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참 빠르게 흐른다. 8월의 첫날이다. 올해도 벌써 반환점을 돌았다. 후반기가 시작된 것이다. 간밤엔 비가 내렸지만 아침엔 맑게 개인 청명한 하늘이다. 약속 시간인 오전 11시의 당고개역 분위기는 평소의 주말처럼 많은 산객들로 1번 출구 주변이 시끌벅적 하다. 김교수와 은경이를 만나서 불암산의 산머루산다래 암장으로 향한다. 더운 여름날엔 짧은 어프로치가 무척이나 반갑다. 다행히 암장엔 아무도 없다. 두바퀴길 옆의 아늑한 아지트에 자리를 잡고 땀을 닦으며 여유를 부려본다. 가을날처럼 청명한 코발트빛 하늘에 하얀 솜털 구름이 떠있다. 비탈진 상계동 마을과 성하의 풍성한 숲으로 단장된 수락산 능선이 눈앞에 펼쳐진다. 간간히 불어주는 산바람이 시원하다. 평온한 시간이다.
김교수는 올 들어 첫 등반이이라고 한다. 학과의 막내 교수로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옆에서 지켜보아도 너무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 김교수에게 잠시나마 여유로운 시간을 선물하고 싶었다. 내가 업무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영역은 한정적이다. 기계가 아닌 인간에게는 쉼이 필요하다. 그래서 몸과 마음의 건강이나마 체크하고 살아가라는 뜻에서 어렵사리 약속을 정한 것이다. 작년에 암벽화와 안전벨트를 구매한 이후로 김교수는 정작 실전에서 이것들을 사용해볼 기회조차 없었다고 한다.
때마침 믿음직한 자일파티인 은경이의 휴가 기간이어서 안전하고 즐겁게 김교수의 등반교육에 임할 수 있었다. 암벽 초보자의 교육암장으로 안성맞춤인 산머루산다래 암장에서 김교수에게 필요한 여러가지 기초 사항들을 가르쳐주었다. 암벽화 사용법, 매듭법, 톱로핑 등반의 확보법, 선등자 확보법 등과 멀티피치 등반에서의 시스템을 세 사람이 함께 등반하면서 자연스럽게 익혀나가는 방식이었다. 톱로핑 등반 한 세트와 멀티피치 등반 두 세트 사이의 휴식 시간에는 충분히 쉬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가졌다. 하산하는 길에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세수하는 것까지 여름날 암장에서 얻을 수 있는 많은 것을 충분히 즐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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