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강촌 유선대 암장 - 2021년 4월 10일(토)

빌레이 2021. 4. 12. 05:16

산벚꽃이 활짝 피고 연초록 빛깔의 새순이 돋아나기 시작하여 온 산하가 한층 더 아름답게 물들고 있는 찬란한 봄날이 흐르고 있다. 이렇듯 좋은 계절에 강촌의 유선대 암장을 다시 찾은 기쁨이 크다. 지난 2월 말 경에 왔을 때, 좌벽의 '벚꽃 피는 날' 루트를 등반하면서 산벚꽃 필 무렵에 다시 오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을 마음 속에 품었었다. 겨울철의 나목들이 화사한 봄옷으로 단장하는 호시절에 유선대 주변 숲의 풍광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등반만을 위한 암장 행차가 아니라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하고픈 그 소망이 이루어졌으니 기분이 좋지 않을 수가 없다.

 

모처럼 주말에 비소식이 없는 화창한 날씨가 무척이나 반가웠다. 봄나들이 철인 주말의 교통체증을 감안하여 조금 이른 시간인 아침 7시 정각에 기범씨와 은경이가 내차에 동승하여 서울을 출발했다. 오늘은 기범씨의 등산학교 제자분들인 재근씨와 미희씨가 암장 초입인 강선사 앞에서 합류하여 다섯 명이 한 팀이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강촌의 유선대 암장이 이제 많이 익숙해진 까닭인지 그 어느 때보다 내집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등반에 열중할 수 있었던 하루였다.

 

유선대 암장에 올 때마다 다른 팀의 줄이 걸려 있어서 그동안 인연이 잘 닿지 않았던 '그리움'길의 첫 피치를 재미 있게 등반한 후 점심을 먹고, 총 세 피치인 그 바윗길을 통해서 은경이와 한 팀으로 정상에 오른 순간이 특별히 만족스러웠다. 기범씨는 두 제자분들과 자일파티를 이루어 교육을 겸한 등반으로 '그리움'길 루트를 통해서 우리 다음으로 정상을 밟았다. 먼저 도착한 우리팀은 정상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좀 걸릴 듯하여 하강 후 다시 '통천문' 루트를 등반해서 정상에 올랐다. 하루에 유선대 정상을 두 번 밟은 셈이다.

 

멋진 풍광이 펼쳐진 정상에서 5명이 모두 모여 오늘 등반의 기념사진을 남겼다. 정상에서 하강한 후에도 좌벽에서 5시 반을 넘긴 시간까지 열심히 매달렸다. 얼추 세어보니 15 피치 정도를 오르내린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자연암벽에서 가장 많이 등반한 기록일 것이다. 오늘 처음 함께 등반한 재근씨와 미희씨도 이기범 선생님으로부터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의지가 대단해 보였다. 여리여리한 연둣빛 신록이 더욱 푸르고 울창한 숲으로 성장하는 것처럼 우리들의 등반도 앞으로 더욱 안전한 가운데 아름다운 발전이 있기를 기원하는 마음이다.

             

