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칠봉암장에 처음으로 왔던 날은 가을이 한창 깊어가던 작년 10월 24일이었다. 그때는 암벽에 붙은 첫 동작에서 극심한 허리통증이 유발되어 클라이밍은 전혀 하지 못하고 칠봉유원지 주변과 문바위봉의 산길을 천천히 산책하는 것으로 허리통증을 달래며 하루를 보내야만 했었다. 나에게는 그리 유쾌할 리 없는 칠봉암장에서의 첫 기억을 좋은 추억으로 바꾸고 싶다는 소망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었다. 트라우마나 징크스는 가능하면 빨리 극복해서 이겨내야 한다는 평소의 신념을 클라이밍에서도 실천하고 싶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근 7개월만에 다시 찾은 칠봉암장에서 보낸 오늘 하루는 모든 면에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함이 넘치는 시간이었다. 그동안 마음 속에 품고 있던 소망을 몇 배로 보상받은 듯한 그런 감사함이었다. 7봉과 7개월의 기다림, 럭키 쎄븐 두 개가 겹친 행운이 따랐을 것이라는 말장난으로 자의적인 해석까지 하게 되었다.
지난 토요일부터 내리기 시작한 빗줄기는 장맛비처럼 월요일까지 3일 내내 이어졌다. 다행스럽게도 수요일이지만 부처님 오신 날이라 공휴일인 오늘은 모처럼 온종일 화창한 날씨일 거라는 예보로 등반의 기대감을 한껏 부풀게 했다. 평소 실내암장에서 같이 운동하는 악우들 4명이 내차에 동승하여 새벽 6시에 서울을 출발하여 원주시 호저면에 위치한 칠봉암장으로 향했다. 그동안 실내암장에서 가끔 눈인사만 나누던 송화씨가 자연암벽에서의 등반에 처음으로 함께 했다. 칠봉암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우리팀은 등반하기 더없이 좋은 환경을 갖춘 암벽에서 늦은 오후시간까지 열심히 매달린 후, 섬강 지류인 일리천변에서 미리 준비해간 음식으로 간단히 저녁식사까지 마치고 서울로 귀환했다. 순수한 우정이 넘치는 악우들과 함께한 행복 가득한 시간이었던 까닭에 육체적으로는 다소 빡셌던 오늘 하루였지만, 일말의 피곤함도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