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불암산 천지암장 - 2021년 4월 17일(토)

빌레이 2021. 4. 17. 17:37

때 늦은 꽃샘추위로 예년보다 쌀쌀했던 한 주간이었다. 토요일인 오늘도 봄날씨의 변덕은 멈추지 않았다. 잔뜩 흐린 날씨에 황사먼지까지 겹쳐서 암벽등반을 하기 위해 산을 오르는 게 썩 마음 내키는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가급적이면 주말 등반을 거르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가까운 불암산의 천지암장을 찾아가기로 한다. 본래는 원주의 여심바위 등반을 계획했으나 멀리 가서 날씨가 좋지 않으면 이래저래 마음이 불편해지기 마련이어서 날씨를 핑계 삼아 계획을 변경한 것이다.

 

슬랩 루트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천지암장에서 오전에만 간단히 등반하고 금방이라도 비가 몰려올 듯한 하늘을 보면서 점심시간 직후에 하산을 결정했다. 오랜만의 슬랩 등반이 낯설어서 그런지 예상보다는 바위가 미끌리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내심 암장 좌측의 멀티피치 루트인 '소풍길'을 오르고 싶었으나,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스산하게 불어대는 바람 탓에 더이상 등반이 즐거울 수 없는 환경이어서 일찍 철수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오후 시간엔 날씨의 변덕이 더욱 심해졌다. 먹구름이 빠르게 몰려 다니면서 천둥 번개를 동반한 국지적인 소나기를 뿌려댔다.

 

▲ 천지암장의 루트들은 대부분이 슬랩이다. '짝궁뎅이' 루트를 오르고 있다.
▲ 천지산악회에 의해 3년 전부터 개척되기 시작한 천지암장은 빌레이 스테이션이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 개념도 상의 설명이 간결해서 루트 식별이 편했다. 우리팀은 우측의 쉬운 루트 4개를 오르내리고 일찍 철수했다.
▲ 천지암장에서의 첫 등반이니 가장 쉬운 난이도의 루트부터 차례대로 올라보기로 한다. 지난 주보다 오히려 쌀쌀해진 날씨에 몸이 움츠러 들었다.
▲ 맨 우측의 두 루트는 너무 쉬웠지만, 천지암장의 암질에 적응한다는 의미에서 몸풀기 코스로 적당했다.    
▲ '짝궁뎅이' 루트는 두 세 군데 애매한 구간이 있어서 선등하는 동안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 은경이가 톱로핑으로 오르는 좌측 위로 진균형님의 모습이 보인다. 불암산에 올 때마다 진균형님의 팀을 만나게 된다.^^ 
▲ '중심이동 기쁨 두 배' 루트는 톱로핑으로 올라보았다. 바람이 차가워져서 자켓을 입고 등반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