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늦게 비가 온다는 예보다. 아침부터 잔뜩 흐린 하늘 아래서 암벽등반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오랜만에 수락산에 오르기로 한다. 산행 약속이 없었다면 집 밖으로 나오기 싫을 정도로 몸은 날씨만큼이나 찌뿌듯하다. 인적이 드문 산길을 걷고 싶어서 남양주시 청학리에서 오르는 코스를 택한다. 무허가 건물들이 철거되고 계곡 주변을 새롭게 정비하는 막바지 공사가 진행 중인 초입을 지나 마당바위에서 사기막고개로 접어든다. 딱히 목적지를 정하지 않아 서두를 것 없는 길인지라 산행 초반부터 사기막고개 아래에 있는 벤치에서 모닝커피를 마시며 한껏 여유를 부려본다.
내원암장의 대슬랩을 왼편에 두고 오르는데 그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제법 세차지만 그리 차갑지는 않다. 겨울바람과 봄바람의 중간 느낌이다. 우수는 지났고 일주일 후가 경칩이니 이제 눈으로 보는 봄도 멀지 않았다.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등로 옆의 벤치에서 점심을 먹고, 기차바위를 우회하여 도정봉으로 향한다. 도정봉 직전에서 만가대초소로 내려가는 능선을 잠시 내려가니 바람 한 점 없는 안온한 쉼터가 나온다. 여기서 잠시나마 희미하게 비춰주는 오후의 햇빛 속에 한참을 쉬어간다. 동막골 날머리에서 에어건으로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 중랑천을 건너 회룡역 앞에서 오늘의 걷기를 마무리 한다. 익숙한 산길이지만 오랜만에 다시 만난 친구처럼 반갑고 편안했던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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