▲ 예전부터 오르고 싶었던 '그리움'길을 통해 정상에 도착한 순간 한없이 기뻤다.
▲ 베이스캠프 바로 앞 중앙벽의 '초심A' 루트에서 먼저 몸을 풀어본다.
▲ '102동' 루트는 톱로핑으로 등반했다. 좌측에서 미희씨가 하강 중이다.
▲ 내가 자일 회수를 위해 '102동'에서 하강하는 동안 좌측 루트에서 재근씨도 하강하는 중이다.
▲ 예전부터 등반하고 싶었던 '그리움' 루트 첫 피치에 붙어본다.
▲ '그리움'길 첫 피치는 전반적으로 현재의 내 수준에서 가장 즐겁게 오를 수 있는 루트였다.  
▲ 크게 세 차례의 오버행 구간을 통과하는 부분이 재미 있었던 '그리움'길 첫 피치의 등반 거리는 28미터에 이른다.
▲ 기범씨가 등산학교 제자인 미희씨의 빌레이를 받으며 '시동(5.11b)' 루트를 등반 중이다.
▲ 은경이와 나는 기범씨가 교육생들을 위해 걸어 둔 줄을 이용해 톱로핑으로 '101동' 루트를 올랐다. 
▲ 정상에 오르기 위해 톱로핑으로 연습했던 '그리움'길 첫 피치를 다시 오른다.
▲ 톱로핑으로 다시 오른 '그리움'길 첫 피치는 홀드가 익숙해서 그런지 아주 만족스럽게 완등할 수 있었다. 
▲ 선등이 아닌 톱로핑 방식에서는 오버행을 돌파하는 동작이 과감해져서 그런지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었다.
▲ '그리움'길 첫 피치 확보점 아래로 펼쳐진 파스텔톤의 봄숲이 더없이 아름다웠다. 
▲ '그리움'길 첫 피치 확보점 모습이다.
▲ '그리움'길 둘째 피치를 오르고 있다.
▲ '그리움'길 둘째 피치 확보점인 큰 소나무에서 우측으로 바라본 북한강 풍경이다.
▲ '그리움'길의 셋째 피치를 오르고 있다.
▲ '그리움'길 셋째 피치도 오버행과 직벽을 포함하고 있어서 등반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구간이다.
▲ 우리팀의 좌측 아래에서 등반한 다른 한 팀은 기범씨의 K등산학교 제자분들로 구성된 모임이라고 한다. 
▲ 오늘의 북한강 풍경은 '그리움'길 둘째 피치 확보점에서 본 것이 제일이었다.
▲ 만족스런 '그리움'길 등반을 완료한 후에 정상에서 포즈를 취해본다. 
▲ 기범씨의 팀이 정상에 도착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듯하여 하강 후 다시 정상에 오르기로 한다.
▲ '통천문' 첫 피치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하강할 때 설치한 자일을 통해 톱로핑으로 올랐다.
▲ 스태밍 자세로 침니 등반의 묘미를 한껏 느낄 수 있는 '통천문' 루트의 둘째 피치 초반부를 오르는 중이다. 
▲ 정상에서 하강한 후에 좌벽으로 이동하여 지금 시절에 딱 맞는 이름의 '벚꽃 피는 날' 루트에 붙었다.
▲ 암벽 주변 숲에 산벚꽃이 활짝 핀 날에 '벚꽃 피는 날'을 등반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 시간을 절약하기 위하여 '참나무' 루트는 톱로핑으로 올랐다.
▲ 좌벽은 이미 그늘에 가렸고 유선대 정상부도 서서히 석양빛으로 물드는 시간까지 열심히 등반했다. 
▲ 오늘의 마지막 루트인 '작은 언덕'을 오르고 있다.
▲ '작은 언덕' 루트 초반부의 절벽 사이에서 금낭화 한 그루가 더없이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 자일파티인 은경이가 '작은 언덕' 루트를 오르고 로프를 회수하는 것으로 오늘의 등반을 마무리 지었다.
▲ 하산길에 마주친 하늘 향해 두 팔 벌린 새싹들처럼 우리들의 등반도 더욱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하기를 기원해 본다. 
▲ 유선대 암장에서 한 팀이 되어 하루를 즐겁고 알차게 보냈던 5명이 정상에 함께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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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촌 유선대 암장 개념도

 

 

좌벽

샹그리라 가는길 : 샹그리라(=숨겨진 이상향)를 찾아가는 어느 등반가의 모습.

수류화개 : 물이 흐르고 꽃이 핀다 = 삼라만상 본연의 모습.

작은 언덕 : 고빗사위 구간에 작은 턱을 넘어서야 한다.

오르락 : 오름짓의 즐거움.

시월이 가기전에 : 을미년(2015) 10월의 마지막 날에 마무리하다.

참나무 : 코스가 끝나는 곳에 참나무가 있다.

벚꽃 피는 날 : 벚꽃이 활짝 핀날 이곳에 올라 아래 세상의 정취를 느끼다.

바다리 : 맹렬하게 달려드는 바다리벌과 정열적인 등반 초심자의 모습이 닮았다.

 

작은 벽

초심 : 암벽등반 입문 시절의 겸손함을 잊지말자.

101 : 백의 첫번째 코스.

시동 : 개척작업에 시동을 걸다(개척시작).

102 : 백의 두번째 코스.

 

큰벽

201 : 101동을 오르고 좀 아쉽다면 올라보라. 작은벽 2층에 있는 첫번째.

202 : 102동이 짧아 연속하여 오르는 재미를 더했다. 작은벽 2층에 있는 두번째.

코난발가락 : 엄지발가락에 힘을 꽉 줘야 산다(만화영화 “코난”에 나오는 장면).

EMPTY : 천공작업중 오일이 바닥나 내려왔다 다시 올라가야만 했다.

그리움 : 지난날 등반하던 추억들과 사람들의 모습이 그리움으로 피어 올랐다.

프리텐션(Pre-tention) : 미리 긴장을 가하다.

HANBIT : 크고 넓은 마음으로 하나되어 순수하고 참된 산악인을 상징한다.

하늘문 : 하늘에 닿을 듯 정상으로 향하다.

 

우벽

통천문 : 하늘과 통하는 문(오를수록 하늘이 넓게 펼쳐진다).

잔트가르 : 몽골어로 “최강의 사내”를 의미한다.

챙이올 : 내가 그랬듯이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처음 시작할 당시를 잊지 말자).

선녀문 : 달밤에 보면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 올 듯 신비스럽다.

바람개비 : 시원한 바람이 불면 하염없이 돌아가는 바람개비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