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포천 종자산과 한탄강 주상절리길 - 2020년 11월 21일(토)

빌레이 2020. 11. 22. 10:46

종자산의 노송능선은 오래 전부터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국내 최고 난이도(5.15b)의 암벽 루트인 'Soul rock dance'를 품고 있는 종자산 중턱의 종자굴에 개척되어 있다는 암장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종자산 등산과 연계하여 최근에 조성되었다는 포천시에 속하는 한탄강의 주상절리길까지 걷고 싶었다. 이 모든 욕구를 충족시킬 트레킹 코스를 구상하기 위해 틈나는 대로 이웃 블로거들의 산행기를 엿보았다. 종자산과 한탄강 영역의 인터넷 지도를 넓은 컴퓨터 모니터에 띄워 놓고 이리저리 경로를 탐색하면서 트레킹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그러한 궁리 끝에 내 머리 속에 마지막으로 정리된 트레킹 코스는 비둘기낭 폭포 주차장에서 시작하여 주상절리길을 따라 하늘다리를 통해 한탄강을 가로질러 중2리 마을까지 도보로 이동하고, 종자산 등산에 접어들어서는 종자굴 암장을 살펴보고 정상에 오른 다음, 유턴하여 마루금을 따라서 진행하다가 노송능선으로 하산한 후에, 다시 아침에 걸었던 주상절리길을 통해서 출발점인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제법 긴 여정이다.

 

이틀 전 폭우처럼 쏟아진 가을비 덕택에 한껏 맑아진 대기가 신선했다. 평소엔 수량이 풍부하지 않던 비둘기낭 폭포도 낭랑한 물소리와 함께 비로소 폭포다운 모습을 보여 주었다. 포천시의 '주상절리길'은 2017년 2월에 다녀온 철원군 지역의 한탄강 얼음길 트레킹의 추억을 떠오르게 했다. 그때 걸었던 철원군에 속한 한탄강 둘레길의 명칭은 '한여울길'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오른 종자산은 예상했던 것보다 훤씬 더 큰 만족감을 안겨 주었다. 종자굴에 개척된 암장은 꼭 한 번 다시 찾아와서 등반해 보고 싶을 만큼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예전부터 가슴 속에 품고 있던 종자산의 노송능선은 알프스의 산자락을 연상시켜 주는 듯한 이색적인 풍광이 산 아래를 굽이쳐 흐르는 한탄강과 어우러져 내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요통은 이제 거의 사라졌는데, 걷는 내내 오른쪽 무릎 뒷쪽이 아파서 신경이 쓰였으나 마음의 여유를 갖고 걸으니 통증은 더이상 악화되지 않았다. 인적이 드문 한적한 자연 속에서 맑은 공기와 따스한 햇볕을 벗 삼아 8시간 이상을 걷고 나니 몸과 마음이 저절로 치유되는 듯한 하루였다.    

 

