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북한산(칼바위능선-대동문-구천계곡-둘레길)-2020년 12월 20일(일)

빌레이 2020. 12. 21. 09:32

지난 두 주간이 내게는 유난히 힘들었다. 학기말의 성적처리와 거듭되는 입시업무가 겹쳐서 육체적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피로가 겹친 탓인지 운전대를 잡은 이후 처음으로 접촉사고를 내는 불상사도 겪었다. 다행히 상대 차량이 주차되어 있는 상태여서 사람이 다치는 사고는 아니었다. 어젯밤까지 외부와 고립된 상태에서 5일 동안 입시업무에 동원되어 심신이 극도로 피곤한 상태였다. 집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쉬고 싶은 달콤한 유혹이 있었지만, 그렇게 집안에 늘어져 있으면 더욱 몸이 아플 것 같았다. 작은 배낭에 간단히 짐을 꾸려서 가장 넘기 어렵다는 문지방을 사뿐히 통과하여 현관문을 열어 젖히고 집 밖으로 나섰다. 이제부터는 자유로운 몸이 된 것이다.  

 

아파트 뒤의 산책로에서 칼바위능선으로 이어지는 등로를 따라 걸으면 자연스레 북한산의 품에 안기게 된다. 이럴 땐 내가 좋아하는 산이 집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이 더이상 고마울 수가 없다. 칼바위 정상에서의 장쾌한 조망을 보고 시원한 바람으로 피곤에 찌든 머리와 마음 속을 깨끗이 씻어낸 후 산성주릉에 올라 대동문을 거쳐서 구천계곡을 따라 하산한다. 내가 몸담고 있는 대학의 초대 학장이셨던 독립운동가 해공 신익희 선생의 묘를 잠시 둘러 본 후 둘레길을 통해 집으로 귀환한다. 북한산이 품고 있는 산길을 아무 부담 없이 편하게 걷다보니 심신이 어느 정도 치유된 기분이 들었다. 산이 곁에 있음에 행복하고 감사한 하루였다. 

   

▲ 칼바위 정상부에 있는 양지바른 테라스에서 한참을 쉬었다. 오늘만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정말 아늑한 나만의 공간이었다.
▲ 테라스에 앉으면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이다. 맑은 날엔 팔당댐 아래의 한강 물줄기까지 선명하게 잘 보인다.
▲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 아래 칼바위 정상에서 보는 삼각산과 도봉산의 봉우리들이 멋지다.
▲ 8부능선 위쪽은 눈이 아직 녹지 않았다. 응달은 빙판길이어서 조심스러웠다.
▲ 칼바위 정상에서 눈앞에 보이는 산성주릉으로 간다.
▲ 그림자로 보이는 내 모습 너머로 언제봐도 질리지 않는 삼각산의 풍광이 시원스레 펼쳐졌다.
▲ 휴일이면 산객들로 붐비는 대동문 주변도 오늘은 한적했다.
▲ 구천계곡의 위쪽은 어느새 꽁꽁 얼어 있었다.
▲ 구천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곳에 양지바른 쉼터가 있다.
▲ 쉼터 아래의 구천계곡은 잘 얼어 있어서 빙계 트레킹을 해도 좋을 듯하다.
▲ 오후의 따스한 햇살 아래 오트밀 숭늉을 마시면서 한참 동안을 쉬었다.
▲ 구천폭포는 내가 빙벽등반을 처음 배웠던 곳이다. 지금은 출입금지여서 많이 아쉽다.
▲ 둘레길로 내려서기 직전에 분청사기 가마터가 있다. 주변의 평상이 좋아서 이곳에서도 잠시 쉬었다.
▲ 유난히 학교 일을 많이 했던 주간이라서 그런지 우리 대학의 초대 학장이셨던 해공 선생의 묘소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 우리 대학의 건학이념에는 신익희 선생을 비롯한 임시정부의 구국정신과 독립정신이 투영되어 있다.
▲ 나라를 먼저 생각한 위인들을 생각하면 내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 둘레길을 따라서 집으로 향하는 길에 보이는 인수봉 풍경이다. 집 가까이에 좋은 산이 있으니 더없는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