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북한산둘레길과 북악하늘길 - 2021년 5월 1일(토)

빌레이 2021. 5. 1. 21:01

푸른 오월의 첫 날이자 첫 주말에 봄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보고 모처럼 우중산행이나마 길게 해보자는 마음을 먹는다. 암벽등반은 내일 날씨가 화창하게 개일 것을 기대하면서 하루 미루기로 한다. 오후부터 본격적으로 비가 내린다고 하여 좀 서두르기로 한다. 이른 아침 7시에 집을 나선다. 북한산둘레길을 따라서 화계사까지 걷다가 칼바위 능선을 향해 오른다. 삼성암 위의 전망바위에서 모닝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오늘의 산행 경로를 대충 그려본다. 최근 3개월 동안 허리통증을 다스리기 위해 시작한 체중 조절에 성공하여 몸무게가 근 10kg이 줄었다. 허리 둘레도 2~3 인치가 줄어서 등반용 안전벨트를 새로 장만해야 한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모처럼 종로5가에 있는 등반장비점까지 도보로 가보자는 계획을 즉흥적으로 세운다. 

 

산허리길을 따라서 유턴하듯 칼바위능선 탐방안내소로 와서 정릉계곡으로 내려온다. 다시 북한산둘레길로 접어든 후에 형제봉으로 오르는 능선길을 따른다. 가끔 산책하면서 들르곤 하는 영불사 근처의 아지트에서 점심을 먹고, 북악하늘길로 들어선다. 제법 길게 이어지는 산행의 피로감이 몰려올 즈음에 북악하늘길 전망대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햇볕을 만난다. 간식과 함께 행복감 넘치는 커피타임을 갖고 서울성곽길로 향한다. 성북천 발원지를 거쳐 말바위 전망대 방향으로 가다가 성북동 주택가로 하산한다. 본격적으로 퍼붓기 시작한 빗속을 뚫고 성북동과 혜화동을 거쳐서 대학로에 도착하여 잠시 쉰 다음, 종로5가의 장비점까지 걸었다. 정작 내가 원하는 안전벨트를 구하지는 못했지만, 오늘 하루 8시간 정도를 꾸준히 길게 걸었다는 뿌듯함 속에 일말의 서운함은 사라졌다. 오랜만에 걸어본 북악하늘길 구간에서 푸르른 5월의 신선미 가득한 숲에서 맑은 기운을 받아 조금은 건강해진 듯한 기분이다. 

 

▲ 북악터널 위로 이어지는 북악하늘길 주변에 황매화가 만발했다.
▲ 가끔 신책할 때 들르는 영불사 근처의 아지트에도 황매화가 피었다.
▲ 영불사 경내도 오랜만에 구경한다.
▲ 영불사 담장을 장식하고 있는 이파리들이 예뻐서... 
▲ 형제봉 능선에서 이어지는 북악하늘길은 군사시설 때문에 이곳에서 우회해야 한다. 
▲ 북악하늘길 중간의 숲속 화장실이 오늘따라 멋지게 보인다.
▲ 여래사 입구의 작은 불상이 보기 좋았다. 
▲ 여러 산사를 잇는 산사길은 산벚꽃 한창일 때 걸었어야 했는데, 올해는 그러지 못했다.
▲ 북악하늘길 전망대에서 잠깐 동안 구름 사이로 축복 같은 햇빛이 쏟아졌다.
▲ 갑자기 열린 하늘 아래서 행복감 넘치는 커피타임을 즐겼다.
▲ 북악하늘길은 일명 '김신조 루트'로 불린다. 1968년 1월 21일의 격전지였던 호경암에는 총탄의 흔적이 남아있다.
▲ 북악하늘길을 걷다보면 간간히 만나게 되는 시도 감상하게 된다. 부엉이 모양을 한 안내판이 눈길을 끌었다.
▲ 북악하늘길에서는 서울의 자연미를 한껏 느낄 수 있다.
▲ 간만에 만나는 박목월 시인의 시도 감상하고...
▲ 권위주의 시대엔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구간이 열려서 자유롭게 걸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 성북천은 이곳에서 시작하여 돈암동, 보문동, 신설동을 거쳐서 청계천으로 흘러든다. 대학시절엔 하수 냄새 가득하던 성북천을 반어적으로 낭만 가득한 쎄느강이라 불렀던 추억이 떠올랐다. 
▲ 성북천 발원지는 북악스카이웨이 중간의 팔각정으로 올라갈 수 있는 삼거리다.
▲ 삼청각 쉼터가 내려다 보인다.
▲ 서울성곽길 말바위전망대에서 성북동 주택가로 내려가는 길이다.
▲ 다행스럽게도 산을 벗어난 순간부터 본격적으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