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트레킹

[일본 다테야마 종주 트레킹 - 첫째 날] - 2018년 8월 19일(일)

빌레이 2018. 8. 23. 04:07

올여름의 무더위는 단순한 폭염 수준을 넘어 무서운 더위가 되었다. 무엇보다 한달 이상 지속된 열대야는 숨 쉬기가 버거울 정도의 무력감을 안겨주었다. 그 어느 때보다 시원한 설산이 그리웠다. 2학기 개강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 잡아 두었던 일본 다테야마 종주 트레킹 일정은 나에게 기나긴 폭염을 견딜 수 있는 조그만 위안거리였다. 작년 11월에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함께 다녀왔던 멤버들이 다시 뭉쳤다. 그 동안 2017년 송년회에서의 만남을 시작으로 치악산 눈꽃 산행과 곰배령 야생화 트레킹을 다녀온 후로 이제는 서로 더욱 친밀한 사이가 된 인연들이다. 염사장님과 뷰티박님이 바쁜 일정 때문에 합류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이사장님과 사모님, 이상무님, 안사장님, 박사장님, 나, 이렇게 6명이 3박 4일의 여정 동안 한가족처럼 뭉쳐 다니며 서로 챙겨주니 일정 내내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들이었다. 더없이 좋은 날씨 속에 아름다운 산길을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걸을 수 있어서 더욱 소중했던 다테야마 트레킹이었다.


출발일이 가까워지자 단톡방에서는 날씨에 대한 걱정으로 설왕설래가 많았다. 태풍이 몰려 온다고도 했다. 은근히 걱정되기는 했지만 날씨 같이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사안들은 그대로 받아들이고 준비하자는 평소의 소신을 지키기로 했다. 레인자켓, 오버트라우저, 스패치 등을 잘 준비해서 우중 산행을 대비하는 것으로 날씨 걱정은 떨쳐버리기로 한 것이다. 산행에서 날씨는 매우 중요하다. 모처럼 맘 먹고 떠난 해외 산행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나는 항상 날씨에 대해서 염려보다는 기도하는 자세로 임한다. 안나푸르나 트레킹 때에도 날씨는 아주 좋았었다. 그 멤버들이 다시 뭉쳤으니 이번에도 날씨는 좋을 것이란 믿음을 가졌다. 결과적으로 우리의 다테야마 트레킹은 일정 내내 환상적인 날씨의 연속이었다. 제19호 태풍 솔릭이 한국으로 상륙하고, 제20호 태풍 시마론이 일본 본토를 관통하는 시기여서 일정이 하루만 더 늦어졌어도 귀국길 비행기는 뜰 수 없었다. 여러모로 이번 여행에서는 하늘의 도움을 참 많이 받았다는 생각에 감사함이 넘친다.


첫째 날은 아침 6시에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서 일행들을 만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우리 6명을 포함한 20명이 한 팀으로 짜여졌다. 8시에 이륙하여 9시 45분에 고마츠 공항에 착륙했다. 일본은 이동 시간이 짧고 시차가 없어서 편리하다. 전용버스를 타고 다테야마 역으로 이동하는 중간에 점심을 먹었다. 해발고도 475m인 다테야마 역에서 잠시 케이블카를 타고 비죠타이라(美女平)에서 무로도 고원 사이에서만 운행하는 전용버스를 타고 해발 2450m 높이의 무로도 고원에 도착한다. 트레킹이 아닌 관광루트로도 유명한 '다테야마-구로베 알펜루트' 중에서 3분의 1 정도를 여행한 것이라는 가이드의 설명이다. 무로도 고원에서 숙소인 라이쵸(雷鳥) 산장까지는 30여 분 거리이다. 비죠타이라에서 출발할 때는 울창한 삼나무 숲이 눈길을 사로 잡았는데 서서히 고도를 높이자 어느 순간 대초원이 펼쳐진다.


무로도 고원은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수목한계선(timberline) 위에 펼쳐진 대평원이라는 이국적인 풍광을 보여준다. 고도가 높은만큼 우리의 가을날처럼 시원한 기온이다. 무로도 고원의 푸르른 초원과 이를 둘러싸고 있는 다테야마 산군의 경치는 가히 일품이다. 산장 가는 길 중간에 만난 미쿠리가이케 연못은 티 없이 맑은 알파인 호수의 전형을 오롯히 간직하고 있다. 미쿠리가이케 연못의 반대편 지옥계곡에서는 유황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천국 같은 미쿠리가이케 연못과 지옥을 상징하는 듯한 유황계곡이 능선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공존하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어쩌면 천국과 지옥도 실제로는 그리 멀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숙소인 라이쵸 산장은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눈앞에 펼쳐진 산줄기를 보면서 어느 때나 목욕을 즐길 수 있는 유황온천과 산장에서는 기대하기 힘들만큼 깨끗한 화장실이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우리 남자들 5명이 한 방에 머물면서 '독수리 5형제'처럼 쉴 새 없이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었다는 점이 정말 좋았다.                   


