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트레킹

[아일랜드 더블린 근교 트레킹] 그레이스톤스에서 브레이까지 - 2018년 7월 19일

빌레이 2018. 7. 22. 11:25

어제 아침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콧속으로 침입한 후끈한 열기 탓에 잠깐이지만 비행기를 타고 다시 아일랜드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일랜드의 7월은 우리나라의 가을처럼 시원한 날씨다. 하루의 기온이 10도에서 20도 사이를 오간다. 후텁지근한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우리의 여름 날씨를 생각하면 더욱 부러운 환경이다.  평소엔 비가 자주 내리고 변덕스럽기로 유명한 아일랜드 날씨라지만 내가 머물렀던 일주일 동안은 화창한 날의 연속이었다. 더블린에 도착한 다음날 오후에 잠시 비가 내렸고, 마지막날 귀국하기 위해 공항버스에 오르던 새벽녘에서야 비를 다시 만났을 뿐이다. 날씨까지 도와준 이번 아일랜드 출장길은 여러모로 뜻깊은 기억을 많이 남긴 여행이었다.


귀국길에 오르기 하루 전, 나 홀로 더블린 근교 트레킹을 다녀왔다. 석사과정 제자인 원태와 함께 참석한 학회 일정을 잘 마무리하고 남은 하룻 동안의 여유 시간을 즐기기로 한 것이다. 아직까지 해외 여행 기회가 많지 않았을 원태는 젊은 친구들이 좋아하는 더블린 시내 구경을 자유롭게 다녀오기로 했다. 나는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은 도심을 피해서 한적한 자연을 즐기고 싶었다. 해외 출장을 다녀도 요새는 예전과 달리 유명 관광지보다는 자연을 벗삼아 한적하게 걸을 수 있는 장소를 찾게 된다. 인터넷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트레킹 관련 정보도 풍부해서 세계 어디서나 내 구미에 맞는 트레일을 구상할 수 있으니 매우 편리한 세상이다.  


숙소에서 가까운 샌디마운트(Sandymount) 역에서 이른 아침 전철을 타고 남쪽으로 향한다. 이곳에서 다트(DART)라고 부르는 전철의 종점인 그레이스톤스(Greystones) 역까지는 50분 가량이 소요된다. 그레이스톤스에서 직전 역인 브레이(Brey)까지 이어진 클리프워크(Cliff Walk) 코스와 산길을 걸으면서 이국적인 풍광을 만끽했다. 클리프워크는 그 이름처럼 브레이와 그레이스톤스 사이의 구간에 있는 해안절벽 중턱에 도보여행자들을 위해 잘 닦여진 트레일이다. 우리네 둘레길 같은 클리프워크 트레일을 따라 걷다가 중간에 산으로 향하는 등산로를 따라 올라 마루금 산행을 하면서 사방으로 확 트인 장쾌한 조망을 즐길 수 있었다.


산마루가 이어지는 능선길을 걸으며 오감으로 느꼈던 모든 것이 기억에 남는다. 산바람인지 바닷바람인지 분간할 수는 없지만 살랑살랑 시원하게 불어주며 부드럽게 피부에 와 닿는 바람의 감촉이 더이상 좋을 수가 없었다. 브레이로 진행하는 방향의 좌측으로는 구릉성 산지를 이루는 위클로우 국립공원의 광활한 산줄기가 펼쳐진다. 고개를 우측으로 돌리면 아찔한 해안절벽과 시원스런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가슴 벅찬 감흥 때문인지 아무도 없는 산길을 홀로 걷는데도 전혀 외롭지 않았다. 브레이의 산 정상에 자리잡고 있는 커다란 십자가가 멀리서도 이정표 역할을 확실하게 해주니 길을 잃을 염려도 없었다. 스마트폰에 담아온 이문세의 노래를 들으며 걷는 발걸음이 가볍고도 상쾌했다. 천상의 산책길을 걷는 기분이 이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브레이 시가지와 해수욕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산 정상에서 간식도 먹고 이곳저곳을 서성거리며 한참을 쉬었다. 정상의 십자가 밑에서 만난 폴란드 태생의 트레커와 말이 잘 통하여 짧은 시간이지만 유쾌한 대화를 나눴다. 더블린의 유명 호텔에서 근무하는 그는 13년간 아일랜드에서 살고 있으며 그의 아내는 사진작가로 브레이에 직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해안절벽 인근에 타오르고 있는 산불에 대해서 물으니 아마도 자연적으로 발화된 것이라는 답을 내놓는다. 트레킹이 취미인 그는 위클로우 국립공원을 걸으면서 산불을 자주 보았다고 한다. 특별히 산불을 끄려는 움직임이 없는 걸 보면 자연적인 발화는 자연스레 소멸되도록 놔두는 것이 이들의 자연보호 정책인 모양이다. 폴란드 친구와 작별 인사를 나누고 하산하여 다시 클리프워크 둘레길을 오가다가 브레이 해변을 따라서 전철역에 도착하는 것으로 약 5시간 동안의 트레킹을 마친다. 환상적인 날씨에 짧게나마 아일랜드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었던 기분 좋은 트레킹이었다.                