▲ 종자산의 노송능선을 천천히 내려오면서 바라보는 풍광은 가히 일품이었다.
▲ 비둘기낭 폭포에서 오늘의 트레킹을 시작한다. 이틀 전 내린 비로 수량이 풍부해진 폭포엔 물안개가 피어 오르고 물 떨어지는 소리가 우렁찼다.
▲ 포천시에서 조성한 한탄강 주상절리길 안내도가 비둘기낭 폭포 앞에 있다. 아직은 미완성...
▲ 한탄강을 가로지르는 하늘다리를 건너서 종자산으로 가야한다.
▲ 서리가 내려 앉은 이른 아침의 하늘다리는 미끄러워서 조심스럽게 건너야 했다. 맞은편에 보이는 산이 종자산이다.
▲ 하늘다리를 건넌 후에 작은 동산을 하나 넘으면 한탄강 지류인 건지천을 가로지르는 마당교가 나온다.
▲ 마당교를 건너오면 드넓은 벌판이 나오고 종자산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사진 좌측 끝의 도로 절개지를 돌아가면 중2리 마을이 나온다.
▲ 중2리 마을 앞길을 따라가다 보면 우측에 종자산 등산로 이정표가 나온다.
▲ 종자산 등산로 초입이다. 좌우에 등산안내지도와 이정표가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다.
▲ 등산로 입구에서 7백 미터 정도를 오르면 철계단이 나온다. 이 철계단 위에 종자굴 암장이 있다.
▲ 종자굴에 개척되어 있는 암장에는 오버행과 루프가 포함된 고난도의 바윗길이 여러 개 있었다.
▲ 최근에 민현빈 선수가 완등했던 영상을 유투브에서 보았던 'Soul rock dance' 루트이다. 내가 알기론 현존 국내 최고 난이도의 바윗길이다.
▲ 사진으론 잘 보이지 않지만 왼편의 작은 굴속에 흑염소 어미와 새끼가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암장 바닥엔 염소똥이 많았다.
▲ 종자굴 위로 진행하면 시야가 트이기 시작한다. 절벽이 이어지는 마루금이 노송능선으로 가는 길이다.
▲ 종자산 기암괴석의 아름다움은 여느 유명한 바위산들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아마도 이 바위가 종자바위인 듯...
▲ 처음 올라본 종자산 정상에서 인증사진을 남겨본다.
▲ 정상에 있는 이정표. 종자산 등산의 노멀루트는 중리저수지로 가는 방향이다. 노송능선은 반대방향에 있다.
▲ 종자산 정상에서 중리저수지로 가는 능선을 따라서 철원 방향으로 눈길을 돌리면 지장산과 금학산이 선명하게 보인다.
▲ 비둘기낭 폭포부터 하늘다리를 건너서 한탄강 옆의 벌판을 가로질러 주상절리길을 따라 걸어왔던 궤적이 한 눈에 보인다.
▲ 정상 아래의 전망 좋고 양지바른 테라스에서 점심을 먹었다.
▲ 정상에서 노송능선으로 가는 길은 선명했으나 다니는 이가 많지 않아서 그런지 예상보다는 길고 험했다.
▲ 저멀리 민둥산처럼 보이는 곳이 노송능선의 시작점이다.
▲ 진행방향의 좌측으로는 한탄강 물줄기와 레저카트 체험장이 내려다 보인다. 가끔 카트엔진의 요란한 소음이 들려왔다.
▲ 고대하던 노송능선의 첫 모습은 이채로운 풍경으로 나를 반하게 했다.
▲ 노송능선 주변의 풍광을 즐기기 위해 이 곳 테라스에서 티타임을 가졌다.
▲ 노송능선 너머에도 방화선 때문에 생긴 이색적인 풍경이 이어진다.
▲ 한탄강이 내려다 보이고 정원수보다 멋진 노송들이 즐비한 이 곳의 평화로운 풍광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 노송능선으로 하산하면서 우측으로 눈을 돌리면 이런 풍경이 보인다.
▲ 제법 가파른 경사면 위의 능선 위에 자리한 노송들의 자태가 더이상 아름다울 수가 없다.
▲ 하산하면서도 가끔씩 뒤돌아 보지 않을 수 없는 노송능선의 풍광이다.
▲ 노송능선 하산길의 끝자락에선 한탄강의 절경이 반겨준다.
▲ 한 발 한 발 내딛기가 아쉬울 정도로 평화로운 풍경이다.
▲ 노송능선을 내려와서 좌측의 임도를 걷는 중에 만나는 한탄강 풍경이다. 사진 속 11시 방향의 임도를 넘어서면 도로가 나온다.
▲ 임도를 걸어서 중2리 마을로 가는 중에 좌측으로 올려다 보면 오늘 걸었던 종자산의 마루금이 보인다.
▲ 종자산 등산로 곳곳에서 발견되는 염소 배설물의 주인공들이 이 곳 흑염소 농장에 모여 있다.
▲ 중2리 마을 앞의 도로에서 한탄강 주상절리길로 내려오는 곳이다. 아침에 진행할 때는 철대문 바로 우측의 나무 옆으로 이어지는 소로를 발견하지 못하고 우측의 넓은 농로로 가는 바람에 의도치 않은 알바를 했어야 했다.
▲ 다시 마당교를 건너서 하늘다리로 간다.
▲ 아침에 역광이어서 제대로 보지 못했던 비둘기낭 폭포를 다시 구경했다. 풍부한 수량 덕택에 절벽 중간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까지 볼 수 있었다.
▲ 오늘의 트레킹 경로를 붉은 점선으로 표시해 보았다. 한탄강을 건너는 하늘다리가 없었다면 생각할 수 없는 경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