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산의 노송능선은 오래 전부터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국내 최고 난이도(5.15b)의 암벽 루트인 'Soul rock dance'를 품고 있는 종자산 중턱의 종자굴에 개척되어 있다는 암장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종자산 등산과 연계하여 최근에 조성되었다는 포천시에 속하는 한탄강의 주상절리길까지 걷고 싶었다. 이 모든 욕구를 충족시킬 트레킹 코스를 구상하기 위해 틈나는 대로 이웃 블로거들의 산행기를 엿보았다. 종자산과 한탄강 영역의 인터넷 지도를 넓은 컴퓨터 모니터에 띄워 놓고 이리저리 경로를 탐색하면서 트레킹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그러한 궁리 끝에 내 머리 속에 마지막으로 정리된 트레킹 코스는 비둘기낭 폭포 주차장에서 시작하여 주상절리길을 따라 하늘다리를 통해 한탄강을 가로질러 중2리 마을까지 도보로 이동하고, 종자산 등산에 접어들어서는 종자굴 암장을 살펴보고 정상에 오른 다음, 유턴하여 마루금을 따라서 진행하다가 노송능선으로 하산한 후에, 다시 아침에 걸었던 주상절리길을 통해서 출발점인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제법 긴 여정이다.
이틀 전 폭우처럼 쏟아진 가을비 덕택에 한껏 맑아진 대기가 신선했다. 평소엔 수량이 풍부하지 않던 비둘기낭 폭포도 낭랑한 물소리와 함께 비로소 폭포다운 모습을 보여 주었다. 포천시의 '주상절리길'은 2017년 2월에 다녀온 철원군 지역의 한탄강 얼음길 트레킹의 추억을 떠오르게 했다. 그때 걸었던 철원군에 속한 한탄강 둘레길의 명칭은 '한여울길'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오른 종자산은 예상했던 것보다 훤씬 더 큰 만족감을 안겨 주었다. 종자굴에 개척된 암장은 꼭 한 번 다시 찾아와서 등반해 보고 싶을 만큼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예전부터 가슴 속에 품고 있던 종자산의 노송능선은 알프스의 산자락을 연상시켜 주는 듯한 이색적인 풍광이 산 아래를 굽이쳐 흐르는 한탄강과 어우러져 내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요통은 이제 거의 사라졌는데, 걷는 내내 오른쪽 무릎 뒷쪽이 아파서 신경이 쓰였으나 마음의 여유를 갖고 걸으니 통증은 더이상 악화되지 않았다. 인적이 드문 한적한 자연 속에서 맑은 공기와 따스한 햇볕을 벗 삼아 8시간 이상을 걷고 나니 몸과 마음이 저절로 치유되는 듯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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