다. 차분히 내리는 봄비를 즐기면서 둘레길 옆의 비를 피할 수 있는 정자에 걸터 앉아 간식과 함께 마시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이 더없이 소중하다. 더이상 바랄 게 없는 행복감이 밀려온다. 만물을 생동케 하고 새생명을 불어 넣어 주는 봄비가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산비탈을 걸었던 오전 산행에서 만난 주인공이 노오란 생강나무꽃이었다면, 오후 시간에 걸었던 둘레길 주변 봄숲의 주연은 단연 선명한 분홍빛깔의 진달래꽃이었다. 봄비에 젖어 물방울이 맺힌 진달래 꽃잎이 더없이 싱그러웠다. 아름드리 솔숲 사이에 자리한 정자에서의 아늑하고 평화로웠던 휴식시간 또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한 순간이었다. 봄비에 젖은 북한산에서 빗속을 거닐면서 만족스런 봄마중을 즐긴 오늘 하루가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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