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북한산 노적봉 반도길 등반 - 2017년 9월 16일

빌레이 2017. 9. 17. 11:56

우이동과 신설동역을 잇는 경전철이 지난 9월 2일 개통되었다. 내가 사는 아파트의 상가 바로 앞에 솔샘역이 있어서 여러모로 교통이 편리해졌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주말에 등반을 위해 우이동에 가기가 쉬워졌다는 점이다. 솔샘역에서 경전철을 타면 15분 이내에 우이동 도선사 입구에 도착한다. 처음으로 경전철을 타고 종점인 북한산우이역에서 하차하여 산뜻한 기분으로 8시 즈음에 어프로치를 시작한다. 암벽 장비를 둘러메고 도선사를 거쳐서 용암문으로 향하는 오르막길은 항상 힘겹다. 그 어느 때보다 청명한 날씨가 오르막길의 버거움을 조금은 덜어준다. 맑고 신선한 바람까지 불어주니 산속에 있다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이다. 나무 그늘에 한동안 쉬고 있으면 한기가 느껴질 정도다. 일년에 한두 번 산을 찾는 사람들이라도 산에 가고싶은 날이라 할만큼 산행하기엔 더없이 좋은 최고의 가을 날씨다.


노적봉 반도길 아래에 도착하니 벌써 두 팀이 등반 준비를 하고 있다. 코바위길을 등반하는 팀의 라스트가 첫 피치를 올라갈 때까지 여유롭게 기다린 후에 우리도 출발한다. 반도길 우측의 공룡길에 있는 쌍볼트 확보점을 적절히 이용하면서 코바위길 등반팀과 겹치지 않게 진행한다. 넷째 피치부터는 우리만이 반도길 루트에 있어서 한결 편안하게 등반한다. 몸 상태가 특별히 나쁘지는 않은데 등반 동작은 평소보다 굼뜨다. 이럴 때는 무엇보다 안전에 신경써야 한다. 크랙이 있는 곳에서는 캠을 아낌없이 사용해서 중간 확보점을 만들면서 여유로운 마음가짐으로 등반에 임하려고 노력한다. 노적봉 정상에 올라설 때까지 조금은 힘에 부친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지만 안전하게 등반을 마무리한 후에 찾아드는 만족감은 여느 때보다 크다. 비로소 편안한 마음으로 올려다본 하늘은 높고 푸르다. 솜털 같은 뭉개구름은 파란 하늘을 도화지 삼아 쉼 없이 멋진 그림을 그리고 있다. 거칠 것 없는 쾌청한 조망은 저멀리 양평의 용문산 주릉부터 인천 앞바다까지 눈앞에 펼쳐 놓는다.


등반을 마치고 하산하는 길에 중학교 동창생들을 만난다. 위문에서 용암문으로 가는 만경대 우회로를 걷고 있는데 뒤에서 익숙한 고향 사투리가 들린다. 아니나 다를까 백운대 정상을 찍고 내려온 친구들이 가을산의 청아한 정기를 한껏 머금고 환하게 웃는 얼굴로 나타난다. 서로를 반기며 악수하는 순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순수했던 학창시절의 친구들은 언제 어디서 만나든 반갑고 부담이 없어서 좋은 법이다. 그런 친구들을 산길에서 약속도 없이 우연히 만난다는 것은 정말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허물 없이 순수한 친구들과 함께 해서 기분 좋았던 뒷풀이까지 모든 것이 정말 좋았던 청아한 가을날의 북한산 등반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