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파주 거인암장 - 2021년 4월 18일(일)

빌레이 2021. 4. 18. 20:30

간밤엔 잠을 설쳤다. 변화무쌍한 일기 탓에 어제 불암산 천지암장에서는 점심시간 직후에 철수해야 했다. 등반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일찍 귀가해서 저녁 때 치즈라면을 먹고 평소와 달리 커피를 한 잔 마셨던 것이 화근이었다. 한창 성장호르몬이 분비될 심야 시간에 잠이 깨어 소소한 업무를 처리하느라 몸에 쌓인 피로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다. 수면시간이 충분치 않으면 맥을 못추고 피곤해 하는 내몸을 잘 알지만, 어제의 짓궂던 날씨에 대한 보상이라도 해주려는 듯 화창하게 개인 이 좋은 봄날을 허투루 보낼 수는 없었다. 아침 8시에 서울을 출발하여 자동차로 한 시간여 거리에 있는 파주의 거인암장을 다시 찾았다. 올 들어 벌써 세 번째 방문이다. 암장 초입에서 산뜻한 분홍 빛깔의 꽃잔디가 반겨주고 송곳처럼 오똑하게 솟아오른 암봉 주위를 신록이 감싸주고 있으니 새로운 곳에 온 듯한 신선함과 활기찬 기운이 감돈다. 등반 계획을 세울 때 어디를 갈까 조금 망설였었는데 거인암장에 다시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다.

 

오늘은 거인암장에 와서 처음으로 1, 2, 3암장의 바윗길을 골고루 만져 본 하루였다. 오전엔 우리팀 외에 아무도 없던 3암장에서 '일마'와 '선물' 두 루트를 오르내리는 것으로 몸을 풀었다. 점심 식사 후에는 1암장으로 이동하여 맨 우측부터 차례대로 '기봉', '오리온', '봄향기', '내고향', 4개의 루트를 등반했다. 잠깐 동안의 휴식시간을 갖고 베이스캠프 앞의 2암장에 있는 '자유'와 '자성' 루트에서 정리운동을 겸한 오름짓을 하는 것으로 보람차고 뿌듯했던 오늘의 등반을 마무리했다. 종일토록 노곤함이 가시지 않은 몸상태는 별로 좋지 않았지만, 이에 개의치 않고 열심히 매달린 덕택에 얻은 등반의 만족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암장에서 지근거리에 있는 웅담초교 옆에 자리한 <돌가마집>에서 가진 뒷풀이 시간도 기억에 남는다. 커다란 돌판 위에 구워진 오리고기의 맛이 일품이었다. 거인암장을 찾을 이유를 하나 더 발견한 듯한 작은 기쁨이 있었다.                      

 

▲ 거인암장 들머리에서 꽃잔디가 반겨주고, 신록이 우거지기 시작하니 새로운 곳에 온 듯한 신선함이 있었다. 
▲ 1암장 입구에 서있는 개념도. 최근 3암장에 윤길수 선생님이 글루인 볼트로 개척하신 '여우비(5.10d)', '생공사21(5.10c)' 두 루트가 추가되었다. 
▲ 아무도 없었던 3암장에서 '일마' 루트부터 올랐다. 우측으로 새롭게 개척된 '여우비(5.10d)'와 '생공사21(5.10c)' 루트의 글루인볼트들이 보였다.
▲ 초반부의 오버행 구간이 까다로운 '선물'루트는 톱로핑으로 연습했다.
▲ 몸이 무거워 오버행 구간을 돌파하는 것이 평소보다 더 힘겨웠다.
▲ 어제 천지암장의 슬랩구간에서 살짝 미끌리는 바람에 어깨를 다친 은경이는 치유를 겸한 등반으로 조심스럽게 올랐다.
▲ 몸상태는 별로였지만 다섯 차례를 오르고 줄을 회수하는 것으로 3암장에서의 오전 운동을 마쳤다. 
▲ 점심시간에 2암장 앞의 베이스켐프에서 올려다본 신록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 1암장의 루트 앞에 있는 명패가 암장 입구에 설치된 개념도와 일치하지 않았다. 난이도만 보면 개념도가 맞는 듯하다.
▲ 점심 후에 1암장으로 이동하여 우측부터 차례대로 4개의 루트를 등반했다.
▲ 암장 입구의 개념도와 난이도를 감안하면 '오리온'과 '기봉'의 명패 위치가 바뀐 듯했다.
▲ 개념도 상으로 1암장의 맨 우측 루트인 '기봉'은 등반 거리가 30미터에 달한다. 전반적으로 홀드가 양호하여 즐겁게 온사이트로 완등했다. 
▲ '기봉' 루트는 은경이와 같이 부상이 있는 클라이머들에게도 회복을 위해 괜찮은 루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 '오리온' 루트를 등반 중이다. 우측의 '기봉' 루트와 나란히 가는 바윗길로 중간의 오버행을 넘어서는 곳이 크럭스다.
▲ 지금 시절과 잘 어울리는 '봄향기' 루트도 재미 있게 올랐다.
▲ '봄향기' 루트의 오버행 턱 아래는 인위적으로 낙석을 방지하기 위한 에폭시 같은 건축용 접착제가 있어서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 고향에 온 것처럼 즐겁고 편안하게 오를 수 있었던 '내고향' 루트였다.
▲ '내고향' 루트를 등반하고 있다. 별 어려움 없이 온사이트로 완등했다.
▲ 정리운동을 겸한 등반으로 2암장의 '자유' 루트를 오르고 있다. 
▲ '자유' 루트는 거인암장에 올 때마다 오르게 되는 것 같다.
▲ 2암장의 톱앵커에서 둘러본 주변 풍광이 평화로웠다. 
▲ 오늘의 마지막 코스인 '자성' 루트를 톱로핑으로 올랐다.
▲ '자성' 루트에서 두 줄 하강하는 것으로 오늘의 보람찬 등반을 마무리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