1. 트레킹 말미에 브레이 시가지가 내려다 보이는 산 정상엔 거대한 십자가가 있다. 폴란드 출신 호텔리어의 뒷모습도 보인다.


2. 아침 7시 8분에 샌디마운트 역에서 그레이스톤스 행 다트(전철)에 탑승한다.


3. 그레이스톤스 역에 비치되어 있는 지도의 우측 상단에 해안둘레길 출발점이 표시되어 있다.


4. 그레이스톤스 역은 더블린에서 오는 전철의 종착역이다.


5. 그레이스톤스 역을 빠져나와서 우측으로 진행한다. 가는 길 중간에 마트에 들러 간식을 준비한다.


6. 그레이스톤스 해변으로 나오면 트레일 출발점을 찾을 수 있다.


7. 언뜻 보면 우리나라의 제주도 해변 같은 그레이스톤스 바닷가 풍경이다.


8. 저멀리 오늘 걸어가야할 트레일이 보인다. 산줄기 너머 아득한 곳에 브레이 시가지가 보이는 듯하다.


9. 해변에서 이 표지판을 찾았다면 트레일 출발점에 들어선 것이다.


10. 잠시 동안 공사중인 주택가를 지나쳐야 한다.


11. 그레이스톤스 시가지를 벗어나면 한적한 바닷가가 나온다.


12. 바다를 우측에 두고 진행하면 브레이로 향하는 트레일이다.


13. 이제는 본격적으로 둘레길을 걷는 듯한 기분이 든다.


14. 한동안 도보길은 전철 노선과 나란히 가기도 한다.


14-1. 클리프워크로 불리는 트레일을 알리는 표지판이다.


15. 그레이스톤스 시민들의 아침 산책이나 조깅 코스로도 애용되는 트레일이다. 


16. 보기에는 시원하게 뚫린 길이지만 약간은 지루할 수 있는 유채밭 구간이다. 봄이었다면 온통 노란 유채꽃밭이었을 것이다. 


17. 브레이에서 출발한 트레커들을 유혹하는 레스토랑 광고도 보인다.


18. 길 양 옆으로 펼쳐진 들꽃 무리들이 눈을 즐겁게 해준다.


19. 분홍빛 들꽃 너머로 펼쳐지는 밀밭 풍경 또한 멋지다.


20. 그레이스톤스에서 조깅하러 온 사람들은 중간에 돌아간다.


21. 잘 단장된 트레일은 울창한 숲속을 걷는 듯 시원한 나무 그늘이 있는 구간도 많다. 


22. 크지는 않지만 산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이 바다로 흘러드는 곳에는 어김 없이 튼튼한 다리가 설치되어 있다.


23. 시야가 열리는 곳에서 걸어온 길을 돌아보니 어느새 그레이스톤스가 아득해졌다.


24. 산불로 인해 검은 산이 돼버린 구간이 나타난다.


25. 잠시 후에 산으로 향하는 갈림길이 있는 삼거리에서 등산로에 접어든다.


26. 브레이 방향으로 계속 이어진 클리프워크는 잠시 벗어나기로 한다.


27. 산불 탓에 오히려 걷기는 편해진 산길이다. 최근에 불이 났었는지 향수를 자극하는 나무 태우는 냄새가 여전했다.


28. 산 정상부의 고원 지대는 개인 소유의 농장인 모양이다.


29. 가축을 키우는 목장의 울타리 역할을 하는 산마루의 출입문이 보인다.


30. 산 정상부는 바위가 대부분이다. 나무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31. 목장의 경계 부분은 트렉터가 다닐 수 있는 임도처럼 넓은 자갈길이다.


32. 첫번째 오른 산봉우리에서 걸어온 길과 그레이스톤스 시가지를 내려다 본다.


33. 앞으로 가야할 브레이 방향의 산 정상에 있는 십자가를 당겨본다. 이정표가 확실해지는 순간이다.


