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설교벽과 인수릿지 등반 - 2017년 9월 23일

빌레이 2017. 9. 24. 10:06

감기가 찾아들었다. 콧물 감기에 재채기가 나는 것이 심상치 않다. 새벽에 잠이 깨어 등반 약속을 취소할까 망설인다. 비몽사몽 간에 다시 잠을 청하고 일어나니 어느 정도 회복된 듯하다. 일단은 예정대로 설교벽과 인수릿지 등반 약속을 실천하기로 마음 먹는다. 집 주변엔 간밤에 약하게나마 비가 내린 흔적이 역력하다. 아침 8시에 우이동 만남의 광장에서 어프로치를 시작한다. 안개 낀 날씨지만 우이동 일대에는 비가 내린 흔적일랑 찾을 수 없다. 바위가 젖어 있지 않을 것이기에 다행이지 싶다. 평소와는 다르게 도선사로 가는 도로를 피해서 오솔길이 이어지는 능선길을 따라서 오른다. 하루재를 넘어서 나타나는 인수봉 정상부는 구름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다. 인수봉 동북쪽 자락을 돌아나가는 호젓한 오솔길을 따라 구조대길 초입을 지나쳐서 설교벽 암장 아래에 도착한다.


인수봉 북벽과 인수릿지가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설교벽 암장은 고요하다. 인수봉 북동쪽 루트인 구조대길과 고독길을 등반하는 이들의 구호 소리가 간간히 들려올 뿐 주변의 산새 소리가 낭랑하게 울리는 평화로운 숲속의 안온한 분위기다. 증편으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장비를 착용한다.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중간에 탈출할 생각을 하고 맘 편하게 출발한다. 총 6 피치로 이루어진 설교벽 루트는 슬랩과 크랙 등반이 주를 이룬다. 둘째 피치 출발점에서 불안정한 자세 때문에 잠시 망설인 것을 제외하면 비교적 만족스런 동작으로 설교벽 등반을 완료한다. 예전에 크럭스 구간이었던 다섯째 피치의 직상 벙어리 크랙 부분도 캠 두 개를 잘 사용한 덕택에 안전하게 오를 수 있었다. 오늘의 설교벽 암장엔 우리팀 외에 등반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오롯히 우리들 만의 등반에 집중할 수 있어서 더욱 즐겁게 오를 수 있었다. 


설교벽 등반을 마치고 인수릿지에 올라서서 점심을 먹고 한참을 쉬면서 인수봉 정상으로 가는 등반을 계속할지 판단하기로 한다. 구름은 어느새 걷히고 햇빛이 나오니 몸 상태도 조금은 나아진 듯하다. 등반에 집중한 때문인지 설교벽을 오르는 동안에는 감기 기운을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귀바위 아래의 천정에서 오버행 인공등반을 즐기는 이들과 숨은벽 릿지를 오르는 이들이 잘 보인다. 우리 앞에서 인수릿지를 오르는 한 팀은 여러 명이지만 이미 5 피치 구간을 등반 중이어서 정체는 피할 수 있을 듯하다. 우리 뒤에는 아무런 등반 팀도 없고 인수릿지에 온지도 꽤 된 듯하여 등반을 계속하기로 결정한다.            


인수릿지 3 피치 봉우리에 올라서서 자일 하강 후 침니를 건너가는 곳에서 잠시 시스템을 점검한 후 침착하게 등반한다. 예전에는 침니를 건너는 곳에 손으로 잡고 건널 수 있는 슬링이 있었는데 지금은 퀵드로용 볼트와 확보줄을 걸 수 있는 오형 볼트가 나란히 설치되어 있다. 퀵드로를 걸고 인공으로 올라서서 자기확보 후에 하강기를 제거하고 다시 등반을 이어간다. 자주 사용하지 않는 등반시스템이기 때문에 자일파티와 충분히 상의한 후에 등반에 임했던 것이 좋았다. 이 경우에는 라스트가 오히려 힘들다. 침니에서 확보줄로 자기확보를 한 후에 등반자일로 중간팔자 매듭을 하여 이중으로 확보한다. 하강기를 제거한 후 자일을 회수하고, 자일 끝 부분을 안전벨트에 묶은 다음 중간팔자를 해제하여 앞 자일이 팽팽해지면 비로소 출발해야 한다. 쌍볼트 확보점에서 보니 인수릿지 다섯째 피치에서 두 사람이 등반 중이다. 우리가 쉴 때는 봉우리에 가려서 안 보였던 분들이다. 넷째 피치인 실크랙을 올라서서 두 분 중 라스트를 맡고 있는 분과 인사하며 서로의 안전 등반을 기원한다.


