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두 주간이 내게는 유난히 힘들었다. 학기말의 성적처리와 거듭되는 입시업무가 겹쳐서 육체적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피로가 겹친 탓인지 운전대를 잡은 이후 처음으로 접촉사고를 내는 불상사도 겪었다. 다행히 상대 차량이 주차되어 있는 상태여서 사람이 다치는 사고는 아니었다. 어젯밤까지 외부와 고립된 상태에서 5일 동안 입시업무에 동원되어 심신이 극도로 피곤한 상태였다. 집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쉬고 싶은 달콤한 유혹이 있었지만, 그렇게 집안에 늘어져 있으면 더욱 몸이 아플 것 같았다. 작은 배낭에 간단히 짐을 꾸려서 가장 넘기 어렵다는 문지방을 사뿐히 통과하여 현관문을 열어 젖히고 집 밖으로 나섰다. 이제부터는 자유로운 몸이 된 것이다.
아파트 뒤의 산책로에서 칼바위능선으로 이어지는 등로를 따라 걸으면 자연스레 북한산의 품에 안기게 된다. 이럴 땐 내가 좋아하는 산이 집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이 더이상 고마울 수가 없다. 칼바위 정상에서의 장쾌한 조망을 보고 시원한 바람으로 피곤에 찌든 머리와 마음 속을 깨끗이 씻어낸 후 산성주릉에 올라 대동문을 거쳐서 구천계곡을 따라 하산한다. 내가 몸담고 있는 대학의 초대 학장이셨던 독립운동가 해공 신익희 선생의 묘를 잠시 둘러 본 후 둘레길을 통해 집으로 귀환한다. 북한산이 품고 있는 산길을 아무 부담 없이 편하게 걷다보니 심신이 어느 정도 치유된 기분이 들었다. 산이 곁에 있음에 행복하고 감사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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