34. 나와 반대로 진행하는 이들을 위한 그레이스톤스 표시가 목장 출입문에 설치되어 있다.


35. 진행 방향의 우측 아래는 깍아지른 절벽이다. 클리프워크 트레일과 기찻길이 보인다.


36. 임도 같이 넓은 길을 나홀로 전세낸 듯 걷는다. 멀리서 또 산불이 난 모양이다. 


37. 기차가 지나치는 소리에 절벽 아래를 내려다 본다.


38. 십자가를 이정표 삼아 여유롭게 걷는다.


39. 해안절벽 바로 위를 조깅하는 이들도 보인다.


40. 다시 나오는 목장의 출입문을 통과하면 십자가가 있는 정상이 지척이다. 


41. 십자가가 있는 정상에 거의 다 왔다.  


42. 십자가가 내려다보이는 봉우리에 먼저 올랐다. 브레이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보인다.


43. 할아버지와 손자인 듯한 두 사람이 십자가 앞에서 인증 사진을 남기고 있다.


44. 산봉우리 정상에서 바라본 브레이 시가지 풍경이다.


45. 정상부에는 고만고만한 바위 봉우리 세 개가 삼형제처럼 연이어 있다. 


46. 휴양지로 널리 알려진 브레이 시가지를 당겨보았다.


47. 마트에서 구입한 빵과 음료수로 간식을 먹고 한참 동안 풍광을 즐기며 쉬어 간다.


48. 산 아래의 골프장이 보이고 브레이에서 오솔길을 따라 올라오는 폴란드 친구의 모습도 보인다.


49. 이제 십자가가 서있는 봉우리 앞으로 간다.


50. 간식을 먹으며 쉬었던 봉우리를 심자가 봉우리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51. 해안절벽을 타고 오르는 산불이 계속 타오르고 있었다. 큰나무가 없어서 그런지 크게 위협적이지는 않았다.


52. 폴라드인 친구가 찍어준 정상 인증샷이다.


53. 더블린 유명 호텔의 직원인 이 친구는 정상에서 독서하며 쉬다가 내려갈 예정이라고 한다.


54. 이제 브레이로의 하산을 시작한다. 저멀리 보이는 산줄기는 위클로우 국립공원이다.


55. 브레이 시내로 내려가는 길에 보이는 클리프워크 트레일을 줌인해본다. 기찻길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보이는 곳이 트레일이다.


56. 고도를 낮추니 큰 나무들이 보인다.


57. 학생들이 선생님과 산으로 소풍을 나온 듯한 모습도 보인다.


58. 브레이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산인 듯하다.


59. 빛깔 고운 초롱꽃도 보이고...


60. 세쌍둥이인듯한 삼둥이를 데리고 나온 아빠의 모습도...


61. 나무가 있어서 한결 자연이 살아 있는 듯한 브레이 방향의산비탈이다.


62. 길게 펼쳐진 브레이 해수욕장이 내려다 보인다.


63. 한동안 숲길을 걷는 듯한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64. 산으로 향하는 등산로 표지판도 친절하고...


65. 등산로와 클리프워크 둘레길이 만나는 장소이다.


66. 클리프워크가 아쉬워 다시 글레이스톤스 방향의 코스를 걸어본다.


67. 브레이 시가지로 가려면 이 방향으로 가야한다.


68. 브레이 인근의 클리프워크 구간은 공원처럼 잘 단장되어 있다.


69. 그레이스톤스 방향으로 가는 클리프워크를 잠시 걸어갔다가 되돌아오기로 한다.


70. 브레이 근방의 둘레길에는 그레이스톤스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71. 클리프워크를 멀리서 바라보면 확실히 절벽 위에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72. 바다를 바라보며 쉴 수 있는 벤치들도 간간히 나온다.


73. 같은 길이라도 걷는 방향에 따라 풍경이 달라진다. 브레이 방향으로 돌아오는 길에 잘 보이는 철로이다.


74. 이곳 벤치에서 잠시 걸터앉아 바다를 바라보았다.


75. 다시 등산로와 둘레길이 만나는 지점으로 돌아와서...


76. 기찻길 위로 나있는 다리를 건너면 브레이 시가지가 나온다.


77. 브레이 해변에서의 접근성이 좋아서 그런지 많은 이들이 클리프워크에 들어서고 있다. 


78. 이제 브레이 시가지가 눈앞으로 다가온다.


79. 해변 산책로를 거의 끝까지 걸어오면 브레이 기차역이 보인다.


80. 브레이 역에 도착하는 것으로 즐거웠던 트레킹을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