실크랙은 미끄러운 사선 크랙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발재밍을 잘하면 쉽사리 올라설 수 있다. 발가락이 조금 아프다는 게 좀 불편하긴 하다. 그에 비해서 다섯째 피치는 등반 거리 40 미터의 직벽에 크랙과 손홀드가 확실해서 인수릿지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구간이다. 등반의 재미가 살아나는 다섯째 피치 등반을 완료하니 비로소 만족감이 찾아든다. 그 이후로는 특별히 어려운 구간이 없고 인수C길의 마지막 피톤과 만나는 지점에서 사실상의 등반은 끝난다. 우리 앞에서 쉬고 계시던 두 분이 정상으로 올라가시면서 서로 자일이 한 동씩이니 같이 묶어서 60 미터를 한번에 하강하자고 하신다. 우리도 흔쾌히 응하여 복잡한 서면 하강 포인트에서 기다리지 않고 아주 쉽게 하강을 완료할 수 있었다. 설교벽 6 피치와 인수릿지 6 피치를 한꺼번에 이어서 등반했으니 짧지 않은 등반 거리 만큼 만족감은 높아졌다. 감기에 걸린 몸인데도 불구하고 이를 이겨내고 안전하게 등반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1. 인수릿지 3 피치 봉우리에 올라서서 자일을 사리고 있다.


2. 도선사 주차장을 거치지 않고 하루재로 이어지는 능선길을 따라 어프로치를 한다.


3. 하루재를 넘어서 바라본 인수봉 정상부는 구름에 가려져 있다.


4. 설교벽 첫 피치 출발이다. 중간 볼트 없는 30 미터 슬랩이다.


5. 설교벽 첫 피치 확보점에서 후등자 확보 중이다.


6. 설교벽 2 피치는 손가락이 들어가지 않는 크랙을 따라 오르는 구간으로 캠 설치가 용이하지 않다.

선등자에겐 중간에 나오는 두 개의 오래된 하켄이 반가운 곳이다.


7. 설교벽 3 피치는 비교적 쉽게 오를 수 있는 슬랩 구간이다.


8. 등반 거리는 거의 모든 피치가 30 미터 내외로 깔끔한 편이다. 3 피치 확보점에서 후등자 확보 중이다.


9. 등반에 집중하는 동안엔 감기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10. 설교벽 4 피치는 디에드르 형태의 직상 크랙 구간이다.


11. 막상 붙어보면 아래에서 볼 때보다 쉽지 않은 구간이다. 


12. 우측 벽의 중간 턱에서 자세를 잡고 캠 하나를 설치한 후 올라선다.


13. 넷째 피치 확보점에서 내려다본 그림이다.


14. 설교벽 다섯째 피치 출발이다. 서서히 단풍이 물들고 있다.


15. 설교벽은 5 피치 마지막 부분이 크럭스다.


16. 마지막 부분의 벙어리 크랙을 통과하는 것이 관건이다.


17. 크랙에 왕캠과 블다 3호 캠 두 개로 확보하고 오르니 자세가 나온다.


18. 캠 설치를 잘 한 덕택에 크럭스를 안전하게 통과했다.


19. 설교벽 6 피치도 크랙 등반이다.


20. 설교벽 등반을 마치고 인수릿지에 올라섰다.


21. 인수봉 귀바위에서 인공등반을 마치고 하강하는 클라이머가 아스라히 보인다.


22. 인수릿지 3 피치 출발점 올라선 후 등반했던 설교벽 루트를 내려다본다.


23. 실질적인 인수릿지 등반의 시작점이랄 수 있는 3 피치이다. 바위에 난 혹을 잡고 올라서야 한다.  


24. 햇빛이 나니 컨디션도 좋아지는 듯하다. 인수릿지에 올라서서 한참을 쉬어간다.


25. 인수릿지 5 피치를 등반 중인 두 사람이 보인다.


26. 인수릿지 3 피치 침니를 건널 때는 등반시스템을 잘 생각해야 한다.


27. 침니를 건너온 후 안부로 내려서기 위해 자일 하강 중이다.


28. 오랜만에 와보는 4 피치 실크랙 구간이다.


29. 실크랙 마지막 볼트에서 발가락이 아파서 잠시 쉬어간다.


30. 인수릿지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간인 5 피치 등반에 나서고 있다.


31. 크랙 속에 손을 깊숙히 넣으면 확실한 홀드가 잡힌다.


32. 아무리 홀드가 확실해도 안전을 위해 캠으로 중간 확보점을 만들고 오른다.


33. 등반이 즐거웠던 40 미터 크랙 구간을 올라서니 만족감이 찾아든다.


34. 후등자 확보를 위해서는 가능한한 확보줄을 길게 하여 시야를 확보하는 것이 안전과 자일 유통에 좋다.


35. 예전엔 크랙으로 올랐는데 우측의 날등으로 오르니 훨씬 편했던 구간이다. 


36. 인수봉 정상 바로 아래에서는 활짝 핀 구절초 무리가 우리를 반겨주고 있었다.


37. 인수봉 정상에서 바라본 백운대에는 주말의 등산객들이 많다.  


38. 하강 포인트로 가는 길에 대기 중인 클라이머들이 많다.


39. 등산학교에서 온 듯한 사람들로 인해 서면 하강길은 만원이다.


40. 인수릿지에서 만난 분들과 같이 자일을 묶어서 한 번에 60 미터를 하강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