 

1. 미쿠리가이케 연못에 비친 다테야마 산군. 하늘금의 골짜기는 이치노코시. 그 왼쪽 봉우리는 신사가 있는 오야마. 다음 날 우리가 오를 루트.



2. 다테야마 종주 트레킹 지도... 남색과 연두색으로 표시된 루트가 두 발로 몸소 걸었던 산길.  


3. 다테야마 역은 막다른 길처럼 자동차와 기차들이 모이는 곳이다.


4. 스위스 알프스의 등산열차 같은 케이블카를 타고 비죠타이라 버스 승강장까지 올라간다.


5. 다테야마 역 주변을 보여주는 안내판.


6. 빙벽화를 신고 피켈을 장착한 큰 배낭을 짊어진 산악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금 알파인 등반을 하고 싶은 마음이 꿈틀댄다.


7. 다테야마 역사 지붕을 장식하고 있는 사슴 조각.


8. 다테야마 역에서 쇼묘폭포를 왕복하는 버스.


9. 비죠타이라에서 무로도 고원을 오가는 버스에 탑승한다.


10. 다테야마 국립공원 안에서 운행하는 버스 차장 밖으로 본 풍경.


11. 울창한 삼나무 숲 사이로 트레킹의 대미를 장식할 쇼묘폭포가 보인다.


12. 고도를 높이자 수목한계선을 넘어서서 초원이 펼쳐진다.


13. 무로도 고원에 도착하여 트레킹을 시작한다. 다테야마(立山)를 알리는 표지석이 보인다.


14. 우리가 타고 온 도로 위에 비죠타이라와 무로도 고원을 왕복하는 버스들의 모습이 보인다.


15. 무로도 고원은 드넓은 공원처럼 산장들을 잇는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16. 숙소인 라이쵸 산장으로 가는 길 너머로 구름이 흘러간다.


17. 다테야마 산군 너머로 운해가 펼쳐지고 도야마만(富山湾)을 끼고 있는 동해 바다까지 보인다.


18. 셋째 날 걸을 오쿠다이니치다케로 향하는 구불구불한 오솔길이 보인다.


19. 무로도 고원 평탄면 너머로 다음 날 걸을 이치노코시 고갯마루와 오야마 정상부의 신사가 보인다.


20. 산장으로 향하는 길 우측으로 미쿠리가이케 연못이 보인다.


21. 해발 2405m에 위치한 화산 호수인 미쿠리가이케 연못엔 아직까지 잔설이 남아 있다.


22. 미쿠리가이케 연못을 우측에 두고 걸어가는 산책로가 아름답다.


23. 티 없이 맑은 알파인 호수인 미쿠리가이케 연못은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는 풍광을 자랑한다.


24. 라이쵸 산장 가는 길을 중심으로 좌측엔 지옥계곡이, 우측엔 미쿠리가 연못이 자리한다.


25. 미쿠리가 연못을 지나면 유황계곡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화산가스 정보를 알려주는 안내소가 나온다.


26. 화산가스 안내소를 지나니 다테야마 산군 너머의 운해가 더욱 가까이 보인다.


27. 유황 가스가 피어오르는 지옥계곡은 일본 산에서 볼 수 있는 특징적인 장소이다.


28. 능선길을 따라서 산장으로 향하는 일행들의 모습이다.


29. 능선길 우측으로 신비로운 습지가 내려다 보인다.


30. 능선길을 올라서면 라이쵸 산장이 나온다.


31. 능선길을 경계 삼아 좌측은 유황가스 때문에 황량하고 우측으로는 푸르른 초원이 펼쳐진다.


32. 화산가스에 주의하라는 표지판이다.


33. 화산가스에 잠겨 있는 듯한 라이쵸 산장이 보인다. 유황온천이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까닭인지 가스 냄새가 그리 싫지만은 않았다.


34. 숙소인 라이쵸 산장의 현판이다. 닭처럼 날지 못하는 새 라이쵸(雷鳥)는 울음소리에서 유래한 명칭이라고 한다.


35. 산장 아래로는 캠핑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36. 산장에 여장을 풀고 온천욕을 즐긴 후 아름다운 석양을 보면서 하루를 마감한다.


37. 이치노코시 고갯마루의 산장과 오야마 정상의 신사에도 불이 켜졌다.


38.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함께 다녀왔던 일행 중 6명이 다시 뭉쳐서 반갑기 그지 없었다. 

다음엔 염사장님, 뷰티박님, 박부장님도 함께 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