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북악산 성곽길과 인왕산 자락길 - 2020년 11월 8일(일)

빌레이 2020. 11. 8. 20:50

어제와 달리 거실 창밖으로 환하게 빛나는 햇살이 반갑다. 쾌청한 하늘과 따스한 햇빛의 유혹을 참지 못하고 가볍게 여장을 꾸려 집을 나선다. 허리 통증을 다스리는 데는 걷기 운동이 제일이라는 말을 믿고 싶다. 다행히 걷는 걸 좋아하니 틈이 날 때마다 바지런을 떨어볼 생각이다. 문득 청와대 뒷편의 북악산 성벽길이 지난 11월 1일부터 52년만에 일반인에게 개방되었다는 소식이 떠올라 그쪽으로 가는 길을 구상해 본다. 북한산둘레길을 걷다가 정릉탐방안내소 앞의 식당에서 순두부백반을 점심으로 사 먹는다. 소화를 시킬 요량으로 정릉천변길을 따라서 천천히 내려오다가 국민대 교정을 통과한다. 북악터널 위로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서 북악스카이웨이 산책로에 접어드니 제법 많은 사람들이 눈에 띈다. 팔각정을 지나서 조금 더 전진하니 새롭게 개방된 통문이 도로 건너편에 보인다. 매스컴을 통해서 개방 소식을 접한 시민들로 붐비는 구간은 천천히 통과할 수 밖에 없다.

 

새롭게 개방되었다는 북악산 성벽길은 예전에 걸어본 구간과 겹치는 곳이 대부분이어서 그리 새로울 것은 없었지만 맑은 날씨에 시야가 좋아서 주변 풍경을 둘러보는 재미가 남달랐다. 북악산 성벽길의 날머리인 창의문의 건너편에는 윤동주 문학관이 자리하고 있다. 관람객들 틈에 끼어 내부를 잠시 구경하고 나와서 윤동주 시인의 언덕을 올라선 다음 인왕산 자락길로 접어든다. 비로소 한적한 숲길을 걷는 편안함이 찾아든다. 처음 걸어본 인왕산 자락길에는 수성동 계곡과 함께 눈길을 잡아 끄는 절경들이 숨어 있다. 조선시대의 화가 겸재 정선으로 대표되는 진경산수화의 본고장인 인왕산에서 그 옛날 시인 묵객들의 혼이 살아 있는 듯한 자락길을 천천히 음미하듯 걸으니 마음 속까지 편안해지는 기분이다. 어둑해질 무렵 산에서 벗어나 통인시장에서 저녁을 사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느껴지는 잔잔한 행복감이 좋다. 서울 한복판에서도 충분히 낭만적인 가을날을 만끽할 수 있는 다양한 도보길이 있다는 것이 감사한 일이다.     

 

1. 쾌청한 날씨 덕에 북악산 성벽길에서 바라본 풍경이 그 어느 때보다 좋았다.
2. 북한산둘레길에는 아직까지 고운 단풍이 머물고 있었다.
3. 정릉천변에 있는 박경리 가옥 표지판인데, 정작 집은 방치되어 있다.
4. 박경리 선생이 한때 거주했다는 가옥이 골목 좌측의 붉은 벽돌집으로 추정되는데...
5.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어 있는 국민대 캠퍼스를 통과해서....
6. 북악터널 위로 이어지는 산사길을 걷다가 북악스카이웨이 산책로로 올라간다.
7. 북악스카이웨이 위의 이동통로인 하늘다리는 성북구와 종로구를 가른다. 형제봉 능선에서 하늘다리로 이어지는 길이 김신조 루트이다.
8. 북악스카이웨이 팔각정에서 바라보는 평창동과 북한산 비봉능선이 오늘따라 더욱 선명하다.
9. 이번에 새롭게 개방된 구간을 표시한 안내판이다.
10. 북악스카이웨이 산책로에서 4번 통로를 통해서 곡장으로 향하는 길이다.
11. 곡장 안내소에서 출입증을 받아서 목에 걸어야 한다. 예전과 달리 신분증 확인은 없다. ‘곡장(曲墻)’은 주요 지점이나 시설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성벽의 일부분을 둥글게 돌출시켜 쌓은 성을 말한다고....
12. 새롭게 밟아본 곡장에서 바라본 북악산 정상과 우측의 인왕산 모습이다.
13. 성벽길에서 바라보는 비봉능선이 선명하여 자꾸 눈길을 끈다.
14. 소문 듣고 찾아온 시민들로 북악산 성벽길은 붐볐다.
15. 가끔은 이렇게 한적한 구간도 만나고...
16. 성벽길 좌우로 자라고 있는 소나무들이 멋졌다.
17. 가파른 구간에서는 정체 현상을 겪을 수 밖에 없었으나 풍경이 좋아서 참을만 했다.
18. 부암동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19. 창의문에 거의 다 내려와서 돌아본 북악산(백악산).
20. 창의문 건너편 성벽 위에 보이는 소나무 있는 곳이 윤동주 시인의 언덕이다.
21. 북악산 성벽길의 날머리인 창의문.
22. 창의문 건너편에 아담하게 자리한 윤동주 문학관.
23. 윤동주 문학관 입구. 내부는 사진 촬영을 금한다.
24. 문학관 위에 있는 카페로 가는 길.
25. 윤동주 시인의 언덕을 오르는 길에서 바라본 북악산.
26.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 자리한 멋진 소나무.
27. 인왕산 자락길로 접어드니 비로소 한적함을 느낄 수 있었다.
28. 수성동 계곡의 절벽 앞에 있는 쉼터인데... 인왕산 호랑이의 조형물이 멋졌다. 주변 풍광을 보니 예전엔 호랑이가 살았을 법도 하다.
29. 수성동 계곡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도 있다.
30. 출렁다리의 이름은 가온다리.
31. '가온'이 순우리말이라는데.... 언어는 자주 사용해야 생명력이 있는 듯....
32. 인왕산의 그림자로 서서히 그늘이 드리워지는 북악산....
33. 인왕산 일대는 조선시대 시인 묵객들의 놀이터였고.... 진경산수화의 요람이었던 듯....
34. 해 저무는 인왕산 자락길에서 가을날의 서정을 만끽할 수 있었다.
35. 어두워질 무렵 인왕산 자락길을 벗어나 통인시장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